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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1.03.02 :: Day 1 1
  6. 2010.09.01 :: 뜨거운 침묵
  7. 2010.09.01 ::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8. 2010.06.28 ::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3
  9. 2010.06.25 :: 시계탑 - 전아리
  10. 2010.06.25 :: 사양,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2
일기 2011. 3. 6. 00:00

괜히 그랬나..
어쨌거나 굳이 일요일도 출근해 신환을 받았다.
어차피 나는 나의 몫을..너는 너의 몫을 해야만 하는게 이바닥이라지만..
내과 주치의가 타오를 때마다 괜히 나라도 도와야 되나 하는 기분이 든다.
뭐..그래봤자..
바닷물 바가지로 퍼내기지...
검사환자도 어쨌거나 입퇴원경과기록을 써야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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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
일기 2011. 3. 5. 00:00

첫 주말이다~!!!
회진 그리고 자유~
AED처방이후 급 제정신으로 돌아온듯한 박OO환자~!
infarct.과 epilepsy..라..
r/f  독거, DM, alcoholics, smoker...r/o ADHD r/o antisocial?
그나마 천만다행..
직업이 안정적이며 연금이 나올거라는거..
젊은 날을 얼마나 신나게 보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약먹고 돌아온 정신보다 더 또리방할게 없는 상태의 누나말곤 당췌 면담할 보호자도 없다..
연민과 짜증이 동시다발로 ocillation하는 오늘의 상태..
거기다...seizure에 꽂혀 NR transfer 를 주장하는 교수님과, 회진 10분전에만 연락이 오는 fellow등 암초같은 나의 일상..

오후엔 똥양과 함께 코엑스로 갔다.
밥도 먹고 옷도 사고..
커피도 마시고..
똥양에게 지극히 속물적인 남자선택의 기준에 대해 아줌마스러운 코멘트를 날리면서도..
그래서 너는 얼마나 잘했길래 하는 혼자말에는 그닥 훌륭한 변명을 내놓진 못했다. ..
뭐..잘 하겠지..

둘다 그동안 외로웠다.
다만 나는 너무 시간이 많았고, 똥은 너무 시간이 없었다.
이 여자가 4년차, 내가 다시 1년차가 되어서야 ..
우리둘의 시간 균형은 대강 맞고, 활동무대가 겨우 일치하고, 그리고 서로의 감당능력에 맞는 과에 감당할 만한 서로다른 연차가 되어서야 우린 주말에 차한잔 같이 마실만한 평범한 친구 사이가 될 수 있게 되었다. 하하하..
바쁘거나 여유롭거나 어쨌거나 외로울땐...
바쁜자는 일을 하고 여유로운자는 시간을 꾸역꾸역 때운다..
그사이에 ..힘들어서 스스로를 놓아버린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들과 큰 친분이 없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씁쓸히 나는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 내 삶을 놓는 것을 예방하며 살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안전장치 1. 내가 키우는 동물들
            2. 나의 삶을 평범과 보수로 지켜주는 나의 남편
            3. 애정과 경제적 의무를 지워주는 나의 엄마
박OO환자는 이런 안정장치가 없는 사람이 자기파괴를 할 수 없을 정도까지 스스로 망가진 case를 내과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그의 history가 떠올려주는 둘째외삼촌의 그림자 역시도 마음을 편치않게 하고..

FM의 주말은 어쨌거나 휴식가능이구나..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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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
일기 2011. 3. 4. 00:00

IM 주치의는 미친듯이 타오르고 있고, 나는 다시 안정감을 찾았다.
박OO 씨는 신경과와 정신과와 기타 등등의 협진을 걸치며 혈당문제란 빙산의 일각이란듯이 끊임없이 problem list를 늘려주고 있다.

아..모르겠다.
내일은 코엑스가서 이것저것 좀 사고, 둘러보고 해야 겠다.
회진과 처방, 그리고 push..
대략 이런것이 내과계 주치의의 삶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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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
일기 2011. 3. 3. 00:00

밤을 세워 환자를 살려냈다.
놀랍도다..
찬찬히 이성을 찾고 보니
인턴시절 상주에서도 NKHHS환자는 꽤 봤었다.
응급실에 걸어들어온 순간 arrest가나버리긴 했지만 ,DKA도 봤었군..
그땐 빌어멀을 EMR이 아니라 verbal로 오더가 가능해, 프로토콜에 눈을 박고 간호사들에게 입으로 말만 하면 되었는데...
system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것이다.
훌륭한 system이지만, 익숙지 않은 자에겐 고지를 보면서도 앞이 가로막힌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라..

오랫만에 맡아보는 당직 샤워실의 비릿한 물냄새...
익숙하지만 절대 서로 말을 건내지 않는 같은 동선을 공유하는 동료들..
간호사들의 까칠한 말투, 그보다 더 날선 윗년차들의 말투...그외 등등..
생각해보면 다시 돌아오기 싫었을 여러가지 것들과 마주한 하루..
잠시의 틈이 나서 침대에 머리를 기대는 순간 잠깐 기절..
그리고 회진 컨퍼런스....신환..

간호사였다는 신환은 환한얼굴이었다.
pituitary adenoma s/p TSA로 cocktail test를 하러온..
20대에 salphingectomy, 30대에 hysterectomy를 했다고 한 여자는
몇년전 Brest ca.로 lumpectomy를 한 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자가약에서 quatiapine을 봤을땐 ??!!!
하는 기분이긴 했지만..
반드시 모든 의사에게 모든 순간 항상 정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으리라..

어쨌거나..너무 졸리고, 만 이틀이 지나 나온 병원밖은 너무 추웠다.
내공한번..
스텝한테 직콜을 했다는 게 내과에선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나보다..
하루종일 보는 윗년차마다 그게 나냐는 소릴 들었다.

아..몰라..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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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
일기 2011. 3. 2. 00:00

박O길
50대 남성
왼쪽 입술로 침을 흘리고 있는 정신 없는 남성..
chronic alcoholics
s/p distal pancreatectomy d/t chronic pancreatitis..
known DM/HTN but refuse to medication

HbA1c21% fasting glucose 699의 이 남성..
외래로 입원했다는데..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하아...

오지랖이 화근 이었다..
첫파견인 IM4에서 온몸에 재가 날릴 정도로 타고 있는 IM주치의를 보면서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에 부르지도 않았는데 병동에 굳이 올라가서 IM앞으로 된 환자를 굳이 내가 받았다.
인계장 대로 fellow 쌤한테 직콜을 날렸는데..
젠장..
스텝이란다..-.-;;
쏘 쿨하게 대답하고 끊기에 그닥 큰문제는 아닐 줄 알았는데, 정작 이쪽의 계통체계에선 어마어마한 반란?쯤 되었나 보다..

그래서 어쩌라고..
난 지금 출근 첫날, 첫환자로 NKHHS를 , 그것도  stupor한데다 - 이게 알콜때문인지 혈당때문인지도 모르겠는 -  더불어 seizure like movement와 r/o CVA에 합당한 편측마비까지 의심되는 환자를 맡아버렸는데...

"진짜" fellow쌤은 오자마자 교수님께 직콜을 한것에 대해 다그쳤고, 수액처방하나 내는데 백만년은 걸릴법한 나에게 ADA 최신 guideline을 메일로 보낼테니 프로토콜대로 하란다..-.-;;

어쨌거나 물을 주면 환자는 산다..
hydration ...hydration..
insulin..insulin...
lab...lab...electro..abga..osm...기타 등등..
지긋지긋한 밤이었다.

시작보다 훨씬 화려하게 마무리된 첫날 이었다.
나쁠거 없지..
이런 걸 원하거 아니었어?
하지만 이 와중에 동료애라던지..리더쉽이라던지..
이런걸 보여줄 누군가는 아무도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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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
독서 2010. 9. 1. 18:05

1. 뜨거운 말 ; 준비없는 말은 산산히 흩어진다.
2. 뜨거운 생각 ; 생각을 가열하면 표현의 품위가 올라가다.
3. 뜨거운 감정 ; 감정의 덫에서 벗어날 때 많은 것이 간단해진다.
4. 뜨거운 표정 ; 당신의 표정이 인상으로 남는다.
5. 뜨거운 관계 ; 다 주려고 하지 말고 다 받으려 말라
6. 뜨거운 나 ; 진정 나와 마주하고 내 존재를 느껴라.

에필로그 ; 침묵의 승리, 내가 받지 않으면 상처가 아니다.


-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은 회의로 끝나고, 기꺼이 의심하면서 시작하는 사람은 확신을 가지고 끝내게 된다 <프랜시스 베이컨>

- 상대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듣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그 사람을 읽어야 제대로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잘 듣고 잘 해독해야 한다는 말의 요체다.
  해독에 성공해야 제대로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상대의 말이 해독되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해독이 될 때까지 말하는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부수적인 질문을 해 보고, 그래도 해독이 안 되면 직접 물어보아서라도 해독한 뒤에 말해야 한다. 이 또한 말을 침묵하는 훈련을 하는 우리로서는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할 원칙이다.

- 자기 감정의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는 수문장 역할을 스스로 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감정의 문의 여닫는 순간을 늦추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세상이 놓은 덫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깔았던 덫을 얼마나 많이 줄일 수 있을까.

- 감정을 표현하되 배출해서는 안된다.

- 내용은 단호하되 목소리는 부드럽게 하라.

- 사람은 상대에게 못된 짓을 하고 나서 그 상대를 더 미워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관계의 문제와 상관없는 영역에 관계를 넣어 버리면 본질까지도 완전히 망쳐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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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
독서 2010. 9. 1. 17:49

- '스펙정신'이란 1등을 위해 나와 당신이 항구적으로 경쟁해야 하며, 성공과 실적 등과 같은 특별한 일들이 삶에 중요하다고 믿는다. 반면, '스토리 정신'은 그것이 실패이든 성공이든 삶의 모든 요소는 나름대로 삶을 윤택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 '주연'을 맡을 수 있다고 말한다. 

- 스펙은 액면가 그대로를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100점의 액면가를 받기 위해선 150점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 남들보다 낫기 보다는 남들과 다르게 되자.........이력서를 아무리 포장해도 내가 성실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하지만 이력서가 없어도 이를 증명할 수는 있다. 바로 행동이다. 

- 역량이란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증명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이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이 스토리가 된다. 스토리는 내가 무엇을 했고 앞으로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방향을 보여주며, 그 확실한 방향성 속에서 사람에 대한 강한 신뢰를 형성한다. 정씨는 성실한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 스토리란 사실에 감정을 입힌 것

- 사실이나 정보는 개인의 고정관념 이라는 체에 걸러져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왜곡될 소지가 많다. 반면 '감정을 덧입은 사실'은 고정관념의 체를 뚫고서 사람에게 전달되기가 쉬운데 스토리는 그 안에 원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인생의 국면에서 지금의 스토리가 예전의 스토리보다 더 풍성해졌는지를 비교할 뿐이다. 남보다 더 좋아진 나보다는 이전의 나보다 더 성장한 내가 중요하다.

- 역량은 '예전에 해봤기에 지금도 가능하다'라는 뜻이다. 스펙은 '이력서에 존재하지만 해봐야 안다'를 뜻한다.

- 업이란 '평생을 두고 내가 매진하는 주제'를 뜻한다. ....나의 존재와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무언가를 의미한다.

- 나는 어디에서 일하고 싶지? 가 아니라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지? 라고 먼저 묻고 고민해야 한다.

- 업이 없으면 그저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내가 추구해야 할 것, 내가 직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평생 매진할 주제를 깨닫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직도 무료하고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 직을 추구하는 사람은 직에 따라서 삶이 요동을 치게 된다.

- 업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때, 내가 써내려가야할 스토리의 주제와 방향이 정해진다. 본격적으로 나 자신이 스토리의 주인공으로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 영국인들은 수줍음 때문에 남에게 의존하기 보다 스스로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그 결과 자주적이며 자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했다.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실패없는 성공, 즉 스펙이 아니라 , 실패에도 불구한 성공, 즉 우리의 스토리이다. 스토리는 실패도 환영한다. 가장 뼈아픈 실패를 들려주어라.

- 역량은 오래된 미래라고 불린다. 당신의 과거 모습 속에 미래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는 뜻이다.

주체성 ;자진해서 일에 매달리는 힘
설득력 ;다른 사람을 설득해서 끌어들이는 힘
실행력 ; 목적을 설정하고 행동하는 힘
과제 발견력 ;현상에 맞는 과제를 확실히 하는 힘
계획력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세스 설정능력
창조력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힘
발신력 ;자기 의견을 알기 쉽게 전하는 힘
경청력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정중히 듣는 힘
유연성 ;다른 의견을 이해하는 힘
정황파악력 ;주변 사람과 일의 관계를 이해하는 힘
규율성 ;룰과 약속을 지키는 힘
스트레스 조정력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

- "하룻밤 사이에 성공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어느날 갑자기는 과거의 꾸준함이 낳은 결과다. 당신도 하루 아침에 성공할 수 있다. 그 아침이 오기 전 무수한 밤을 준비하면 된다.

- 나는 위대한 사람의 하인일 뿐 아니라 모든 실패자들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습관

- 어떤 질문이든 그 질문은 특정한 핵심 역량과 연결되어 있다. 질문을 던지는 면접자가 듣길 원하는 그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질문을 통해 먼저 유추해보면, 좀 더 쉽게 자신만의 적절한 사례를 찾아낼 수 있다.

- 자신의 업과 관련된 핵심 역량을 파악하고, 그 핵심 역량에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을 성과로 삼아 기록하는 것이 역량 이력서의 특징이다. <p109>

- 홍세화 ; 우리는 모두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 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

- 훌륭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무언가를 할 때마다 그 경험에서 배우고, 다음번에 더 잘할 방법을 찾아냈을 뿐이다. .............................
역량은 실행이 없으면 개발되지 않는다. 비록 수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성공여부가 불투명해도, 그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자체가 역량으로서는 충분하다. 잘되면 성공스토리고 잘 못되면 실패스토리지만, 스토리 자체는 남는다.

- 일에 치여 살 때 입게되는 가장 큰 피해는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 아닏. 그것은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낳지 못하는 것이다.

- 당신이 경험한 것들, 즉 자료들을 종합하여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것이 뛰어난 삶과 평범한 사람을 가른다.

- 실험을 해보라 마음에 드는 것은 뭐든지 해보라.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열정으로 성숙하게 될 때까지는 그것을 당신의 인생의 중심으로 여기지 말라.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 테니까.

-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라

- 스토리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개인의 실천적인 행동에서 비롯된다.

- 내 대인관계 원칙 중 하나는  '나를 만난 사람이 헤어지고 돌아갈 때 나는 대단해, 나도 가능해, 라며 자존감이 높아지는 만남'을 만드는 것이다. .........스토리는 독특할 뿐이고, 그런 독특함은 상대방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 성취하는 사람들은 모두 가슴속에 뜨거운 스토리를 담고 잇다. 그들은 기회를 잡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세상마저 설득한다. 스토리를 실천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Think Golbal, Act Local"을 삶에 옮기는 사람이다. 이를 아주 조금 변형시켜본다면 "Think Gobal, Act Personal"일 것이다. 세상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의 스토리에 감동한다. 스토리를 활용하면 업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기회는 한 걸음 성큼 더 가까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 스토리가 있다는 것은 자신의 업을 안다는 뜻이며, 그 업에 방향을 맞추어 관련된 역량과 경험을 쌓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 가치는 결코 두부자르듯이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가치관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다.

- 나는 나의 가장 친구이자, 내 인생의 유일한 자산이다.

- 존재 양식을 택한다는 것은 '소유를 통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음을 믿거나 그것의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들에게도 소유는 있지만, '존재양식'을 지탱해주는 정도면 족하다.
또한 소유양식을 택했다고 해서 내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유 양식을 택했다는 것은 존재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도 존재감은 있지만, 재산, 지식, 권력 등이 나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정도면 만족한다.

-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존재양식은 개인에게는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타자와의 관계에서는 '주고, 나누고, 함께 관심을 갖는 살아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개인의 성장과 타인과의 살아있는 관계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행복수준도 향상된다.

- 고액의 융자를 받아 구입한 집 말고, 아직 27개월 할부가 남아 있지만 벌써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자동차 말고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갖가지 전기 제품들 말고는, 더 이상 읽지 않는 산더미 같은 책들 말고는,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 말고는, 더 이상 가지 않는 헬스 클럽의 회원증 말고는, 그리고 냉장고 깊은 어딘가에서 1년을 지났을 법한 돼지고기 요리 말곤ㄴ, 당신이 지난 20년간 벌어온 돈에 대해 보여줄 것이 없다.

- 에리히 프롬은 존재 양식의 삶을 '삶의 무도회'라고 즐겨 표현한다. 이런 삶에는 즐거움과 재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당신의 존재가 희미하면 희미할 수록, 당신은 그만큼 더 소유하게 된다."라고 경고한다. 삶의 무도회에 초청할 사람이 없기에, 그 넓은 무도회장에 물건이라도 들여 놓으려고 한다.

- 불안정과 불확실을 지금 경험할 수록 미래는 더욱 확실해지고 안정될 수 있다.

- 선택을 하지 않는 자에게 시간은 내편이 아니다.

-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늘 만나게 될 것이다.

- TV 만 있으면 인종이나 문화나 자라온 배경과는 전혀 상관없이 언젠가는 모두가 비슷한 것들을 원하고 필요로 하게 된다.
주변의 메시지를 의심해보라. 내가 직접 선택한 것만이 스토리로 남는다.

- '매몰비용의 함정'
; 사람들은 이미 지불된 비용이 있기에 그것이 아까워서라도 본전을 뽑으려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구덩이에 빠져 있음을 어느 순간 깨달았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구덩이를 파내려가던 삽질을 멈추는 것이다."....관성이 힘을 물리쳐야 한다.

- 높은 강도에서 시작해서 낮은 강도로 끝나는 고통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덜 고통스럽다. 즉 고통이든 불안함이든 처음에 감내하는 것이 덜 고통스런  '합리적인 선택'이란 뜻이다.

- 우리는 종종 '비합리적'으로 지금 당장 행복하기 위해 불안과 고통은 최대한 뒤로 미룬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 안타깝게도 지금의 행복도 누리지 못하고, 나중에 불안과 고통까지 더 많이 감내해야 할 선택을 우리가 한다는 점이다.

- 당신은 어디에서 일하는지가 아니라, 당신이 무슨일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당신의 소속이 아니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 삶의 방식이 단순해질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명확한 목표가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할 것이다.

- 톨스토이
  참으로 중요한 일에 집중해라
  삶이 너무 편하면, 이동이 불편해진다.
  생존을 위해 삶을 간소화하라
  그래야 이동할 수 있다.

- 비울 수 있는 자만이 새로운 삶을 구성할 수 있다.

-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

- 성공을 단념하자 내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비교를 멈추자 구별되기 시작했다. 최고를 포기하자 유일의 길로 나아갔다.
 상품을 포기하자 작품으로 변해갔다. 욕망을 내려놓자 만족이 찾아왔다. 경쟁을 피하자 공존이 가능했따.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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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2010. 6. 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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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2분만 지나면 늘 같은 얘기로 돌아가지. 내가 어쩌자고 틈만보이면 칼을 꽂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랑 같이 사는지 모르겠어."..............략..................
"난 충분히 냉정해요. 그저 내가 하는 일마다 당신이 비평을 하니까 지겨울 뿐이에요."

- 1. 실생활의 키스 . 언니와 형부 존이 히스로 공항의 출국장에서 보였던 종류
  2. 예술적인, 가짜 키스. 주로 할리우드 영화나 소설, 그림에 나타나는 거창하고 관능적인 노력.

- 타인과 사랑을 나누는 일은 어찌 보면 과거에 같이 잔 사람들의 습관이나 기억과 충돌하는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방식에는 우리의 성생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키스는 과거에 했던 키스들의 종합형이고, 침실에서 하는 행위에는 과거 거쳤던 침실이 흔적이 넘쳐난다.

- 성생활 역사가 있다는 것은 여러 사람과 성행위를 했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잠자리를 같이한 사람을 차거나 그 사람에게 채였다는 뜻이었다. 좀 어두운 면에서 보자면 섹스 기교의 역사는 실망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 여기서 욕망의 두가지 형식을 끄집어낼 수 있다. 하나는 '음식이 내 입맛에 꼭 맞으니 레스토랑이 마음에 드네.'라는 자율판단. 다른 하나는 '다들 그렇다니까 여긴 훌륭한 레스토랑일거야.'라는 모방심리.
전자인 경우 욕망이 그 대상과 직결된다.
후자인 경우 먼저 중간 경로, 곧 신문의 평이나 유명인의 입을 거쳐 욕망이 걸러진다.
앨리스는 두가지 형식 중 언제나 후자쪽을 따르는 편이었다.  갖고 싶은 옷, 구두, 레스토랑, 애인에 대한 취향이 다른 사람들의 말과 인상에 맞춰지곤 했다.

- 멜템에서 첫 코스가 끝날 즈음, 앨리스는 지금 행복한 이유가 다른 게 아니라 '가봐야 할 그곳'에서 식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가봐야 할 그곳'에 있고 싶다는 게 무슨 뜻일까?
다른 사람들이 바로 거기라고 정한 곳에 가고 싶다는 것.
그것은 중심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고, 그래서 의심할 나위 없이 중요한 가치의 중심에있고 싶다는 갈망.................................략..............................................
   북적북적한 식당에서 손님들은 서로 흘끔대면서, 사회적으로 가치가 인정된 이물을 부지런히 찾았다. 14번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15번 테이블의 손님들이 자신들과는 달리 재치가 있으며, 자신들이 읽지 못한 책들을 읽었으며, 자신들보다 더 흥미로운 친구들과 어울릴 거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15번 손님들을 똑같은 염원을 담은 눈길을 어깨 너머 16번 테이블에 보냈으며, 16번 손님들은 17번 손님들을, 17번 손님들은 18번을 마찬가지로 건너다 보았다.
  물론 레스토랑에 '중심' 따위는 없었다.................멜템은 공허하지만 매혹적인 관념을 체현함으로써, 중심지라는 인식을 솜씨 좋게 퍼뜨려 성공을 거두었다.

- 다른 사람들이 갈망하는 남자가 바로 그녀를 원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허약한 자존감을 붙들어주었다.  애인에게 선물받은 타이가 100개쯤 되는 남자는 타이가 하나뿐인 남자보다 가치 있었다.

- 타인의 도움 없이도 좋고 싫은 것을 분별할 줄 아는 수지에게는 부러움을 살 만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녀는 음식 비평가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작은 폴란드 식당을 런던 최고로 꼽았고, 세상이 칭찬하거나 관심을 쏟지 않는 남자라도 사랑했다. 
  기꺼이 여론을 따르는 앨리스는, 남들이 부러워할 남자를 만나려면 세련된 레스토랑 한구석에 지루한 얼굴로 앉은 금발 미인들에 대해 심술궂지만 정확하게 비평하는 일을 삼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잡지는 앨리스를 불행하게 만들어야 했다. 잡지는 지금 입은 옷을 한 해 더 입어도 된다든지,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든지, 유명한 사람을 안다거나 침실 색깔이 무엇인지는 무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의상 난을 보면서 자신의 옷장에는 없는 옷 때문에 서글펐고, 여가 난을 보면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햇살 눈부신 장소들이 떠올랐다. '삶의 스타일'이라는 난을 보면, 자신에게는 아마 제대로 된 삶도 없고 스타일은 틀림없이 없다는 느낌이 확고해져서 자존심이 상했다.

- 앨리스에게 자아 발견이란 그중의 한 자아를 찾는다는 의미였다. 이 지긋지긋한 빨래건조기를 멈추고, 어느 정도 안정감과 평온을 줄 수 있는 채널을 찾는 것이었다.

- 에릭이 감상(곧 약자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에 반대하면서, 굳은 의지와 품위를 가지고 당당하게 장애를 극복하는 이들을 존경한다면 그건 앞뒤가 맞았다. 하지만 감상적이지 않은 엘릭은 약자를 경멸하고 강자를 존경하는 중간에 멎어있었다.

- 내 필요를 고백할 때는 감정적으로 벌거숭이가 된다.......................나는 엄청난 모험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평소 자신감 넘치는 미인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내 두려움과 공포를 줄줄 꿰고 난 뒤에도, 당신은 날 사랑할 것인가.

- 감정의 옷입기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른 속, 상징적인 생식기의 약함, '당신이 필요하다'는 엄청난 비밀을 남에게 들키지 않도록 만든 옷장 전체로 이루어진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내가 조종할 수 없는 사람, 곧 전화를 받지 않거나 다른사람과 시시덕거림으로써 우리를 미치게 하거나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에릭은 연애를 할 때마다 이중 안감을 넣은 양복으로 옷장을 채웠다. 사랑이 대들보가 아닌 삶, 행복의 토대를 자율이 아닌 다른 것에 양도할 필요가 없는 삶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 에릭은 무게를 폭넒게 분산했다. 여자 친구를 몇 명씩 유지하는 것(거절을 당하더라도 곧바로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위험을 줄이려고), 어느 집단이 등을 돌려도 생존할 수 있게 충분히 많은 집단과 교제하는 것, 어느 거래가 실패해도 견딜 수 있게 돈을 많이 버는 것 등이 그 남자가 세운 기둥들이었다.

- 경제의 세계에서는 빚이 나쁜 것이지만, 우정과 사랑의 세계는 괴팍하게도 잘 관리한 빚에 의지한다. 재무 정책으로는 우수한 것이 사랑의 정책으로는 나쁠 수가 있다. 사랑이란 일부분은 빚을 지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빚지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견디고, 상대를 믿고 언제 어떻게 빚을 갚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는 일이다.
  에릭은 빚을 제때 갚긴 했지만, 앨리스로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너무 급하게 빚을 갚고 그대로 잊어버리는 바람에, 그 남자는 그녀와 똑같은 감정의 성숙을 실현하지 못했다.

- 누군가의 인품을 빨리 알고 싶다면 우유를 한 모금 입에 가득 머금었다가 그에게 뿜어보라  <제니 홀처>
....................우유 실험을 상상하면서 앨리스는, 사람 중에는 반응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부류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전혀 알 수 없는 부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 사랑의 영속성이란 무엇인가? 상대가 당장 관심의 징표나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사랑이 지속되리라는 믿음, 상대가 밀라노나 비에서 주말을 보내더라도 다른 정인과 카푸치노를 마시거나 초콜렛 케이크를 먹지 않으리라는 믿음, 침묵은 단순한 침묵일 뿐 사랑이 종말을 암시하는 게 아니라는 믿음.................그 남자가 입을 다물고 대화가 공해해지는 시간 X와 그 남자가 머리에 키스하는 시간 Y사이에는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앨리스는 이런 시간을 감당하는 데 통달해서, 위니캇의 아기처럼 그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버려진 아기의 원초적인 고통이 밀려와서, 씁쓸하게 자문하곤 했다. '내가 뭘 어쨌기에?'

- 1. 앨리스는 에릭을 사랑했다
  2. 그 남자는 그녀를 초대하지 않아, 그녀로 하여금 사랑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했다.
  3. 하지만 실제로 합당하게 불평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는 증오와 실망을 표현하지 못하고...
  4. 그녀는 조용히 에릭을 증오하기 시작햇다.
  5. 그녀는 그 남자를 비난하는 자신을 참을 수 없어서, 자신을 미워하면서 침대로 갔다.

'당신을 날 많이 사랑하지 않아'라는 억압된 두려움과 '내가 말도 안되는 걱정으로 당신을 괴롭히면 안 되는데'라는 타고난 심리적 규범이 폭발적으로 뒤섞여 상호 작용하는 것이 애인의 편집증을 낳는 마법이다.

- 사랑의 권력은 아무 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상대가 당신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해도, 대꾸도 없이 TV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바꿀 수 있는 쪽에 힘이 있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사랑의 목표는 소통과 이해이기 때문에, 화제를 바꿔서 대화를 막거나 두 시간 후에나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이, 힘없고 더 의존적이고 바라는 게  많은 사람에게 힘들이지 않고 권력을 행사한다.

- 사랑의 직각은 다른 일이나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에게 헌신하는 태도를 설명해준다. A는 B를 사랑하지만 B는 C에 더 관심을 쏟는다. B가 C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B에 대한 반발을 불러오지 않고 드리어 B의 값어치를 높인다는 것이 흥미롭다.
어느 선까지는 A는 B가 이 C라는 대상에게 마음을 쏟기 때문에 B를 사랑한다. B는 취향이 고매해서 A의 말을 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다. C는 자기애가 부족한 A에게 없는 자질을 가졌다고 여겨지므로, A는 B를 매개로 C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 하지만 사람을 괴롭히는 글은 명료하게 술술 읽히는 글보다 왠지 그럴듯하고 더 심오하고 더 참되게 받아들여진다. 하이데거나 후설에게 빠진, 예민한 독자는 '이 글은 정말 심오하구나.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걸 보면 나보다 똑똑하구나. 이해하기 어렵다면, 틀림없이 이해할 만한 가치가 더 클거야.' 라고 생각한다. - 책을 내던지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말하지 않고.
  학구적인 자기 학대는 은유적인 편견을 반영한다. 진실은 얻기 어려운 보물이며, 쉽게 읽고 배울 수 있는 것은 경박하고 중요하지 않다는 편견이다. ...........략........................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다. 마음이 열려 있고, 명쾌하고, 예측 가능하고 시간을 잘 지키는 애인보다는 힘들게 하는 애인이 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 앨리스는 이런 관심이 기쁘면서도 석연찮은 기분을 느꼈다. 에릭은 그녀가 약하고 자신감을 잃을 때보다는 강하고 일을 잘할 때 훨씬 친절했다. 사실 그녀가 형편이 좋을 때는 그 남자에게 저녁을 대접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녀 스스로 예쁘다고 믿을 때는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 행복한 영혼이 웃는 것은 그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몰이 아름답거나 애인이 방금 전화를 걸었거나 ㅎ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쾌증에 사로잡힌 이들이 행복한 것은, 단지 '그들이 불행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유연하게 통합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왜 그렇게 신랄하게 구는지."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누군가를 같이 싫어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거리낌없이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공모 행위다.............략............ 그러므로 에릭이 앨리스의 말에 맞장구치지 않은 것은 에릭의 충심이 변했다는 신호였다.

- 유쾌증 환자들은 수많은 일에서 재미를 찾지만, 단 한 가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들이 관여하는 활동의 성공과 진지함에 매몰되어서, 모순을 인식하는 폭이 좁다. 그들은 바나나껍질을 밟고 넘어지는 사람을 보고 웃지만 자기비하는 꺼리며, 본인의 성격이나 인간 본연의 깊은 결함과 때로 우스꽝스러운 습관을 드러내는 걸 피한다. 

-앨리스도 거대한 기계를 타고 런던에서 바베이도스까지 한나절 만에 날아갈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인정했지만, 밑도 끝도 없이 열광하지는 않았다. 정말 공학이 근본적인 것을 바꾸지는 못했다. 워싱턴 주 시애틀 시에서 보잉기의 날개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집단이며, 그들은 배우자를 속이고, 까탈을 부리고, 질투하고, 경쟁을 벌이고, 불안정하고, 매일 화장실을 가고, 결국 죽는, 고도로 진화한 유인원 집단일 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잊지 않았다.

- 여행은 흥미롭게도 지리적이라기보다 심리적인 활동으로 읽을 수 있다. - 외적인 여정은 내적으로 욕망하는 여정의 은유다. 네팔에서 히말라야를 오르고, 카리브 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이런한 것들은 이국적이고 유익하지만, 훨씬 심오한 동기를 가리는 시시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 동기란 여행을 예약하는 자신이 이런 활동을 즐기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다. ......'나'가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여행이 '나'를 바꿔주리라는 생각이다.

- 풍경이 아무리 근사해도 내면의 꾸밈새, 곧 내적인 지형이 우선했다. 왜 실제 여행 경험은 그토록 기대와 다른지, 섬과 호텔이 훌륭함에도 왜 계속 혼란스러운지 의아한 까닭은, 그녀가 짐을 꾸릴 때 한가지 중요한 것을 두고 오는 걸 잊었기 때문일 것이다. 선탠로션이며 자기계발 책, 비키니 수영복과 선글라스를 싸면서, 자기 자신까지 챙겨왔기 때문이었다.

- 앨리스는 풍경이 변해도 그것을 보는 눈을 바뀌지 않으리라는 점을 잊고 있었다. 그녀는 실제 살아보는 고통없이도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양 미래를 비인격적으로 전망했다. 되돌아보고 그녀는 자신의 빈곤한 상상력에 충격을 받았다.
현재 고민할 거리 중에서 런던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과 직결된 문제들은 빼버리고, 낙원에서도 잠을 못 이루게 하는 ㄴ 일은 차고 넘치리란 것을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날씨와 풍광이 바뀌는 데 희망을 걸었다. 의상과 무대 장치가 호화롭게 변하면 독백 연기가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는 실력 없는 배우처럼.

- 그곳에는 거부감이나 자기혐오의 반작용으로 사들였지만, 환하고 현실적인 빛 속에서 보면[무언가, 어느 것에라도 돈을 써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이 누그러지면] 전혀 적당치 않아 보이는 옷들이 쌓여 있었다.

-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사는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깔린 목적은 단순히 그것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녀가 어렵게 번 80파운드를 드레스와 수영복에 쏟아부으면서 원했던 것은 꼴같잖게 비싼 옷이 아니었다. 냉소적이도 재능없는 디자이너가 만들고 패션 잡지가 과대 선전해준 옷이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그걸 입은 사람의 존재였다. 우스운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녀가 원했던 것은 모델이 입은 옷이 아니라 모델 자체였다. ...................그러나 가진 돈을 다 쏟아 부어서라도 그녀가 갖고 싶은 것은, 아무도 팔 수 없는 것, 바로 그녀가 아닌 다른 존재 였다.

-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이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는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성 있는 사람이 된다. 그들의 너그러움이 우리를 너그럽게 하고, 그들의 모순이 우리를 모순되게 한다. ............마찬가지로 앨리스의 가능성도 애인이 공감해주는 한도에서만 뻗어나갈 수 있다.

- 관계의 기반은 상대방의 특성이 아니라, 그런 특성이 우리의 자아상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우리에게 적당한 자아상을 반사해주는 상대방의 능력에 기초해서. 에릭은 앨리스에게 어떻게 느끼게 하는가? 어떻게 그것을 알려주는가? 모든 게 머릿속 생각일 뿐인지 실제로도 그런지 모르지만, 그녀는 오래전부터 그 남자와 있으면 가치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을 느꼈다. 그 남자와 함께 있는 앨리스는 돈을 함부로 쓰고, 지성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데 매달리고, 타인을 귀찮게 하는 의타심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었다.
  에릭이 그런 말은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같이 있을 때 그녀 스스로 느끼는 바가 그러했다.

- 따라서 앨리스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흥미로운 인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스스로 아주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결론지었다. 에릭과 같이 앉아 저녁을 먹을 때면, 적당한 상대만 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리라는 자신감을 잃고, 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어할 수 있는 것까지 타인이 결정한다는 증거다.

- 에릭은 사람들이 혼자라고 느끼는 것에 대해 그녀가 말하지 못하도록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길로 뻗을 수도 있었을 대화의 문을 닫았다. 그 남자는 그녀가 본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잠재적 가능성을 끌어내지 못했다.

- 행복은 배타적이지만 불행은 끌어안는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행복한 표정이 아니라 불행한 표정을 짓고, 명랑함에 수반되는 독립심, 고통에 대한 무감각을 피할 일이다. 불행을 추구하는 일은, 만족한 표정에 함유된 경쟁심을 피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 불평을 표현하는 행동 뒤에는 상대가 잘못을 빌 거라는 낙관적인 믿음이 깔려 있을 것이다. 불평은 대화에 대한 믿음을 암시한다. 상처를 입긴 했지만, 이쪽이 화난 것을 상대가 이해해 줄(돌아봐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 앨리스가 자폐적인 기분으로 추락하는 것은 이런 경험을 할 때였다. 아무리 말을 잘해도, 어떤 근거를 들이대며 간청하고 설득해도, 사람들은 결코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확시이 들 때, 그녀는 며칠 동안 어머니에게 말할 수도 있겠고, 그러면 어머니는 생명과 공감의 신호를 보내며 격려하겠지만,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끝날 터였다. 어머니는 젊은 시절과 다름 없이 노년에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할 테니까.

- 질투심을 경험하려면 아래 두 가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첫째 : 다른 사람에게 간절히 마음을 쓴다는 점
둘째 :[이것은 자존심이 개입되는 부분이다.] 그 사람이 이제는 자신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

- 앨리스는 자신의 모자란 점을 채우고자 사랑했고, 그녀가 갈망했지만 부족했던 자질을 상대에게서 추구했다. 그녀의 감정적인 욕구는, 상대가 가져다준 조각 없이는 불완전한 퍼즐 같았다. 하지만 스스로 발전하면서 빈 공간은 변하고, 열다섯 살에는 딱 맞았던 조강이 서른 살 때는 필요치 않게 된다.
  빈 자리는 윤곽을 다시 그렸고, 퍼즐-사람이 그에 맞춰 변하지 않으면, 그녀는 헤어지거나 곤란을 무릅쓰고 결론을 끌어내고자 했다.

- 고통은 성숙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함께할 수 있는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동안 합치되었던 것은, 넓고 갈림길이 많은 길에서 일어난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다.

- 에릭이 줄 수 있는 것이 더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런던의 레스토랑을 훤히 아는 것, 우아한 아파트, 사회의 사다리에서 굳건한 지위를 차지한 것, 이런 것들은 그녀도 얻을 수 있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이었다. 직장에서 성공한 것은, 그녀를 웃게 하거나 친절한 행동으로 놀라게 하는 능력에 비하면 부차적인 요소였다.

-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나 할 짓을 벌여놓고는 " 하지만 여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란 말을 후렴구로 삼았다. 그녀는 딸을 사랑했고, 화장실 미화원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이 경이롭고 이타적이고 유별난 감정을 안다고 떠벌렸다. 새 남편과 살려고 딸을 전학시키는 마당에, 딸의 몇 안 되는 진정한 관계를 깨버리려고 무슨 짓이든 하는 마당에, 딸의 자신감과 자기존중심을 무너뜨리면서, 어떻게 이런 것들이 사실은 복잡하지만 깊고 진실한 사랑의 발로라고 할 수 있을까?

- 냉소적인 사람은 '너무 많이 바라고 너무 오래 기다린 사람'을 뜻했다.
그의 사랑고백은, 앞으로 혼자 밤을 보내야 하고 또 신경질을 부릴 대상이 없어진다는 걸 깨달은 남자의 반응이 아닐까?

- 상실감이 컸지만 그 대상이 에릭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사랑을 시작한 장본인은 에릭이었지만 그 남자는 사랑에 걸맞게 살지 않았다.  그녀는 기대 속에서 상상했을 뿐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기묘하게 향수를 느꼈다. 누군가 그리웠지만, 기억 속을 헤매자니 솔직히 이제는 상실감의 원인을 에릭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 감정을 먼저 이끌어낸 사람이 그 감정에 걸맞게 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상했다. 에릭은 단순히, 그를 만나기 전에도 그 후에도 존재했던, 사랑하고자 하는 욕망의 촉매재 아니었을까?

- 그녀의 사랑은 그 남자와 함께 자리잡았지만, 그것이 그 남자에 대한 사랑이었을까? 그 남자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그저 결실을 맺지 못한 약속이 아니었을까? 에릭은 너무 빈곤해서 자신이 끌어낸 감정에 응하지 못했고, 그녀의 욕구를 달래주거나 충족해주지도 못하고 불충분한 채로 남았다. 그 남자는 무슨 뜻인지 모르고 대단히 똑똑한 말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의 가치를 알지만 그 자신은 감당할 수 없는 멍청이 같았다........................에릭은 그를 둘러싼 희망사항들이 투사하는 신기루였다.

- 이것은 어떤 사람이 그러하리라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그가 실제로 하는 행동 사이의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였다. 실현하고 싶은 욕구와 실제로 실현된 모습의 뚜렷한 차이.

- "내 일부가 아직도 그이에게 밀착되어 있어."
그날 오후 앨리스는 수지에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그리워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 미쳤나봐."
"네가 그리워하는 건 사랑이야." 수지가 한숨처럼 속삭였다.

- 그녀는 감정적으로 너그러워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뭐든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믿었다............흔히 자신을 성숙하게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를 거부하지만, 그녀는 사랑을 희생의 '장'으로 여겼다.
  그러니 전혀 어울리지 않거나 진정한 대화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남자들에게도 무한히 집착했다. ..........앨리스는 그들의 정서적으로 눈먼 상태에 저항했고, 친구들 앞에서 울거나 잔인한 상황을 겪어야 하는 데에 남몰래 절망했지만, 더 적절한 상대를 만나는 것은 고집스럽게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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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
독서 2010. 6. 25. 18:05



가난했다..그리고 외로웠다.
유소년기 그리고 청소년기까지의 나의 상황은 이 두마디로 요약된다.
공부를 잘 했다, 대체로 모범생이었다.
이 두마디로는 나를 요약할 수 있었고..
어쨌거나 그 시간들은 나를 지나쳐 가버렸고 ..
난 이제 부자는 아니지만 가난하지도 않고, 활발한 대인관계를 맺진 않지만 외롭지도 않다..
또 공부를 잘하지도 않고 ;;이건좀;;
뒤늦게야 생각해 보면 나는 내게 주어진 것 이상의 나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가난, 외로움 심지어 학업에 대한 수월성 까지도 내게 주어진 것이지 내가 선택하거나 노력한 건 아니었다.
그땐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기에..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면 지나왔지만..아니었다.
지나고 보니 참 대견하게도 나의 상황과 나 자신을 견뎌온 시간이었다.

내 어린 시절을 많이 닮아 있는, 나의 어린시절과 많이 겹쳐 있는...이 소설을 읽고 오랫만에 많이 울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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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 여우의 신 포도에 관한 우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어차피 먹지 못할 것에 대해 적당한 모욕을 날려주고 미련없이 돌아서는 여유

- 무언가를 갖는 것보다 어려운 게 버리는 것이다. 오래 갖고 있었던 것일수록 미련이 돼지비곗살처럼 덕지덕지 붙어서 버리기가 힘들다. 이건 내가 특별히 부석한 결과인데, 갖고 있었떤 것을 함부로 내다버리게 되면 버려진 것들로부터 각종 저주를 받게 된다. 아까움, 심심함, 외로움, 그리움 등이 그 예다.

- 멍청하게도 눈물이 나려고 하는 순간 재빨리 노래를 지어 부르기 시작한다. 아, 이 개 같은 눈물- 아, 이 개 같은 눈물-


13세

- 웃는다고 웃었는데 눈가에는 미약한 경련이 일고 입꼬리는 한쪽만 비스듬하게 올라간 모양이다. 남의 마음에 들게 웃기는 너무 어렵다.

- 나는 글자만 보면 그것들이 철사뭉치마냥 뭉쳐져서 내 정수리를 향해 돌격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 예전에 딱 한 번 된장찌개를 만들어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십 년쯤 묵은 된장독에 혀를 담근 기분이었다.

- 나느 글을 너무 솔직하게 쓴 것에 대해 후회했다. 내 글을 읽고 있는 옆자리 짝을 보았을 때는, 꼭 내 살갖이 전부 투명해져서 몸속의 내장을 다 드러낸 채로 대낮의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세상은 간절히 바라는 일을 절대 이루어주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학교 운동장이나 동네 주차장처럼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곤 하니까.

- 어른들은 뻔뻔스럽다. 나는 그 뻔뻔스러움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 가게에서 도둑질을 하고 태연스럽게 걸어나오는 단순한 뻔뻔스러움이 아닌, 사람의 마음에 자국을 남기고도 아무렇지 앟게 웃을 수 있는 여유. 진정한 뻔뻔스러움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스스로가 뻔뻔스럽다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못할 때 비로소 제대로 뻔뻔스러워 질 수 있는 것이다.

15세

- 무조건 많이 훔치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게 아니다. 진짜를 훔치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이다.

- 나는 늘어난 티셔츠의 뒷모습을 향해 아버지, 하고 부르지 못했다. 아버지의 등짝이 내 입깁에 날아가버릴 것 같았다. 젋은 경찰이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제가 보호자인데요."

17세

- 원하지만 결코 갖지 못할 것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지금 내게 그것이 없고 앞으로도 또한 없을 것임을 편히 인정하는 것이다. 허상에 대한 기대와 집착은 서글픈 욕망에 헛바람만 불어넣을 뿐이니까.

- 고등학생이라고 시급 삼천원밖에 안 주면서 사장 행세는 더럽게 한다. 나는 앞치마를 풀어 투포환 던지듯 휘날려버린 뒤 가게를 박차고 나가고픈 충동을 참는다. 대신 솔기가 뜯어진 행주를 박박 빨아 싱크대 위에 얌전히 널어놓는다. 말이 안 통하는 좀팽이들하고 싸움을 벌여봤자 피곤해지는 것은 나뿐이다. 눅눅해진 커피찌꺼기를 쓰레기통에 쏟아버리며, 감정을 지능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만한 방법을 궁리하기로 한다.

-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상처를 주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내가 상대방에게 의미 있는 존재여야하는데, 그 의미가 버려지는 것을 감수할 만한 용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 나는 가슴속에 갑각류를 여러 마리 기른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상처를 주려고 하는 낌새가 보이면, 그 중 한마리가 재빨리 단단한 등껍질을 내밀어 그것을 튕겨낼 준비를 한다. 튕겨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녀석들은 더욱 단단해진다. 아주, 귀여운 녀석들이다.

- 내가 가끔씩 상처받는 것은 사람 때문이 아니라 상황 때문이다.

- 사랑은 몸빼바지인가보다. 누구에게 갖다입혀도 촌스러운데, 그래서인지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19세

- 나는 조용히 옥상으로 나와, 내 짧은 열아홉 인생을 샌드백처럼 세웠다 그리고 왜 이렇게 부족한 게 많으냐고 소리치며 어퍼컷을 날렸다. 이어 훅, 잽까지. 그러자 열아홉 인생은 시무룩하게 입을 열었다. "내 잘못이 아니잖아." 나는 녀석이 가엾어 졌다. 그래서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옥상 난간에 기대어 선 채로 생일의 밤하늘을 올려 보았다.

- 불행에게는 틈을 보여선 안 된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면역체계가 생기기도 전에 녀석들은 또다시 떼를 지어 덤벼든다. 정 강한 모습으로 견딜 수 없을 때는 도망이라도 가야 한다. 불행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는 나약한 인간을 가장 좋아하니까.
그날 나는 불행을 겁줄 만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버지에게 꿀물을 한 잔 타 주었다.

- 나는 줄이 끊어져 내려앉은, 지독하게 무겁고 어두운 천막 속에 갇힌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한다. 가슴속에 수만 마리의 새떼가 내 호수를 떠나 계절을 따라 날아간다. 아버지가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이길 수 없는 것을 굳이 이기려들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며 덤벼드느니 차라리 지고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낫다.

- 간절히 원했지만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엄마는 그렇게 조용히 나의 상자 속으로 걸어들어왔다. 상자는 뚜껑이 닫힌 채 내 가슴 속의 선반 한켠에 놓여졌다.

- 심장이 농구공처럼 타앙, 하고 크게 한 번 튕긴다...........녀석은 뒷목을 긁적이고, 나는 앞머리를 만지작 거린다.  
지우개로 열심히 문질러 놓은 공책 바닥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연필 자국처럼, 알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분명히 읽히지 않는 말들이 가슴 속에서 흔들거린다.

- 갖고 싶은 것을 갖지 않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열아홉 살의 끄트머리에 선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러나 굳이 원하는 것들을 자르고 구겨서 나의 주머니에 맞처 우겨넣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갖는 것과 소유한다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거다.

작가의 말

- 나는 여고생 때 걸핏하면 첫눈에 반했고 혼자 상처받길 잘했다. 아무도 들여다봐주지 않으면 외로워했지만, 또 타인이 나를 기웃거리기라도 하면 촉수를 날카롭게 곤두세웠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혼자 가벼운 장난과 농담을 하며 킥킥거리기를 좋아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posted by Dr.Hannah Son
:
독서 2010. 6. 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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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 나는 전쟁의 추억을 얘기하기도 듣기도 싫다. 사람이 수없이 죽었는데 그런데도 진부하고 지루하다. 그러나 나는 역시 분방할 것일까. 내가 징용되어 지카다비를 신고 땅 다지는 밧줄을 잡아 당기게 되었을 때의 일만은 그다지 진부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 나는 그 젋은 장교 옆에 다가서서 문고판을 내밀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말이 나오질 않아 잠자코 장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을 때 내 눈에서 눈물이 방울지어 나왔다. 그 장교의 눈에도 눈물이 반짝였다.
- 어머니는 나의 건강을 자꾸만 걱정하셨지만 나는 오히려 더 튼튼해져, 이제 와서는 땅 다지는 밧줄을 잡아당기는 일에 남몰래 자신을 가지고 또 밭일에도 그다지 고통을 느끼지 않는 여자가 되었다.

- 전쟁얘기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다고 하면서 어쩌다 나의 '귀중한 체험담'을 얘기해 버렸으나, 나의 전쟁의 추억 속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대략 이정도이다. 나머지는 그 시와 같이

  작년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
  재작년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
  그 먼저 해에도 아무 일이 없었다.

- 자신이 생각해도 지독한 소리를 하는구나 싶으면서도 말이 어떤 생물인 것처럼 애를 써도 멈추어지지 않았다.

- ...몸이 야윌 정도로 몹시 울었다. 그러는 중에 정신이 멍해져서 점점 어떤 사람이 그리워지고 그리워서 견딜 수 없고 얼굴이 보고 싶고 목소리가 듣고 싶고 양쪽 발바닥에 뜸을 뜨면서 지그시 참는 것처럼 기묘한 감정이 되어 갔다.

- 아무래도 더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허전함, 이게 그 불안이라고 하는 감정일까.

- 천 엔의 빚을 청산해야 하는데 일금 5엔.
세상에서의 나의 실력은 대강 이렇다. 웃을 일이 아니다.

- 전쟁! 일본의 전쟁은 자포자기다. 그 자포자기에 휘말려들어 죽는 건 싫다. 차라리 혼자 죽고 싶어.

- 인간은 거짓말을 할 때에는 반드시 진지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요즘 지도자들의 저 진지함.

- 남에게 존경받으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놀고 싶다. 그러나 그런 좋은 사람들은 나하고 놀아주지 않는다.

- 내가 조숙한 체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조숙하다고 수순댔다. 내가 게으름뱅이인 체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게이름뱅이라고 수군댔다. 내가 소설을 못 쓰는 체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못쓰는 사람이라고 수군댔다. 내가 거짓말쟁이인 체해 보였더니 남들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수군댔다. 내가 부자인 체했더니 남들은 나를 부자라고 수군댔다. 내가 냉담을 가장했다니 남들은 나를 냉담한 놈이라고 수군댔다. 

그러나 내가 정말 괴롭고, 나도 모르게 신음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괴로운 체 가장하고 있다고 수군댔다.
아무래도 이가 맞지 않는다.

- 아, 동생도 고통스럽겠지. 더구나 길이 막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직도 아무 것도 모르고 있겠지. 다만 매일 죽을 셈치고 술을 마시고 있겠지. 차라리 눈 딱 감고 본질적으로 불량 청년이 돼 버리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오히려 동생도 즐거워질 게 아닐까. 

  불량이 아닌 인간이 있을까? 가고 그 노트에 씌어 있었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불량이고, 외숙도, 어머니도 모두 불량 같이 생각된다. 불량이란 친절한 것이 아닐까.

- 그러나 나의 지금의 생활은 그 이상의 무서운 것인 듯해서 M C를 의지할 것을 단념하지 못하는 겁니다. 비둘기처럼 순하게, 뱀처럼 영리하게, 나는 나의 사랑을 완수하고자 합니다. 

- 나는 결국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행동할 수 밖에 도리가 없구나,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난생 처음의 일이기 때문에 이 어려운 문제를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받으면서 해내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지독하게 복잡한 대수의 인수분해나 무슨 답안을 생각하듯 심사숙고하고, 어디엔가 한 군데 술술 풀려 나갈 실 끝이 있음직해서 갑자기 명랑해지기도 하고 합니다. 

- 6년 동안에 언제쯤부터인지 당신이 안개처럼 내 가슴에 스며들고 있었떤 겁니다. 

- 문제는 당신의 회답입니다. 나를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 그게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가, 그 회답은 무서운 것이지만, 그러나 알아야 하겠습니다. 일전에 드린 편지에도 내가 억지 춘향이로 밀도 들어가는 애인이라고 썼고 또 이 편지에도 중년여자의 억지라고 썼습니다만, 지금 잘 생각해 보니 당신에게서 답장이 없다면 내가 억지를 쓰려야 쓸 수도 없고 혼자 멍청하게 야위어갈 뿐이겠지요.
역시 무엇인가 당신의 답장이 없다면 소용없는 노릇입니다. 

- 재미있는 말이군. 딱지가 붙었으면 오히려 안전하고 좋지 않을까. 방울을 목에 걸고 있는 새끼 고양이처럼 예쁘지 않아? 딱지가 안 붙은 불량이 무서운 거야.

- 세상에서 좋은 사람이라며 존경받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고 가짜라는 걸 나는 알고 있어요. 나는 세상을 신용하지 못하는 겁니다. 딱지 붙은 불량배만이 나의 편입니다. ..............만인에게 비난을 받아도 그래도 나는 답변할 수가 있어요. 너희들은 딱지도 붙지 않은 가장 위험한 불량배가 아니냐고.

- 나오지의 얘기를 들어 보면 내가 사모하고 있는 사람의 신변 분위기에 나의 체취는 눈곱만큼도 스며들디 않은 듯하다. 나는 부끄럽다는 느낌보다도 이 세상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기묘한 생물 같은 기분이 들고, 나 하나만 남겨놓고 다 어디론가 가 버려 불러도 소리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땅거미 지는 광야에 서 있는 듯한,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처참한 기분이 엄습했다.

이것이 실연이라는 걸까. 광야에 속수무책으로 서 있는 동안에 해가 꼴딱 지고 밤이슬에 얼어죽는 수 밖에 다른 수는 없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니 눈물도 나오지 않는 통곡으로 두 어깨와 가슴은 마구 뛰고 흔들려 숨도 쉴 수 없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 "어두운 데서 가만히 누워 계시는 것이 싫으시죠?" 라고 선 채로 물으니까,
   "눈을 감고 누워 있으니까 마찬가지예요. 조금도 쓸쓸하지 않아. 오히려 눈이 부신 게 싫어요. 앞으로는 안방에 불을 켜지 말아줘." 라고 하신다.

- 나에게는 경제학이란 것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인색한 것이고, 그리고 영원히 인색할 것이라는 전제가 없으면 전혀 성립되지 않는 학문이다. 인색하지 않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분배의 문제나 기타 문제에도 아무런 흥미가 없는 일이다..

- 파괴는 불쌍하고 슬프고, 그리고 아름다운 것이다. 다시 건설해서 완성하려는 꿈. 그리고 일단 파괴하면 영원히 완성의 날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그리운 사랑 때문에 파괴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 ..슬픔의 바닥을 뚫고 나간 마음의 안정이라고나 할까, 그 같은 행복감에 흡사한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 행복감이란 것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 같은 게 아닐지. 슬픔의 극치를 통과해서 기이한 엷은 빛을 보는 심정.

- "나는 모르겠다. 세상을 아는 사람은 없는 게 아냐? 언제까지 가도 모두 어린애예요.........." 
그러나 나는 살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어린애일지라도 어리광만 부리고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이제부터 세상과 싸워 나가야 하는 것이다.

- 어머니가 마침내 돌아가시게 되자 나의 로맨티시즘이나 감상은 차츰 사라지고, 뭔가 나 자신이 마음 놓을 수 없는 나쁜 지혜를 가진 생물로 변해가는 심정이 되었다.

- 사람이 태어난 이상 아무렇게라도 끝을 볼 때까지 살아야 한다면, 이 사람들이 끝을 볼 때까지 살아가려고 애를 쓰는 모습도 노상 미워만 할 수 없지 않을까.

- 쓸쓸하다느니 고적하다느니 그런 여유 있는 것이 아니고 슬픈 거야.....자신의 행복도 광영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사람은 어떤 심정이 될까. 노력? 그 따위 것은 다만 굶주린 야수의 밥이 될 뿐이야.

-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굳세게 끝까지 살아가야 하겠고, 그건 훌륭한 일이며, 인간의 영관이란 것도 그런데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죽는 일도 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나는 천해졌습니다. 천한 말투를 쓰게 됐습니다. .......지금에 와서 나의 천함은 60프로가 인공적으로 덧붙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나머지 사십 프로는 진짜 천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 내던진 세계로 돌아갈 수도 없고, 민중으로부터는 악의에 찬,개떡 같은 정중한 대우를 받는 방청석이 주어질 뿐입니다.
 
- 인간은 모두 다 같은 것이다.
얼마나 비굴한 말입니까. 남을 업신여김과 동시에 자기 스스로도 업신여기고, 아무런 프라이드도 없이 모든 노력을 포기하는 말.

- 나는 놀면서도 조금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쾌락의 임포텐스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다만 귀족이라는 자신의 그림자에서 떠나고 싶어, 미치고, 놀고, 거칠어졌습니다.

- 나의 자살을 비난하고 끝까지 살아서 견디어야 했다, 고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입끝에서만 그럴싸한 표정으로 비판하는 사람은, 폐하께 과일 장사를 하시라고 태연하게 권고할 만큼이나 대위인임에 틀림 없습니다.

- 나는 죽는 편이 낫습니다. 나에게는 소위 생활 능력이 없습니다. 돈으로 남과 다툴 힘이 없는 거예요. 나는 남에게 엉겨붙지도 못합니다.

- 모두가 나로부터 떠나간다................어쩐지 당신도 나를 버리신 모양입니다. 아니 차츰 잊어가고 계시는 것이겠지요.
- 당신이 나를 잊어버린다 해도, 또 당신이 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있다 해도, 나는 나의 혁명의 완성을 위해서 건강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인간실격

- 자신의 행복 관념과 온세상 사람들의 행복 관념이 전혀 딴판으로 어긋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불안...

- 나는 어릴 때부터 아주 행복한 아이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나 자신은 지옥에 있는 것처럼 고통스럽기만 했고, 오히려 나를 두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편이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안락한 것같이 나에게는 느껴지곤 했습니다. 
 
- 나에게는 재앙 덩어리가 열 개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만이라도 내가 아닌 이웃 사람이 짊어진다면, 그 한 개의 재앙 덩어리만으로도 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 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일조차도 있습니다.

- 나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을 단념할 수는 정말 없었던 모양입니다.

-........ 결국은 처세를 잘하는 사람의 세상에 잘 통하는 핑계에 말려들 뿐이 아닐까.

- 반드시 어딘가 허술한 곳이 있음이 분명하고, 결국은 인간에게 호소하는 일은 헛수고에 지나지 않고, 나는 역시 진정한 얘기는 하지 말고 참고 견디며, 그래서 어릿광대 노릇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그대로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안이함과 어리석음.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의해서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흉측한 것을 보고 구역질을 하면서도 거기에 대한 흥미를 숨기지 않고 표현의 기쁨에 잠기고 있습니다.

- 그리고 그는 그 어릿광대 노릇을 의식 없이 실천하며, 더욱이 그 어릿광대의 비참한 점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나하고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었습니다.

- 쓸쓸하다.
나에게는 천 마디 만 마디의 신세타령보다도 이 한 마디의 독백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리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이 세상 온갖 여자에게서 마침내는 한 번도 나는 그 말을 듣지 못했던 것을 기괴하고도, 불가사의하다고도 느끼고 있습니다.

- 겁쟁이는 행복조차도 두려워합니다. 솜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행복으로 상처를 받는 일도 있습니다. 상처를 받기 전에 빨리 이대로 헤어지고 싶어서 초조하여, 늘 쓰는 수법이 어릿광대 노릇으로 연막을 둘러치는 것이었습니다.

- 그건 세상이 용서하지 않는다
  세상이 아니고 자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 따위 짓을 하면 세상으로부터 혼구멍이 날 거다.
  세상이 아니고 자네겠지
  두고 봐. 세상에서 매장되고 만다
  그건 세상이 아니고 자네가 매장하겠지
posted by Dr.Hannah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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