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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04.26 :: 도리언그레이의 초상 2
  3. 2012.04.12 :: 백의 그림자
  4. 2012.04.05 :: 의사 이야기 2
  5. 2010.09.01 :: 뜨거운 침묵
  6. 2010.09.01 ::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7. 2010.06.28 ::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3
  8. 2010.06.25 :: 시계탑 - 전아리
  9. 2010.06.25 :: 사양,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2
  10. 2010.06.19 :: 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지음 1
독서 2012. 4. 26. 12:02

 

 

 

우에노 :거꾸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결혼해서 애를 낳아온 여자들도 자각하는 계기는 없었잖아요. 지금 독신으로 살고 있는 여자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냥 선택의 폭이 넓어진 현실 속에서, 눈앞의 이익을 좇다보니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면, 그 것 또한 좋지 않습니다, "자각도 없이 기혼자가 되고, 자각도 없이 독신자가 되어, 한쪽에서는 애를 낳고, 한쪽에서는 낳지 않는다. 그리고 낳지 않은 쪽이 점점 더 즐어나고 있을 뿐이다." 거시적인 사회변동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시대의 무의식이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요?

 

우에노 :그러고 보니, 비혼화와 결혼 갈망이라는 현상이 서로 무관하게 "비혼이 늘고 있는데도 결혼 갈망은 여전히 높다"는 기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많은 연구자들은, 결혼은 원하지만 결혼의 기대 수준이 낮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혼화도 동시에 진전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어요.

 

노부타 :.... "아, 역시 나는 심판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두번 다시 상담받으러 오지 않습니다. 상담자는 '사법적 개입'이나 '원조'의 색깔을 띠면 안됩니다. 내담자는 심판받기 위해 온 게 아니라, 자기가 얼마나 정당한가를 승인받으려고 오니까요. 그래서 처음 단계에서는 승인해주지 않으면 안 돼요.

 

우에노 : 상상력도 능력의 일종이니까요. 지금 여기에 없는 것을 보는 능력, 없는 것을 듣는 능력도 있을지 모르고요. 이야기가 조금 건너뛰게 됩니다만, 예를 들어 벤처를 하는 사람들은, '아직 보지 않은 미래'를 보면서, 발판이 없는 곳에 발을 내디는 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드시 확실한 전망이나 확실한 대안이 제시되고 난 뒤에, A나 B를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보지 않은 미래'를 보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며, 거기에 발은 내딛는 것도 능력입니다. 발판이 없는 곳에 발은 내디딜 때에는, 정보를 갖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나 자존감, 그런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우에노 : 저는 '역할모델'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만, 여성들의 다양한 역할 모델이 등장할 때, 예를 들어 일을 계속하면서 애를 낳아 키우온 여성은 다른 여성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런말 저런 말을 들어왔는지 몰라요. 이것이 아니라면 그것, 그것이 아니라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글쎄, 그 여자는 집이 잘 살기 때문에", "그 여자는 남편이 이해심이 많기 때문에", "그 여자는 무엇보다도 할벌이 좋기 때문에," "그 여자는 직장 상사가 이해심이 많이 깨문에"라고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갖가지 자원을 들먹이죠. 그러고 나서 "우리 집은..."이라는 식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 집 아이는 특별하게 손이 많이 가는 키우기 힘들 애라서"라든가요. 하여튼 온갖 핑계를 동원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온 여성과 자기를 차별화하려고 한거죠.

....략.... 그게 바로 핑계 입니다.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자기를 정당화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거죠.

노부타 : 현상을 바꾸지 않고, 그 속에 안주해 있는 것에 대해, 어떤 추궁을 받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까요? 

....략...저는 특별히 추궁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이 남편과 헤어지고 싶다고 센터에 찾아오고 있으니까요.

우에노 :그렇지만 "남편과 헤어지고 싶다고 하면서, 당신은 왜 헤어지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것은 추궁하는 것이 아닌가요? 적어도 본인들에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을 까요?

노부타 :본인에게 "왜 헤어지지 않나요?"같은 말은 하지 않아요. 헤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센터를 찾아온 것이고, 혹은 좀더 다른 문제를 안고 있거나 해서, 절벽 끝에 서있는 심정으로 오니까요. 그런 때에 "왜 헤어지지 않나요?"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을 책망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우에노 : "제가 싫다면 다른 곳에 가주십시오"라는 한마디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 이것이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 수 있는가 없는가 판가름하는 것이 관건이겠네요.

 

우에노 :..생협은 자조, 공조, 상조 중에서도, 상조를 선택하고 있는데, 상조란 서로 돕는 것이기 때문에, 도움을 받는 측면과 도와주는 측면에서, 서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관계가 되면 상조 체계가 지속될 리가 없다. 그래서 상조의 능력이 없는 사람들까지 책임지려는 순간, 당신네들의 시스템은 붕괴한다.

 

우에노 :....성적인 행위와 성적이지 않은 행위 사이에 큰 차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 피해자 본인이 아닙니다. 가해자가 먼저 그것을 특별한 행위로 의식하고 있었어요. 가해자는 그것이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나쁜 행위라는 것도 자각하고 있었어요.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 것은 피해자 쪽이죠. 가해자도 '사랑'이라는 똑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은 재배욕과 소유욕을 바꿔 말한 것에 지나지 않고요. 그리고 피해자는 '사랑'이라는 말로 은폐되어온 '현실'을 나중에서야 직시하고 재정의한다는 것이죠. 어쨌든 성적인 행위가 지배와 소유의 각인이 된 것은, 근대가 성에 부여한 특권적인 의미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피해자도 가해자도, 양쪽 모두, 근대의 성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겟죠.

 

우에노 :...특정한 집단 안에서는 분배의 평등을 실현하지마, 그러나 그 특정 집단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한다는 거죠. 재정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들어오십시오"라고 할 수 없는 거죠.

 

우에노 : 일이란 생계 수단 입니다. '세상살이'와 '좋아하는 일'이 일치할 수 있다는 정말 딱한 환상이 존재해요. 그런 환상을 무라카미 류는 [13세의 직업소개소]라는 책으로 선동하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제가 한 일에, 왜 남이 돈을 준다고 생각해? 남에게 도움이 된 일이었기 때문에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는 거잖아. 이걸 깨달았으면 조금은 남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몸에 익혀. 마사지도 어학 능력도 남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돈을 받잖아.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돈 받을 생각하지 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자기 돈 내고 하는 거야, 이 멍청아"라고.

 

우에노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저는 의문을 가져 왔습니다. 왜 내가 사는 것에 타인의 승인이 필요한가? 왜 내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면 안 되는가? 그렇게 되지 않으면, 나는 삶의 가치를 잃게 되는 걸까?

.....

우에노 : 일본에는 여자가 늙어가는 것에 대한 통속적인 이데올로기가 존재합니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늙어서 사랑받지 못하면, 살아갈 가치도 없는 건가요? 저는 딱 질색입니다. ....략..."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귀엽지 않던 내가 앞으로 갑자기 귀여워질 리가 없잖아요"...략..."갑자기 귀여워질 수는 없어요. 앞으로 귀엽든지 귀엽지 않든지 관계없이, 노인은 제대로 부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에노 :재미있는 것은, 그런 고령자 모임에 나가서 보면, 거의 정해진 것처럼 남자가 와서 "나이를 먹어도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나이를 먹고도 이렇게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끝없이 해대요. 남자란 정말 몇 살을 먹어도 구제할 길이 없어요. "사회적 승인 없이는, 당신은 살아가지도 못해?"라고 말하고 싶어져요.

 

우에노 : .... 이 가계 분리 원칙은 부모와 자식이 동거하는 경우에도 엄격하게 지켜지는 추세입니다. 부모의 경제적 부담 능력을 넘는 부양은 하지 않는다는 거죠. 자식 세대는 부모에게 손을 내밀지만, 부모를 위해 자기 돈을 쓰지는 않아요. 그래서 돈이 없는 노년층의 노후는 앞으로 상당히 어려워질 것입니다. 또 하나는 통계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만, 부모와 함께 살거나 따로 살거나 상관없이 부모 부양을 떠맡고 있는 한 사람이 있는 경우, 다른 사람들은 거의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양을 떠맡은 사람의 부담이 크고 동시에 고립되기 쉽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에노 :피해자로 계속 남아 있는 것 자체가, 그대로 가해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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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
독서 2012. 4. 26. 11:20

 

 

 

서문

 

예술을 드러내고 예술가를 감추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다.

 

비평가는 아름다운 사물에서 받은 인상을 다른 방식으로 또는 새로운 재료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다. 비평 최고 형태와 최저 형태는 둘다 자서전의 양식이다.

 

도덕적이거나 부도덕적인 책은 없다.

책은 잘 쓰여 지거나, 아니면 못 쓰여 질 뿐이다. 그게 다다.

 

예술이 진정으로 반영하는 것은 관객이지 삶이 아니다.

 

===================================================================

 

학식이 필요한 직없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한번 생각해 보게. 어쩌면 그리 완벽하게 추악할 수 있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차지하는 축은 못생기고 멍청한 이들이야. 이들은 마음대로 편안하게 입벌리고 앉아서 연극을 구경하듯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네. 승리에 대해ㅐ 아는 바가 없다면, 최소한 패배가 무엇인지 아는 고통은 면제받은 사람들이야. 평안하고 태평하며 동요 없는 삶.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기를 원하지만 살 수 없는 삶을 이들은 아무 어려움 없이 살아간다네. 이들은 다른 이들에게 파멸을 가져다 주지도 않을 뿐더러 모르는 자로부터 파멸당하는 법도 없네.

 

단 한 번도 도덕적인 말을 하지 않지만, 단 한 번도 잘못한 행동을 하지도 않지. 자네의 냉소주의는 단지 포즈일 뿐이야.

 

웃음은 우정을 시작하는 썩 좋은 방법이야. 그리고 절교의 방법으로는 단연 최상이고 말이야.

 

자네는 모든 사람을 좋아해. 다시 말하면 그건 자네가 모든 사람에게 무심하다는 거야.

 

나는 그들의 그 천박한, 탐색하는 눈앞에 내 영혼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아. 나의 심장은 결코 그들의 현미경 위에 놓이지 않을 거야.

 

예술가는 아름다운 사물을 창조해야지 하지만, 자기 삶에 속하는 그 무엇도 작품 속으로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되네. 우리는 사람들이 예술을 마치 일종의 자서전으로 대하는 시대에 살고 있네.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추상적인 감각을 잃어버렸어. 언젠가 나는 셰계에게 그 감각이 무엇인지 보여 줄 걸세.

 

천재성이 아름다움보다 더 오래간다는 건 의심의 여지 없이 진실이야. 넘치도록 교육받고자 우리 모두가 그토록 애쓴다는 사실을 바로 저걸로 설명할 수 있을 걸세. 존재를 위한 격렬한 투쟁에서 우리는 오래 남을 수 있는 뭔가를 갖기 원하고, 따라서 우리의 정신을 쓰레기와 사실들로 채우는데, 그건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거라는 어리석은 희망 때문인 거야,. 모르는게 없는 사람. 이것이 현대의 이상이지만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의 정신은 끔찍한 것이라네. 그것은 마치 허섭 스레기만 팔고 있는 가게 같아서, 그 안에는 괴물과 먼지 밖에 없으면서 이 모두가 공정가 이상의 고가가 적힌 가격표를 날고 있지.

 

둘 다 이런저런 미덕의 중요성에 대해 긴 시간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그들 자신의 삶에서 실천할필요성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 미덕에 대해. 부자는  근검절약의 가치를 말했을 것이고, 게으른 자는 노동의 존엄성에 관해 매끈한 연설을 했을 것이다.

 

영향이란 건 다 나쁜 영향일세.

 

영향을 받은 사람은 자기에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열정으로 불타오르지도 않지. 그의 미덕은 그에게 진정한 미덕이 될 수 없어. 그의 죄악은, 만일 죄악이라는 게 있다면 말일세. 그 죄악은 빌려 온 것일 뿐이야. 그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음악의 메아리가 되고, 그를 위해 써진 게 아닌 각본 속의 배우가 되거든.

 

인생의 목적은 자기 계발에 있어. 자신의 본성을 완벽하게 실현한다. 이것이 우리 각자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인 거야.

 

행동은 정화의 한 형태니까. 남는 것은 쾌락의 기억 또는 회한이라는 사치 뿐이야. 유혹을 사라지게 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유혹에 지는  것. 저항한다면, 우리의 영혼은 그것이 스스로에게 금지한 것들을 향한 갈망으로 병들 것이며, 영혼의 괴물 같은 법칙이 끔찍하고 불법적이라고 규정한 것들을 향한 욕망으로 병들거야.

 

자네는 자네가 알고 싶어하는 것만큼 알지는 못해도, 자네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을 알고 있네.

 

자신의 실체를 보는 일이 왜 타인에 의해 일어나야 하는가?

 

완벽하게 그리고 충만하게 살 시간은 앞으로 몇 년 뿐일세. 자네의 청춘이 사라지면 자네의 아름다움도 그와 함께 사라질 거야. 그리고 자네는 불현듯 자네에게 그 어떤 승리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 테고, 아니면 과거의 기억 때문에 패배도다 더욱 쓰라리게 여겨지는 그저 평범한 승리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일세. ................략...............세계는 한 철 동안만 자네의 것이야. ...

 

여자들은 로맨스를 영원히 지속시키려다가 번번히 망쳐 버리네. 그건 무의미한 단어이기도 해. 변덕과 일생에 걸친 열정이 유일하게 다른 건 변덕 쪽이 좀더 오래간다는 걸세.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 있지도 않은 그것에 사람들이 얼마나 수선을 떠는지. 심지어 사랑이라는 것도 전적으로 우리 몸의 욕구와 관련된 문제야. 우리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 젊은 남자들은 한 여자만 사랑하고 싶어하지만 몸이 여러 여자를 원해. 늙은 남자들은 여러 여자를 사랑하고 싶어하지만 몸이 따라 주질 않는다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전부일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에는 극도로 매혹적인 무엇이 있었다. 그 어떤 일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에 비하지 못하리. 나의 영혼을 어떤 우아한 형태로 다듬어 상대에게 투사하고 내 영혼이 상대의 영혼 속에 잠시 머물도록 하는 것. 나의 지적인 견해에 상대가 열정과 청춘을 더해 더욱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려주는 것을 듣는 것. 나의 기질이 신비한 액체나 향수이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 그 안에는 진정한 기쁨이 있었다.

 

그는 현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르는 잘 알려진 규칙에 따라, 공적인 삶에서는 자기가 속한 당의 지도자를 따르지만 사적인 삶에서는 가장 뛰어난 요리사를 추종하고, 토리당원들과 식사하지만 사고방식은 자유주의자들과 함께하는 인물이었다.

 

그에겐 유머의 신이 입다 버린 헌 옷들로 가득 찬 옷장이 있었다.

 

저는 잔인한 힘은 견딜 수 있지만 잔인한 이성은 견딜 수 없습니다. 잔인한 이성을 사용하는 데에는 무엇인가 부당한 면이 있어요. 지성보다 아래에 있는 것을 가격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헨리 경은 도리언 그레이의 두 눈이 자신에게 못 박혀 있는 것을 느꼈고, 청중사이에 매혹시키고 싶은 한 인물이 있다는 의식이, 그의 기지를 날카롭게 하고 상상력에 색채를 더해 주는 듯 보였다. 그는 빛나는 지성과 거칠 것 없는 상상력, 개의치 않는 무책임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독특한 여자로, 그녀의 옷은 언제나 격분 속에서 디자인하고 태풍 속에서 입혀진 것 같았다. 늘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있었고, 그녀의 열정이 결코 보답받지 못했으므로 그녀는 품었던 환상을 모두 간직할 수 있었다. 그녀는 화려해 보이기 원했지만 할 수 있었던 건 단정치 못한 차림뿐이었다.

 

남자들은 인생에 지쳤기 때문에 결혼하고, 여자들은 결혼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결혼한다네. 그리고 양쪽 모두 실망해.

 

다른 사람들이 빼앗아가는 게 두렵지만 않다면 두 번 보지 앟고 내다 버릴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우리삶에는 있네.

 

개인적으로 만나 즐겁고 매력 있는 예술가로 내가 아는 사람들은 전부 예술가로서는 저급이었네. 뛰어난 예술가는 자신이 창조하는 것 속에서만 존재하고, 그 결과 예술가 자신은 더할 나위 없이 재미 없는 인물이라네.

 

우리는 언제나 우리 자신을 오해했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경험에는 윤리적 가치가 전혀 없었다. 경험은 사람들이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붙인 이름일 뿐이었다.

 

경험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과거와 마찬가지이리라는 것, 우리가 혐오감에 몸을 떨며 저질렀던 죄악을 즐거워하며 저지르고 또 저지르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와 같은 감정적 수준에서 이 장면을 계속 연기하고 싶었지만, 그는 장면이 이어지는 것을 중지시켰다. 짐가방을 아래로 운반해야 했고 목도리를 찾아야 해다. 하숙집의 잡역부가 법석을 떨며 들락 날락 했다. ....략...........극적인 순간이 천박한 세부 속에 사라져 갔따.

 

이제 나는 그 무엇도 인정하거나 부정하지 않네. 인정이나 부정은 삶에 대해 취하기에는 아주 멍청한 태도야. 우리의 도덕적 편견을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라고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말에 결코 주목하지 않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하는 일에 결코 끼어들지 않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여기길 즐기는 이유는, 우리 자신을 생각할 때 두렵기 때문일세. 낙천주의의 근거는 절절한 공포감이야. 우리가 인간의 본성이 관대하다고 믿는 건, 이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미덕을 소유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야. ...략....내가 했던 말은 모두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네. 나는 낙천주의를 그 이상 경멸할 수 없어.

 

파멸한 인생이라면, 성장이 멈춘 삶만큼 파멸한 인생이 어디 있을까. 본성을 훼손하고 싶다면, 그 모양을 바꾸기만 하면 되네.

 

결혼이 뭐죠? 취소할 수 없는 맹세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당신이 결혼을 조롱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죠. 아! 조롱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취소가 불가능한 맹세입니다. 그녀의 신뢰가 내게 영원을 약속하게 하고, 그녀의 믿음이 나를 선하게 만듭니다.

 

여자들은 남자에게 걸작을 쓰겠다는 욕망이 생기도록 영감을 주지만, 언제나 그 욕망의 실현을 좌절시키고 말지.

 

도리언, 자네는 언제나 나를 좋아할 거야. 나는 자네에게, 자네가 저지를 용기가 없어 저지르지 못했던 모든 죄악들을 상징하는 사람이니까.

 

당신이 나의 사랑을 죽였어. 당신은 한때 나의 상상력을 뒤흔들었지만, 이제는 나의 호기심조차 자극하지 못해. 당신을 보아도 아무 느낌이 없어. 나는 당신이 빼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천재성과 지성이 있었기 때문에, 위대한 시인의 꿈을 현실로 표현하고 예술의 그림자에 모양과 내용을 주었기 때문에 사랑했어. 당신은 이 모두를 내다 버렸어. 당신은 천박하고 멍청한 사람이야.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아주 많았던 건 아니지만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 사람들이 몇몇 있었던 것은 사실일세. 그들은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게 된 후에, 아니면 그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 후에도 계속 살아갈 것을 고집했네. 그들은 살찌고 지루한 사람들이 되었고, 나와 만나면 곧장 회상에 잠기네. ......그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몰라! 인생의 다채로운 색채를 빨아들여야 하지만 세부를 기억하면 안된다네. 세부란 언제나 천박한 것이야.

 

헨리경에게는 아주 위험한 인물이 지닌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진정한 애정을 느끼기에 그는 너무나 영리하고 또 너무 냉소적인 사람이었다. 기이한 열광과 도취로 그를 채울 누군가가 그의 삶에 있을까?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삶이 우리를 위해 간직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일까?

 

영국 사람들이 하는 잡담이란 게 어떤 건지는 나도 잘 압니다. 중산 계급의 사람들은 천박한 저녁 식탁에 모여 앉아 자신들이 가진 도덕적 편견들을 공기 중에 토해 내고, 자기들보다 나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그들의 말에 따르면 '방종'을 속삭이는데, 그건 자기네가 똑똑한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착각을 하기 위하여, 그리고 자기들이 음해하는 사람들과 자기들이 친밀한 관계에 있음을 과시하기 위하여 그러는 겁니다. 이 나라에서는 남다른 품위와 두뇌를 갖는 것만으로도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입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어요. 스스로 도덕을 부르짖는 사람들, 이 사람들 자신이 영위하는 삶이란 도대체 어떤 거죠? 이봐요, 당신은 우리가 지금 위선자의 원산지 국가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어요.

 

친구들에게 끼치느 영향으로 한 사람을 판단할 권리가 인간에겐 있는 법이야. 자네는 친두들에게 쾌락을 향한 미친듯한 열정만을 자극해. 자네 친구들은 그래서 깊이 모를 심연으로 추락해 간 거야.

 

덜 떨어진 목사의 특징은 설교하고 싶어서 이러는게 아니라는 말로 입을 열고는 곧 제가 한 말을 스스로 배반하는 데 있다.

 

행위 자체보다는 행위에 대한 기억 속에서 빛을 발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죄악이 있다. 열정보다는 자부심을 만족시키는 기이한 승리감, 감각보다는 지성에 숨가쁜 도취감을 가져다 주는 죄악이 그랬다. 하지만 간밤의 살인은 이런 죄악이 아니어싿. 그것은 정신에서 몰아내야할 기억, 아편으로 잠재워야 할 기억, 그것이 사람을 목조르기 전에 목 졸라 살해해야 할 기억이었다.

 

인생의 모든 걸 알았다고 하지 말하지는 말아요. 인생의 모두를 알았다고 남자가 말할 땐, 실은 인생이 그를 끝장낸 거니까.

 

전 남자라면 미래가 있는 사람이, 여자라면 과거가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와 착오를 대신 짊어지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 인간에겐 각자 살아야 하는 자기의 삶이 있고,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대가 역시 각자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 가엾은 것은, 한번의 잘못 때문에 여러 번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뿐. 진실로 우리는 거듭 대가를 치르고 또 치른다. 인간과 거래하면서 운명의 여신은 결코 장부를 덮지 않는다.

 

실제의 삶이 혼돈이건만, 상상의 세계엔 끔찍하도록 논리적인 뭔가가 있었다. 죄악의 발꿈치를 쫒아가 물도록 개를 푸는 것이 상상력 이었다. 모든 범죄가 기형의 새끼를 치도록 하는 것이 상상력 이었다. 사실로 구성되는 실제의 세계에서 사악한 자는 처벌받지 않았고 선한자가 보상을 받지도 않았다. 강자가 성공을 차지하고 약자에게 실패가 던져지는 거싱 전부 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게 단지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해도 양심이 그처럼 무서운 환영을 불러 일으키고, 그것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 사람의 눈앞에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밤이고 낮이고 그가 지은 죄의 그림자들이 조용한 구석에 숨어 있다가 그를 곁눈질하고,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서 그를 조롱하고, 만찬의 식탁에 앉을 때 그의 귀에 속삭이고, 얼음장 같은 손으로 잠들려는 그를 깨운다면 그의 삶은 어찌 되겠는가!

 

"해리, 당신을 경구 하나를 내놓기 위해 그 어떤 사람이라도 희생시킬 겁니다. "

"세상은 자기 스스로가 원하는 한에서 자발적으로 제단에 올라갈 뿐이야"

 

"내가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그 열정을 잃어버렸고, 그 욕마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나는 자신에게 너무 몰두하고 있어요. 나의 성격, 나의 개성이란 게 나에겐 짐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도망쳐 어디론가 멀리가서 나를 잊고 싶어요.

 

인간이 문명을 성취할 수 있는 길은 단 두가지. 하나는 교양을 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락하는 것일세.  시골 사람들에게는 이 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둘 다 박탈되어 있어. 그래서 그들이 정체하는 거야.

 

늙은 사람의 비극은 늙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실은 늙었음에도 여전히 젊다는 데에 잇어.

 

나는 자네가 일생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앗다는 사실, 자네 자신이 되는 것 말고 다른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네! 자네에겐 삶 자체가 예술이었어. 자네의 움직임이 음악이었지. 자네가 살았던 나날이 소네트 였다고.

 

자네 진정 설교를 하려 드는군. 좀 있으면 개종한 사람의 열정을 가지고 신앙 부흥을 외치며 돌아다니겠어. 이제 자네에겐 지겨워진 죄를 다른 사람들에게 짓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말이야. ......략......그래봤자 소용도 없다네. 현재의 우리는 현재의 우리일 수 밖에 없고, 미래의 우리는 미래의 우리일 수 밖에 없네.

 

그가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죄악이 그때끄때 확실하고 신속한 벌을 내렷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처벌은 정화를 가능케 했다. 가장 공전한 신에게 우리가 바치는 기도는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가 아니라 '우리 죄인을 벌하시고'가 되어야 했다.

 

================================================

 

오스카 와일드의 반박문

 

예술가가 하는 일은 일어난 일을 사실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술가가 하는 일은 현실에 없는 것을, 또는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한 나라의 정부가 상상에서 나온 문학 작품에 검열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끔찍한 생각을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나와 내가 아는 모든 문인들이 그 무엇보다 앞서 거부할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에도 일리가 있다고 믿는 비평가가 있다면, 그는 바로 그 순간에 문학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문학이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입니다.

 

비평가는 예술 작품을 예술가의 성격에 대한 어떤 언급없이 비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상 여기서 비평이 시작하는 것입니다.

 

문학과 문학 작품에 대하여 그에게 전혀 비평적 안목이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일 따름이며, 그런 안목의 부재는 문학에 대해 글을 쓰는 자라면 그 어떤 종류의 악의를 갖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무능력입니다.

 

내 책을 비평한 신사는 예술과 인생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희망없는 혼란에 빠져 있고, 예술의 소재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그를 도와주려는 당신의 시도는 상황을 조금도 낫게 하지 못합니다. 행동에 제약이 있어야 한다면 그건 맞습니다. 예술에 제약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 그건 맞지 않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존재하지 않는 모든 사물이 예술의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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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댄디는 경멸의 가면 아래 19세기의 천박함과 범용함에 대한 혐오를 감춘다. 그는 예술을 통해 우아함을 성취하고 그렇게 하면서 자신을 독창적인 존재로 만든다. 그는 자신을 우월하게 만듦으로써 저주받은 사회와 대결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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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
독서 2012. 4. 12. 18:02

 

 

빚을 지지 않고 살 수 있나요.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글쎄요. 하고 무재 씨가 나무뿌리를 잡고 비탈을 내려가느라 잠시 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자칭하고 다니는 사람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조금 난폭하게 말하자면, 누구의 배도 빌리지 않고 어느 날 숲에서 솟아나 공산품이라고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알몸으로 사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신은 아무래도 빚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뻔뻔한 거라고 나는 생각해요. ....................략.............................................................

공산품이란 각종의 물질과 화학 약품을 사용해서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 여러가지 사정이 생길 수 있잖아요? 강이 더러워진다든지, 대금이 너무 저렴하게 지불되는 노동력이라든지. 하다못해 양말 한켤레를 싸게 사도, 그 값싼 물건에 대한 빚이 어딘가에서 발생한다는 이야기예요.

 

그림자가 일어서더라도, 따라가지 않도록 조심하면 되는 거예요.

 

농부의 아내가 불을 끄자 문득 눈앞이 닫힌 것처럼 어두워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손을 들어 올려서 얼굴 쪽으로 천천히 내려 보아도 그 손이 보이지 않았다. ..............략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눈을 의심하며 가만히 누워 있었다.

 

 

가마와 가마와 가마는 아닌 것

 

나는 쇄골이 반듯한 사람이 좋습니다.

그렇군요.

좋아합니다.

쇄골을요?

은교씨를요.

.....나는 쇄골이 하나도 반듯하지 않은데요.

반듯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좋은 거지요.

 

그게 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맞는 것 같고 마링지. .......략.... 물론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하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게 되어 버리면 그때는 끝장이랄까.

 

여 씨 아저씨는 삼십 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서 음향 기기 수리를 하고 있었다. 기술에 비해 수리비는 저렴하게 받는 편이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답답하게 여겨질 만큼 느긋한 면이 있어서 까다롭거나 무례한 손님을 만나면 종종 다툼이 벌어졌다. 여 씨 아저씨는 그런 손님들의 물건 안쪽에 페인트로 조그만 표식을 해 두고 그 후 에 그 손님이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든가 모르는 척을 하고 기계를 맡겨 오면 뚜껑을 따 놓고 페인트 자국을 확인하며 이 자식 이거 그때 그 자식. 이라며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그런 다음엔 이쪽에서도 모르는 척, 기계를 수리해서 돌려보내곤 했다.

 

유곤씨는 뭘하러 왔던 걸까요. 라고 물으면 외로워서 들른 거라고 여 씨 아저씨가 말했다.

유곤 씨가 외로운가요?

외롭지.

수리실을 자주 드나드는 상가 오디오 상인 중엔 저런 자에게 뭘 돈을 주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여 씨 아저씨는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입을 먹는 입

 

팔월엔 비가 내렸다. 거의 매일 내렸다. 퍼붓듯 쏟아지다가 반짝 갰다가 꾸물꾸물 어두워졌다가 툭툭 떨어지다가 다시 한차례 퍼붓고 점차 가늘어져서 그 비가 밤새 이어지는, 뒤끝 있는 날씨가 계속되었다. 이불이 묵직해서 이따금 보일러를 틀어 두고 잤다.

 

해롭다거나 해롭지 않다거나 하는 것은 기준의 문제입니다. 내 기준으로 쥐며느리는 충분히 해충입니다. 사전에도 나와 있습니다. 이유라고 해봤자 심미적으로 보기에 좋지 않다는 정도라지만 말입니다. 쥐며느리라는 것은 아주 작은 데다 여러 개의 발로 매우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그런 생물이 내가 잠든 사이 귀로 들어오거나 한다면 괴로울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주 귀로 들어오나요?

라고 묻자, 만에 하나, 라면서 유곤 씨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귀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말입니다.

 

무재 씨가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별로, 라고 나는 말했다.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은데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의기소침하고 있던 참이에요.

...............략..................

툭, 툭, 하는 소리를 우산 속에서 듣다 보니 재미는 몰라도 의기소침 했던 것이 얼마간 가라앉는 듯했다.

 

 

정전

 

비가 그치고 난 뒤로 무더위가 이어졌다. 하늘은 새파랗게 솟는 듯하고 구름도 희고 두꺼워서 보기엔 좋았으나 낮이고 밤이고 무더웠다. 햇빛 속을 조금만 걸어도 끈끈한 땀이 솟아서 불쾌한 느낌으로 이마가 식었다.

 

별 내색은 하지 않았어도 나는 아버지가 산 물고기들을 욕실에 이렇게 놓아두는 것이 싫었다. 사나흘 걸러 아버지가 잡아들이는 민물고기의 기척으로 집 안이 비려지는 것이나, 세수를 하려고 수도꼬지나 세면대를 잡았다가 손바닥에 비늘 조각이 들러붙는 것이나, 소변을 누려고 변기에 앉았다가 타일 벽에 말라붙은 비늘을 보게 되는 것이나, 밤에 불을 끄고 방에 드러누우면 물고기들이 빡빡 질식해 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등등을 가만히 견디기가 어려웠다.

 

나는 이 아버지 손에서 컸다.

도시락은 성실하게 챙겨 주되 반찬은 단무지, 라는 식으로 무심하다면 무심하고 본래가 무뚝뚝하다면 무뚝뚝하다고 할 수 있는 양육이었다. 별다른 대화도 없는 부녀간이었다.

 

비질을 마치고 문을 닫으려고 나가 보니 계단에 검은 것이 엎드려 있었다.

매미였다. 배가 굵었고 한쪽 날개 끝이 찢어져 있었다. 죽었나,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자 건드리기만 해 보라는 듯 뭉퉁한 가슴과 머리를 들어 올렸다.

 

나는 열일곱 살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 따돌림이 있었다. 아이들 일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는 없는 일들을 더러 겪었다. 괴롭히는 처지에서도 괴롭히는 것이 지루해지고 귀찮아지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길에서 동급생과 마주쳤다. 길 저 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괴롭히는 무리 안에서도 괴롭힘이 유난했던 아이라서 나는 틀림없이 시비를 걸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긴장한 채로 고개를 들고 걸어갔는데 막상 그쪽에선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그때는 그런가 보다, 하며 나도 지나갔으나 이튿날 무리 속에 섞여서 열심히 괴롭혀 대는 그녀를 보면서 뭔가가 맥없이 무너졌다. 이런 이상한 악의를 무심한 듯 버티는 것도 무상해지고, 무리 틈에서 더는 애를 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방을 가지고 학교를 나섰다. 바보들, 바보들 하고 생각하며 집까지 걸어와서는 저녁에도 바보들, 바보들,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이튿날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전화할게요. 해 두고 가는 무재 씨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는데도 전화는 걸려 오지 않아서, 아 그럼 됐다, 고 나는 혼자서 토라져 있었다.

 

그만둘까요.

어째서요.

이런밤에 이런 이야기는 너무 얄궂어서요.

얄궂을 것이 있나요?

아버지는 죽어서 빚을 남기고 소년은 빚을 갚으며 어른이 되어 간다는 이야기이므로.

그렇게 되나요.

빚을 갚기 위해 빚을 지고, 빚의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지고, 전심저력으로, 그 틈에 점점 불어나는 먹고 사는 비용의 빚을 져 가는 일의 연속.

 

오무사라고. 할아버지가 전구를 파는 가게인데요. 전구라고 해서 흔히 사용되는 알전구 같은 것이 아니고, 한 개에 이십 원, 오십 원, 백원 가량하는,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조그만 전구들이거든요. 오무사에서 이런 전구를 사고 보면 반드시 한 개가 더 들어 있어요. 이십 개를 사면 이십 일개. 사십 개를 사면 사십일 개, 오십 개를 사면 오심일 개, 백 개를 사면 백한 개, 하며 매번 살 때 마다 한 개가 더 들어 있는 거예요.

잘못 세는 것은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하나, 뿐이지만 반드시 하나가 더, 가  반복되다 보니 우연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느 날 물어보았어요 . 할아버지가 전구를 세다 말고 나를 빤히 보시더라고요. 뭔가 잘못 물었나 보다, 하면서 긴장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입을 조금씩 움직이고 계세요. 말하려고 애를 쓰는 것처럼. 그러다 한참 만에 말씀하시길, 가지고 가는 길에 깨질 수도 있고, 불량품도 있을 수 있는데, 오무사 위치가 멀어서 손님더러 왔다 갔다 하지 말라고 한 개를 더 넣어 준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그것을 듣고 뭐랄까, 순정하게 마음이 흔들렸다고나 할까. 왜냐하면 무재 씨, 원 플러스 원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대형 마트 같은 곳에서, 무재 씨도 그런 것을 사 본 적 있나요.

가끔은.

하나를 사면 똑같은 것을 하나 더 준다는 그것을 사고 보면 이득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게 배려라거나 고려라는 생각은 어째선지 들지 않고요.

그러고 보니.

오무사의 경우엔 조그맣고 값싼 하나일 뿐이지만, 귀한 덤을 받는 듯해서, 나는 좋았어요.

 

 

오무사

 

오무사는 전구를 판매하는 가게였다.

얼핏 지나가면서 우연히 볼 수 있는 곳이 아니고 그런 가게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갈 수 있는 가게였다.

 

바쁜 일로 서두르며 오무사까지 걸어갔어도 그거 주세요, 하고 난 뒤로는 오로지 그의 패턴으로만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오무사를 방문한 손님들은 입구에서 넋을 놓고 선 채로 가게 안을 들여다보거나, 근처 구멍가게에서 삶은 계란을 까먹으며 기다렸다가 전구를 받아 가곤 했다. 노인은 느릿해도 대단히 집중해서 움직였으며 그 움직임엔 기품마저 배어 있어서, 손님의 처지에선 재촉할 틈이 없었다.

 

할아버지가 죽고 나면 전구는 다 어떻게 되나. 그가 없으면 도대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누가 알까. 오래되어서 귀한 것을 오래되었다고 모두 버리지는 않을까.

 

당장 철거되는 것은 다섯 개의 건물 중 가동 하나뿐인데도, 기사 제목이 일률적으로 전자상가 철거로 마치 상가 전체가 사라지고 말았다는 듯 구성된 것을 두고는, 그런 식으로 미리 상권을 죽여서 이후의 일을 쉽게 도모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죽어가고 있는 놈더러 자꾸 죽어라, 죽어라, 한다며 여 씨 아저씨는 입맛을 잃은 듯한 얼굴이었다.

 

은교 씨는 슬럼이 무슨 뜻인지 아나요?

...가난하다는 뜻인가요?

나는 사전을 찾아봤어요.

뭘라고 되어 있던가요.

도시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구역, 하며 무재 씨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 부근이 슬럼이래요.

누가요?

신문이며, 사람들이.

...............략....................

나는 슬럼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있어도, 여기가 슬럼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나는 이 부근을 그런 심정과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는데 슬럼이라느니, 라는 말을 들으니 뭔가 억울해지는 거예요. 차라리 그냥 가난하다면 모를까, 슬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치 않은 듯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라고 무재 씨는 말했다.

언제고 밀어 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항성과 마뜨료슈까

 

그런 방식으로, 축제가 벌어지면 나동 북쪽 외벽과 정면 진입로엔 장막이 걸렸고, 그 뒤쪽엔 아무것도 신경 쓸 것이 없다는 듯 고성과 방가가 이어졌다. 장막 저편이 시끌벅적해질 수록 나동은 없는 듯 어두워지고 적막해졌다. 나동의 남쪽 외벽과 엘리베이터 곁엔 사십 년 된 나동이 아직 장사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십 년은 더 장사를 할 것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현수막과 알림 쪽지가, 어째선지 몹시 더렵혀진 채로 붙어 있었다.

 

나는 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잔뜩 있는데도 그중에 뭐라고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자전거 핸들을 꽉 잡았다가 느슨하게 놓았다가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무재 씨는 침착하게 무를 고른 뒤에 쪽파로 할까요, 실파로 할까요, 라며 망설이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집의 뒤쪽엔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박스를 줍는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다른 동네에서 거기까지 박스를 주우러 온 할아버지를 맞닥뜨려서, 다툼이 일어난 거예요. 뭔가 시끄러워서 나가 보니 대낮에 길 복판에서 박스와 넝마 몇 가지를 두고 고래고래 싸움이 벌어진 것이었어요. 나로선 듣도 보도 못한 욕설이 오가고 두 노인이 서로 격렬하게 저주하며 상대방의 손수레에서 넝마를 끄집어내 던지다가 할아버지는 가고 할머니가 남았거든요. 할머니가 분하고 원통하다고 가슴을 두드리며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나는 보았거든요. 능소화가 늘어진 콘크리트 블록 담 앞에서 그녀의 그림자가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머리를 그녀 쪽으로 기울이는 것을 나는 보았거든요. 그녀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간 뒤에도 그 길엔 넝마가 실린 그녀의 손수레가 남아 있었어요. 한낮에 그걸 보고 나도 집으로 들어갔는데 해 질 무렵에 나와 보니 그대로 수레가 남아 있어서 어떻게 된 일일까, 히고는 말았는데 이날 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거였어요. 마당에 넘어져 있는 그녀를 동네 사람들이 발견했어요. 지병 때문에 가슴이 굳은 것이라고 당시 어른들이 말했지만 나는 그들이 쉬쉬하며 수순거리는 것처럼, 그녀가 결국 그림자를 견디지 못해서 죽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식들이 찾아와서 장례를 치르고 난 뒤로도 그녀의 손수레는 며칠이고 모퉁이에 남아 있었엉. 실린 것도 몇 가지 없이 박스 몇 개하고 스티로폼 조각하고 비닐 같은 것들이었는데 나는 그 앞에서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이런 것들 때문에 죽는구나, 사람이 이런 것을 남기고 죽는구나, 생각하고 있다가 조그만 무언가에 옆구리를 베어 먹힌 듯한 심정이 되어 집으로 돌아 갔다는 이야기예요.................................략...................................................

은교 씨, 나는 특별히 사후에 또 다른 세계가 이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사람이란 어느 조건을 가지고 어느 상황에서 살아가건, 어느 정도로 공허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인생에도 성질이라는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본래 허망하니, 허망하다며 유난해질 것도 없지 않은가, 하며서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요......략..................

이를테면 뒷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종이 박스를 줍는 일로 먹고산다는 것은 애초부터 자연스러운 일일까, 하고. 무재 씨가 말했다.

살다가 그런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사정인 걸까, 하고 말이에요. 너무 숱한 것일 뿐, 그게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않은 일이었다고 하면, 본래 허망하다고 하는 것보다 더욱 허망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하늘이 굉장하네요.

네.

나는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인간은 역시 유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별이요?

시끄럽고 분주하고 의미도 없이 빠른 데다 여러모로 사납고.

.... 무재 씨, 그건 이니간이라기보다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 같아요. .....략.....

아무튼 이런 광경은 인간하고는 너무도 먼 듯해서, 위로가 되네요.

 

충분히 갈 수 있다는 대답을 듣고도 나는 불안했다. 은교 씨, 뭘 그렇게 걱정하나요. 너무 어두워서요. 밤이니까 어둡죠. 그게 아니고요. 너무 어두워서, 정말로 밝은 곳에 당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요. 말도 안되는데요 무재 씨, 자꾸자꾸 드네요, 그런생각이.

 

....이렇게 어두운데 누굴 만날 줄 알고요.

만나면 좋죠, 그러려고 가는 거잖아요.

만나더라도 무재 씨, 그쪽도 놀라지 않을까요, 우리도 누구라서, 라고 말하자 무재 씨가 고개를 기울이고 나를 바라 보았다.

 

 

작가의 말

 

여전히 난폭한 이 세계에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몇 있으므로

세계가 그들에게 좀

덜 폭력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이 세계는 진작부터

별로 거칠 것도 없다는 듯

이러고 있어

다만

곁에 있는 것으로 위로가 되길

바란다거나 하는

초자기애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따뜻한 것을 조금 동원하고 싶었다.

 

 

작품해설  (신형철, 문학평론가)

 

이 소설을 몇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도심한복판에 사십 년 된 전자상가가 있다. 상가가 철거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곳을 터전 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내력이 하나씩 소개된다. 그 와중에 이 소설은 시스템의 비정함과 등장인물의 선량함을 대조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과연 살 만한 곳인지를 묻는다.

이 소설을 두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 소설은 우선 은교와 무재의 사랑 이야기로 읽힌다. 그러나 이 사랑은 선량한 사람들의 그 선량함이 낳은 사랑이고 이제는 그 선량함을 지켜 나갈 희망이 될 사랑이기 때문에 이 소설은 윤리적인 사랑의 서사가 되었다.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 소설은 사려 깊은 상징들과 잊을 수 없는 문장들이 만들어 낸, 일곱 개의 절로 된 장시다.

이 소설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이렇다. 고맙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이 그냥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글에서 이 모든 것들을 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1. 현실 - 자명성의 해채

 

문학의 할 일 중 하나는 우리가 현실에 관해 생각한는 것을 방해하는, 자명함에 관한 그 잘못된 믿음을 해체하는 일이다. 이런 공간에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말 글대로 실감하게 하고, 나의 공간과 삶이 소위 현실이라고 하는 것과 분리돼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하는 일이다.

 

2. 환상 - 불행의 단독성

 

황정은이 환상을 동원하는 까닭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방금 짚어 본 대로 인물들이 겪는 불행이 현실 안에서 현실적인 수단으로는 맞설 수조차 없는 종류의 것일 때, 소설가는 그 극한의 불행을 어떻게 소설화해야 하는가, 이것은 미학(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자세)의 문제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 많은 불행들을 전해 듣지만 그 불행들은 상투적인 표현들로 이차 가공되면서 그 단독성을 상실하고 일종의 정보들로 추락하고 만다. 너무나 많은 불행이 있고 우리는  그 불행에 무뎌진다. 앞에서 소설가들은 현실이라는 개념의 자명성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는데, 같은 방식으로, 소설가는 '불행의 평범화'에 맞서서 '불행의 단독성'을 지켜 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때 환상이라는 장치가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한 은행원을 벌레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의 불행이 여전히 기억되는 것처럼,.....략........................

이것은 그 무슨 발랄한 현실일탈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유일무이한 불행들에 대한 소설가의 예의다.

 

그러니 이 작가의 환상은 타인의 불행에 대해서라면 상투적인 표현만큼이나 지나치게 유려한 표현도 때로는 비윤리적일 수 있다는 결벽증이 낳은 자구책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3. 언어 - 일반화의 폭력

 

모든 낱말들에는 때가 묻어 있다는 것, 그래서 시인이라면 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런즉 '언어상황의 청소'가 먼저 이루어져야 겨우 한 낱말과 손을 잡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언어와 서먹해지는 순간을 겪는다.

 

소설가는 언어의 일반성과도 싸워야 한다.

이 작아의 이런 작업 때문에 우리는 익숙한 말들 앞에 처음 인 듯 서게 된다.

 

4. 대화 - 윤리적인 무지

 

A는 B일까요?음, 아닐까요? 그렇죠, 역시 그런 것일까요?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대화가 조금 이상해 보이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왜일까. 대화들에 응당 개입하곤 하는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 아닌지.

여기에는 독단적인 판단이 없고 그 판단의 강요가 없으며 효율을 위한 과속이 없다. 그 대신 어떤 윤리적인 '거리'가 있다. 그 거리가 대화를 느리고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말해야 할까. 언뜻 천진무구해 보이는 이 대화는 사실 전력을 다해 이루고 있는 대화라고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현실의 자명성, 불행의 평범성, 언어의 일반성 등으로 규정해 온 어떤 요소들을 대화 안에 들여놓지 않기 위해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대화를 어떻게 명명하면 좋을까. 나는 이것을 '윤리적인 무지'의 대화라고 부르고 싶다.

세속적인 이해타산에 너무나 밝은 우리들의 대화는 똑똑하게 슬프고, 그런 것들에 무지한 이 인물들의 윤리적인 대화는 어쩐지 무의미해 보이면서 아름답다.

 

5. 사랑 - 연인들의 공동체

 

그들 자신은 사랑이라는 말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이 둘의 만남만큼 아프고 의연한 사랑을 함부로 상상하기 어렵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연인의  가마를 유심히 보면서 그를 유일 무이한 단독자로 발견해 내는 일이고, 설사 내가 쇄골이 반듯한 사람을 좋아하더라도 쇄골이 반듯하지 않은 연인에게 "반듯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좋은 거지요."라고 말해 주면서 그 단독성을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절대화하는 일이다.

 

이 사랑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간절함은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을 응원하는 심정과 닮아 있다.

 

 

이런 소설을 읽은 것이다.

현실의 자명성, 불행의 평범성, 언어의 일반성, 윤리적인 무지, 연인들의 공동체... 저렇게 조각내어 말할 수도 있지만, 모든 좋은 소설들이 그렇듯, 이 소설도 저 요소들을 표 나지 않게 뒤섞어서는 그저 황정은 특유의,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어떤 정서와 울림을 이룩해 냈다.

 

이 작품은 다시 읽기를 유도하고 또 견뎌 낸다. 이 소설의 문장들은 삶의 터전 바깥으로 비틀비틀 끌려 나가는 사람의 속도로 걸어가고, 이 소설의 상징들은 절반쯤 무너진 건물의 파편들처럼 처연하게 흔들리며, 이 소설의 대화들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가장 진실해질 때의 그 표정으로 오고 간다. 그런 것들이 절규도 환희도 없이, 훈계도 신파도 없이, 170쪽의 짧고 깊은 소설을 만들어 냈다. 근래의 한국 소설이 도달한 가장 윤리적인 절망과 희망 앞에서 나는 울지도 웃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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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
독서 2012. 4. 5. 10:48

 

닉 에드워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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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웃으며 읽는 의사의 일상

이른바 '4시간 규칙(4-hour rule)'에 따라 응급실에 온 환자의 98%이상에 대해 4시간 안에 진찰을 한 뒤 입원시키든가 퇴원시키든가 결정을 내려주어야 한다는 목표가 설정된 것이다. 애당초 그것은 신속한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정교함이 떨어지고 상식에 어긋나게 시행되는 바람에, 지금은 치료를 방해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왜곡 시키고 있다. 

 

NHS 전체로 보면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었는데도, 그에 따른 전반적인 혜택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지난 몇 년간, 엄청난 재원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히려 병원 근무자들의 사기를 꺾어 버렸다. "돈 이상의 가치"를 얻기 위한 목표가 시행되고 NHS 의 구조와 효율성, 윤리를 위협하는 개혁이 이뤄지면서 NHS는 상호협력과 의료 복지에서 멀어지고 도리어 이윤 창출을 향해 달려가게 되었다. NHS의 창립이상을 신봉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심히 걱정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독자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풍자적인 이야기와 진지한 이야기까지 다 즐겼으면 좋겠다. 내 관심사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고, 응급실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ACLS A  airway

불필요한 새 표지판에는 돈을 들일 수 있어도, 간호사들이 몸이 아파 쉴 때 교대 인원을 보충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경영자들은 환자 이송 예산을 절감했다는 '효율성' 때문에 칭찬받겠지만, 병원이나 국가의료시스템 전체로 보면 1원도 절약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아침이 되면 환자는 다시 구급차를 타고 요양원으로 이송되어야 하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급차 대원들은 계약사항과 무관하게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환자를 다시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관리자들은 단지 목표 달성에만 매진하도록 교육을 받고, 여타의 상식은 창밖으로 내팽개친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을 바로 환자의 진료와 국가 의료시스템이다. '효율성'이란 명목아래 이뤄지는 엉성한 의사결정이, 결국 그 두가지 모두를 망쳐놓고 있어 너무 속상하다. 

 

그러나 상당수의 '폭력'은 병으로 인한 정신착란 상태에서 일어난다. 나는 산소부족이었던 팔십줄의 할머니에게 물려 본 적이 있다. 그것은 할머니의 잘못이 아니라 어쩌면 좀 더 주의하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건강상태가 좋았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차분한 분이었기 때문이다.   내 속을 뒤집어 놓는 '폭력적인'환자들은 따로 있다. 나를 질리게 하고, 때로는 이 업 자체를 소름 끼치게 만드는 그들은 자기 권리는 전부 주장하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눈곱 만큼도 없는 부류이다.

 

언젠가 내 동료 의사는 계속 불만을 쏟아내며 으름장을 놓는 사람을 심폐소생실로 데려가 우리가 하는 일이 뭔지, 그리고 왜 대기시간이 길어지는지 설명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말한 뒤, 나중에 자기가 당한 심리적 충격에 대한 고소장을 보냈다. 그 후 나의 동료는 다시 이런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지금은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겉으로는 사과하고 일을 마무리 짓는다.

 

병원에서 폭력을 다루기란 매우 어렵다. 경찰을 불러야 할 만큼 누군가를 폭행한다면 오히려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그냥 약자를 괴롭히면서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다루기가 쉽지 않다.

 

나는 환자들이 더 많은 권리를 누려야하듯이,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또한 더  많은 권리와 보호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진다. 현대의 국가의료 시스템은 환자를 고객으로 간주하면서, '고객은 항상 옳다'고 믿게하지만, 때로는 고객이 옳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응급의학은 단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극적인 드라마가 전부는 아니다. 때때로 의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자연의 순리를 깨닫고 그 길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지켜보기 힘들지만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옳은 일이다. 의사로서 이런 유형의 상황에 대처하는 판단력은 굉장히 중요하며, 이건 의과대학에서 가르쳐 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련의든 전문의든 전국의 의사들이 환상에서 깨어나 대거 이탈하고 잇다. 이런 결정들은 관련된 개인의 입장에서는 전적으로 타당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막대한 재능과 돈의 낭비다. NHS에 갈 수록 많은 돈을 쏟아 붓는데,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궁극적으로 병원 의사들이 사회적으로 평가절하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고 NHS의 잘못이 곧 의사들의 탓이라는 시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그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고마워할 줄 모르는 경영진에 지쳐 있으며, NHS내부에서 진행되는 잘못된 개혁을 통제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시달린다.

 

거의 한시간 가량 설득했어도 그가 끝내 팔에 주사바늘 꽂는 것을 거부하는 바람에 투약자체가 불가능했다. 나는 투약하지 못했다. 서양의학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처방하는 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대관절 응급실에는 왜 왔단 말인가!

 

 

ACLS B breathing

 

급하게 배관공이 필요한데 주위에 배관공이 없다고 해서 전기 기술자를 부르겠는가?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까?

 

사회의 의료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응급실로 달려온다. 사고를 당하지 않았어도, 긴급한 일이 아니어도.

 

의사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환자들이 있다. 의료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여 의사의 판단을 어지럽힌다.

 

http://randomreality.blogware.com - 어느 구급차기사가 운용하는 이 블로그는 NHS에서 일하면서 겪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잇다.

 

어젯밤 응급실은 생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경찰이 난폭하나 술주정꾼들을 제지하고 있었고, 술먹은 10대들은 구토를 해대며 생난리를 쳤다. 직원들은 재빠르게 움직였고, 대부분 지쳐 쓰러질 지경이었다. 이렇게 바쁜 줄 알면서 경영진이 단 한 명의 보조 직원도 고용하지 않는 걸 보면, 그들이 아예 우리를 죽이려고 작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대시간이 다가올 무렵, 나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악의는 없었지만 같이 있으면 짜증나는 녀석이었다.

 

술 취한 사람에게 수액치료를 하는 건 좀 아이러니 하다. 세금납부자의 돈으로 술 깨는 걸 돕는 것은 술 마신 후 응급실을 가도로고 술꾼들의 행동을 조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술취한 나는 술취한 사람의 경우 숙취를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많은 양의 수액을 몸에 넣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술을 깨는 데 도움이 되고 술에 취한 사람 또한, 체내로 들어간 많은 양의 수액  때문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곧 일어나게 되낟. 가끔은 예상과 달리 오줌으로 가득 찬 방광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적당히 퇴원시키는 데는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위험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로부터 불평 편지를 받을까봐 환자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꾸짖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거꾸로 환자에게 상해예방 교육을 하지 않는 의사야말로, 오히려 불평편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는 환자에게 특정한 행동의 위험성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또 응급실 의사가 짧게 내 뱉는 꾸중 한마디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다.

 

과음환자들이 계속 이어졌다. ....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로 병원을 나서면서,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런 환자들의 행동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두었다가 환자들에게 보여 줄 수만 있다면...

 

일요일이다. 게다가 눈부시게 화창한 날이다. 즐겁게 오를만한 산이 있고 구경할 만한 축구 경기도 있다. 남녀가 들뜬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어울릴 수 있고, 마실 맥주도 있다. ......그런데, 대체 왜 5시간(정확히 말해서 3시간 59분)이나 응급실에 죽치고 있는가? 오로지 '아무 이상없습니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말이다!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걱정이 된다면 부디 담당 주치의를 찾아가라.그리고 다음 번에는 밖에 걸린 표지판을 꼭 읽기 바란다. - 응! 급! 실!

 

나는 이 가여운 친구에세 화난게 아니라 허리 수술 한 번 받는데 8개월 씩이나 기다려야 하는 제도에 화나 있었다. 그는 허리통증 진단을 받기까지 4개월을 기다렸고, 수술 여부를 판단해줄 정형외과 진찰을 받는데 또 4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실제로는 8개월을 기다린 셈인데, 국민건강보험 제도로는 4개월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나마 NHS를 황폐화 시켰던 보수당 집권 시절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요즘은 대가자 명단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단지 비용이 많이 들고 분열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자기자신과 타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이기적이고,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으며, 지역사회 공공서비스는 제 역할을 못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치의에게 가기 않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이런 사람들이 모두 응급실로 몰려온다.

 

아이의 심폐소생술을 멈추는 일은 어른보다 어렵다. 먼저 그만 두자고 말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응급실 의사가 의뢰하는 의사들>

방사선 전문의 - 엑스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 영사을 판독하는 의사. 나이 든 의사들은 엑스레이 검사가 불필요한 이유를 잘 설명하는 반면, 젊은 의사들은 검사를 시행할 뿐 아니라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환자에게 여러 가지 관을 삽입한다. 이들을 절대 '방사선 찍사'라고 말하지 마라. 폭발한다.

 

성형외과 전문의 - 전문의 일때는 자기 외모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수련의 일때는 화상환자나 손에 심한 부상을 당한 환자들을 치료 하느라 바쁘다.

 

심장전문의 - 심장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잇는 전문가. 자기들이 심장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환자가 믿게 하는데도 전문가이다. 이들은 '제 때 시술한 스텐트가 환자 목숨을 아홉 번 사린다!'라는 어구를 좋아한다. 아직도 나비 넥타이를 메고 다니며, 그것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부류이다.

 

내과/일반의 - '의학적'이상 증상(이를테면 심근경색, 뇌졸증, 심장마비, 폐렴 등)을 지닌 환자를 돌본다. 되도록 검사를 많이 하고 싶어한다. 비쌀수록 더 좋다.

 

정형외과 의사 - 뼈를 바로잡고, 관절을 교체하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목수로 알려져 있다. 내과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의사끼리 주고받는 농담의 주된 대상이다. 의사들은 '금발머리나 아일랜드인(머저리를 지칭)'이라는 단어 대신 '정형외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키득거린다.

의사들이 즐기는 정형외과의에 대한 농담 몇가지를 소개해 보면 :

- 이중맹검법의 정의는? 두면의 정형외과의가 심전도 파형을 살표보는 것(정형외과의는 심전도 파형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 정형외과의와 목수의 차이점은? 목수는 항생물질을 한가지 이상 안다.

 

류머티즘 전문의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알약을 준다. 일을 그만 둘 때는 환자를 정형외과 의사에게 보낸다.

 

정신과 의사 -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싶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군"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응급실에서는 주로 우울증 환자에 대한 위험평가에 시간을 할애하며 진짜 정신병 환자와 만나는 시간은 많지 않다. 대체로 옷입는 취향이 형편없다. 두터운 트위드 옷에 샌들을 신는다.

 

마취과 의사 -수술에 앞서 사람들을 잠들게 한다. 보통은 약물을 사용하지만 때로는 최면을 걸기도 한다. 응급실에서는 중심혈관에 주사를 놓고, 호흡이 곤란한 환자들에게 인공호흡을 하고, 기도에 기관튜브를 삽관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아주 유용한 존재이다. 갈수록 많은 응급실 의사들이 이러한 의술을 익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응급실에서 마취가 의사들을 호출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전문분야, 즉 지역 치료센터에서 숫자 퍼즐이나 낱말 맞추기와 같은 놀이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ㅏㄷ.

 

신장전문의 - 콩팥이 손상된 환자들을 돌본다. 매우 총명하지만 다소 굼뜬 면이 있다. 이들은 사구체신염과 cANCA 같은 말을 이해하고 있다.

 

노인병전문의 -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NHS의 영웅들이다.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도 실용적인 방식(각각의 징후와 증상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환자 자체를 치료하는)으로 일을 진행한다. 때때로 누가 의사이고, 누가 환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암전문의 - 세상에 널리 알려진 NHS의 영웅등. 그만하면 일을 잘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 - 응급실에서 급하게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의뢰할 수 있다면, 그 병원은 바로 규모가 큰 의과 대학 부속병원이다. 이들은 발진을 살피고 거기에 번지르르한 라틴이름을 갖다 붙인 뒤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한다.

 

안과 전문의 - 눈 전문가. 이들의 호출 진료 서비스를 자동 응답 메시지로 바꿔 보면 다음과 같다. " 1번을 누르신 화자분, 클로람페니콜 연고를 드립니다 아침에 진료하겠습니다. 2번을 누르신 환자분, 클로람페니콜을 드릴테니 이틀 후에 오세요" 등등

 

 

ACLS C circulation  

 

'경환자'라는 명칭은 그다지 적절하지 못하다. 환자가 겪는 질환이 설령가벼운 것일지라도 그 환자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환자' 라는 말은 환자의 품격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다행히도, 도입부에 이 일들은 스턴트 배우가 하는 것으로 어린이가 따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먹힐까? 그런 말로 애들을 막을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은 애들이 '난 이렇게 멋진 사람들을 따라하지 않을 거야. 친구하고 구슬치기나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삼년전, 나는 어린 아이들이 'JackAss'라고 소리치며, 나무에서 줄줄이 뛰어내리다 다친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덤불을 통과해 땅에 떨어진 후,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왔다. 그런 다음. 영화에 출연하는 것처럼 CT 촬영을 했다.

 

정부는 환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려 한다. 나는 의사의 선택권을 늘렸으면 좋겠다. 어떤 환자부터 진찰해야 할 지를 우리가 선택하고 대기자 명단에 올려 진료 순서를 결정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여의사들에게 "저는 언제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 받게 되나요, 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묻지 마라.

 

내가 하는 의료 행위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즉시 내게 말하라. 나는 경찰관도 아니고, 교도관도 아니다. 당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당신을 병원에 묶어놓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퇴원하려거든 내가 값비싼 검사와, 침대를 배치하기 전에 말하는 것이 좋겠다.

 

퇴원이든 입원이든 4시간 내 치료를 할 수 있는 건강상태를 갖춰라. 시간을 잡아먹는 검사가 필요한 복잡한 문제로 찾아오진 마라. 당신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 4기간 규칙을 깰 수 없으므로.

 

우리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점에 유의하시길...우린 방금 한 아이가 죽어가는 걸 보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친척에게 나쁜 소식을 알렸을 수도 있다. 연속해서 엿새째 야근을 했을 수도 있고, 게다가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인내심을 발후하여, 예의를 지키고 다정하게 대해주시길..그리고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고 너무 불평하지 말아주시길..

 

정부는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뚜렷한 목표를 원한다. 따라서 진료의 질과 같은 추상적 목표보다는 일의 우선 순위를 왜곡시키면서까지 응급실의 대기시간을 4시간 이내로 설정했던 것이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는 유권자보다 부러진 발톱을 진료받기 위해 기다리는 유권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그 편이 더 의미있을 것이다.

 

난 왜 퇴근 후에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어야하는 걸까? 게다가 왜 나의 생각은 결국 분노와 고함으로 이어지고, 보통은 정치적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일까?

 

도덕을 설교하는 게 우리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그렇게 되고 만다. 그러나 의사는 직업적 특성상 환자들에게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ACLS D defbrillation

 

요즘은  인터넷 때문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다양한 증상과 희귀병들을 검색해 볼 수도 있고, 때로는 의대에서 배운 후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질병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내기도 한다. 종종 우리는 " 일 분만 기다리세요" 라고 말한 후, 인터넷에서 최신 치료법을 검색한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 중의 하나가 Best-Bets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다양한 증상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이 무엇인지 근거가 될 수 있는 증례들을 샅샅이 보여준다.

 

사람들은 대부분 몇 가지 장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늘 내가 만난 사람은 이런 장점이 하나도 없었다. 살면서 마주치기 싫은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의사로서 나는 함부로 사람을 속단할 수 없으며, 누가 됐든 제대로 치료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대하든 적절한 진료를 제공해야하는 것이다. 이렇게 객관성을 견지한다는 것이 때로는 이 직업의 가장 힘든, 그러나 본질적인 부분이다.

 

요즘은 환자의 선택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이 계획에 따라 행동하지도 않았다. 불행히도, 소송과 불평편지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많은 의사들이 가끔은 환자의 압력에 못 이겨 불필요한 검사를 하기도 한다.

 

이번 주말에 나는 이틀간 집중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엄청난 강의 였다. 주제도 광범위했거니와 무엇보다도 식사와 숙박비 모두 무료였다. 그렇다. 나는 엄마집에 갔었다. 엄마는 의학에 대해 전혀 모를 뿐 아니라 응급조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엄마는 아직도 나보다 건강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며, 충고하려 든다.

 

 

ACLS E expose and examine

 

자문의 - 다년간 의료현장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며 환자들에게 탁월한 치료를 제공한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가끔 집무실에서 고객 항의에 답하거나, 회의에 나가 4시간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임상전문의- 자문의 바로 아래이자, 수련의보다는 경험많은 의사들. 나를 포함하나 우리 임상전문의들은 질문을 받으면, 안경을 벗어든 채 마치 지적이고 아는 것이 많은 것처럼 온갖 똥포믕ㄹ 잡으며 뜸을 들이는데 사실은 생각할 시간을 벌고 있는 짓이다.

 

수련의 - 응급실에서 일하는 하급 의사들. 물론 일부 탁월한 수련의도 있다. 모두 열심이 일한다. 다시 말해 지독한 당번제에 따라 열심히 일하도록 강요당한다. 덕분에 그들보다 고참인 전문의들이 그나마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기간을 고작 넉달에서 여섯 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료 인력 배치 담당자는 그렇게 심한 불평도 듣지 않으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 간호사는 이렇게 많은데, 정작 씻기고, 관찰하는 등등 단순한 간호와 궂은 일을 담당하는 수련간호사와 조무 간호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은 제대로 된 보수도 받지 못한 채 일을 제대로 할 시간마저 없을 정도로 혹사당한다. 

 

우리는 본래의 간호 업무를 담당할 간호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전문간호사들을 잘라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간호 그 자체를 목적으로 고용된 간호사들이 더 많아야 하고, 수간호사든, 수련간호사든, 급여를 올려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계속해서 NHS를 떠나거나 관리직으로 이직할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들의 숙련된 기량이 절실히 필요하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병원이 다소 불공평하게 보일 수도 있다.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한다면, 보통은 남보다 먼저 진료 받지 못한다. 그러나 소동을 부린다면, 때로는 빨리 진료 받기도 한다. 오늘 난 환자가 바닥에 오줌을 싸면 곧바로 진찰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든 응급실에는  '단골손님'이 있다. 대개 노숙자나 주정뱅이, 또는 약물 중독자이다. 이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리는 이유는 생활 방식 자체가 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1차 진료 기관에 접근하는 방식을 모르거나 아니면 아예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 일부 직원은 이 환자들과  꽤 가까워지기도 하는데, 자칫하면 위험한 관계로 이어진다. 숙식이 필요할 때마다 다른 적절한 통로를 찾는 대신 응급실로 오기 때문이다. 

 

 

ACLS F fundus, family, fluids

 

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기대 이하의 진료를 하기도 하며, 그때의 불평은 정단하다. 그러나 불평은 노력하여 줄일 수 있으며, 대부분은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가장 당혹스러운 불평은 그저 금전적인 보상을 받으려는 욕심에서 나온, 이치에 맞지 않는 불평이다. 

 

의사가 불평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의사로서의 자격을 의심받을 수도 있고, 행여 지방신문에 이름이라도 나면 모든 사람들에게 나쁜 의사로 매도 당할 수도 있다. 게다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는 자책을 불러 일으키고 이력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

 

어떤 법적인 소송은 정말 터무니 없는 내용이지만, 병원에서는 그냥 다 보상해주기도 한다. 재판에서 이기지 못하면 수임료를 받지 않겠다는 법률회사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것보다 보상비용이 더 싸기 때문이다.

 

나의 성실함에 이의가 제기되었고, 내가 특별히 자신했던 환자에 대한 배려 역시 의심 받았다. ...그저 그녀를 돕고자 한 일인데, 더 많은 편지와 더 많은 조사를 받을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나는 불펴의 범위가 너무 확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의사가 하는 모든 충고가 불평으로 이어지다면 의사는 자신을 곤란에 빠뜨리는 충고를 하지 않을 것이며, 어쩌면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지도 않게 될 것이다.

 

만일 이러한 "이기지 않으면 수임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계속 된다면, NHS 는 보상액을 지불하느라 파산할 뿐만 아니라 의사가 방어진료를 하게 됨에 따라 (즉 환자를 진단할 때, 환자가 불평하지 못하도록 가능한 모든 검사를 다 한다) 검사 비용 때문에도 파산하게 될 것이다. ' 의사가 제일 잘안다'라는 속설이 사라지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진료를 결정할 때마다. 소송의 두려움을 과도하게 걱정하게 된다면, 의사와 간호사가 직장을 떠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심장이 다시 뛰도록 하는 것이 좋은 생각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이 경우, 다음 세 가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지금까지 그의 삶의 질은 어떠했즌가? 둘째 심장 마비 및 이어지는 처치를 견뎌낼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셋째, 환자 또는 그의 가족은 어떻게 되길 원하는가?

 

응급실에서 3시간 59분이나 진료를 기다리다 절망감을 느낀적이 있는가? 지난 몇 년동안 나는 어떻게 하면 빨리 진찰 받을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주시했다. .....략....1. 진짜 위급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의 심장을 멈추는 것이다. 구급차 기사가 우리에게 전화해서 지금 가고 있는데 즉각 진료해 달라고 말할 것이다. 낮시간이라면, 자문의에게 진료받을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이 불평편지에 답하거나, 양식을 채우거나, 또는 '환자중심치료: 잠정토론' 같은 모임에 참석하는 등. 경영진이 환자 치료보다 더 급하다고 간주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략 .............7. 응급실 의사가 치료할 수 있고 굳이 전문의에게 가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갖춰라. 우리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것도 힘들겠지만, 전문의까지 만나기 위해 두번이나 기다리는 것은 두배나 더 힘들다. ..........략........13. 결코 실패하지 않을 최고의 방법은 간단하다. 정치가나 병원의 중요한 경영자가 되라. 즉시 진료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문의까지 만나게 될 것이다. 진료도 금방받고,  검사도 금방 받으며 필요하다면 전문의를 만나는 일까지 즉각 이뤄진다. 정치가난 경영자들이 응급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 모른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ACLS  G go quickly! golden hour, glucose

 

진지하게 말하거니와 누군가에세 한방 먹였으면서 벽을 쳤다고 말하지 마라. 상황은 명백하며, 우리는 세세한 상황들을 다 알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을 쳤다고 말하려거든 조심하라. 의사의 조롱과 마주하게 될 것이므로.

예를 들면 의사의 말 :벽이 손을 깨물었습니까?   의사의 생각 :항생제가 필요한지 아닌지 알아야 하니까 진실을 말해   

의사의 말 :조금 아플 거에요.  의사의 생각 :그냥 국소마취만 해서 꿰매야 뭔가 배우는 게 있겠지.

의사의 말:3시간 더 기다리시면 진료해드리겠습니다.   의사의 생각 :제발 그냥가라

의사의 말:저는 화가나면 속으로 10까지 세곤 합니다.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그런 방법을 써볼 생각은 없나요?    의사의 생각 :우리 병원에 아주 힘센 경찰관이 두명 있거든. 한번 덤벼봐. 당장 체포될걸

 

그들은 시간낭비에다, 불필요하게 환자를 방사능에 노출시킨다며 촬영을 하지 않으려 했다. 만약 내가 틀리면 성을 갈겠다고 말한 후에야 겨우 촬영에 동의 했다. ....그가 촬영하는 동안 내 모든 동료들은 '불필요한' 검사를 시켜서 내 하루를 흥분시킬 드라마틱한 일을 찾고 있다며 나를 놀려 댔다.

 

분명 종양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뇌가 부은 상태여서 당장 전문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 였지만 이상하게도 학문적인 면에서는 기뻤다. 불가사이한 증상과 징후만 보고 제대로 진단을 내렸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러나 그건 결국 그 환자가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뇌종야에 걸렸다는 사실을 내가 기뻐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확실히 옳지 않다. 학문적 만족감이 사그라 들고, 대신 가슴 아픈 현실이 다가왔다. 환자는 뇌종양이었고, 오늘밤 급히 수술해야 하낟. 그리고 앞으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르낟.

 

불가사의한 감정이 교차한 하루였다. 학문적인 관점에서는 기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이 직업은 참으로 재밌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혼란스럽다.

 

이 일을 좀 더 편하고 재미있게 하기 위해 환자가 다양한 병을 앓기 원한다면, 그게 과연 옳은 일일까? 나는 진정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진료하는 모든 환자가 고통과 질병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일까?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렇지 않다. 단지 내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감정을 품든, 최선을 다해 환자를 보살펴야 한다. 그런 혼란스런 생각을 환자에게 드러내지 말며,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나의 일상이 '날이 바뀌어도 늘 같은 똥'일 수도 있지만, 똑같은 똥은 없으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덕분에 나는 늘 환자와 일에 대한 흥미를 유지한다. 스트레스도 많지만 시간이 휙지나 어느덧 근무가 끝날 시간이 되면, 보통은 뭔가 유익한 일을 했다는 기분이 든다.

 

내경우에는 일터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고통이 이 증후군을 촉발시켰다. 이를테면, 

1. 4시간 법칙 -나에게 적용하지 마라.   

2. 자주 무례하게 구는 환자   

3. 차브나이트클럽(챠브chav는 미국 힙합 문화의 영향을 받아 가짜 금으로 만든 장신구와 유명브랜드의 짝퉁을 걸치고 다니는 영국 노동계층의 젊은이들). 차브들이 가서 싸우다가 나한테 온다. 주의하라. 나는 클럽에 가면 사람들에게 그것이 세련된 복고풍이고 차브스럽지 않다고한다.  

4. 과도한 기대를 하는 상류층   

5.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6. 자살하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방법을 쓰는 사람 - 5알의 비타민으로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겠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당신을 밤새 병상에 잡아두어야 한다. 정신과 의사와 면담하려면 아침이 되어야 하므로.   

 7. 의대교수,. 그들은 불만이 많은데다 오만하면서도 일부러 공손한 척한다. 우리 기록을 복사하고, 불필요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평하면서 이렇게 말하낟. "나라면 이런 건 의뢰하지 않았을 텐데." 그럼 그들을 집으로 보내시지요 교수님.   

 8. 거들먹 거리며 이렇게 말한는 심장병 전문의 - "자기만족을 위해 괜한 법석을 떠는 것 같군요."   

9. 모든 질문에 클로람페니콜이라고 대답하는 안과의사.  

10. 항상 결핵은 제외됐는지를 못는 호흡기 전문의. 그 검사는 수주일이나 걸린다. 나는 단지 4시간 밖에 없는데.    

 11. 시간 외 담당주치의 - 나를 펄쩍 뛰게 하지 마라.  

12. NHS 다이렉트 - 자체 역량의 한계로 인해 사람들에게 응급실로 가라고 충고할 수밖에 없다.   

13. 기껏 응급실에 와서 '단지 의견을 듣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14. 술취한 10대들 - 어렸을 때 나는 술에서 깨기 위해 응급실이 아니라 집으로 갔다.

 

 

나의 마지막 생각

 

이 책을 쓰면서 나 스스로 크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습관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실제로 생각해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가는 동안, 내 일과 오늘 하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심장마비에서부터 손가락 골절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케이스를 많이 진료했다. 의사로서 정말 난감할 정도록 상태가 나빴지만 결과가 좋아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든 환자도 있었다. 한 의대생으로부터 2주전에 했던 강의에 대한 감사의 이메일을 받았고, 내가 진료한 환자에 대해 병원장으로 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햇다. 간호사난 80명이 넘는 환자들과 시시덕거리기도 하고,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하우 였다.. ....략.....이런 좋은 날에는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운 나쁜 날에는 상황이 다르다. 지극히 가슴 아픈 케이스를 다뤄야 할 때면 밀려드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다. 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과 나의 치료가 헛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환자로부터 항의를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빼놓을 수 없다.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부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한다는 나쁜 평판을 얻게 될까 두렵고, 동료 전문의들이 환자를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는 별 볼일 없는 녀석으로 생각할까봐 걱정된다. 거기다 다양한 시험과 의사면서 갱신, 그리고 꼭대기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줄곧 최고의 자리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현실까지 더해지면, 응급실 의사란 정말 힘든 직업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누군가 이 일을 계속 하겠는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yes"이다. 잘하면 몇년 뒤에는 자문의가 될것이다.  그것은 책임과 요구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단지 변화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방식으로 그 변화를 주도 할 힘과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신적으로 강건해서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나 혼난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며, 여러가지 비난에 너무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 또한 boucebackability, 역전능력, 즉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 이 있어야 하고,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불평이나 경영진과의 불화, 자신이 선택한 커리어의 불확실성 같은 문제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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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2010. 9. 1. 18:05

1. 뜨거운 말 ; 준비없는 말은 산산히 흩어진다.
2. 뜨거운 생각 ; 생각을 가열하면 표현의 품위가 올라가다.
3. 뜨거운 감정 ; 감정의 덫에서 벗어날 때 많은 것이 간단해진다.
4. 뜨거운 표정 ; 당신의 표정이 인상으로 남는다.
5. 뜨거운 관계 ; 다 주려고 하지 말고 다 받으려 말라
6. 뜨거운 나 ; 진정 나와 마주하고 내 존재를 느껴라.

에필로그 ; 침묵의 승리, 내가 받지 않으면 상처가 아니다.


-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은 회의로 끝나고, 기꺼이 의심하면서 시작하는 사람은 확신을 가지고 끝내게 된다 <프랜시스 베이컨>

- 상대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듣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그 사람을 읽어야 제대로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잘 듣고 잘 해독해야 한다는 말의 요체다.
  해독에 성공해야 제대로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상대의 말이 해독되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해독이 될 때까지 말하는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부수적인 질문을 해 보고, 그래도 해독이 안 되면 직접 물어보아서라도 해독한 뒤에 말해야 한다. 이 또한 말을 침묵하는 훈련을 하는 우리로서는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할 원칙이다.

- 자기 감정의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는 수문장 역할을 스스로 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감정의 문의 여닫는 순간을 늦추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세상이 놓은 덫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깔았던 덫을 얼마나 많이 줄일 수 있을까.

- 감정을 표현하되 배출해서는 안된다.

- 내용은 단호하되 목소리는 부드럽게 하라.

- 사람은 상대에게 못된 짓을 하고 나서 그 상대를 더 미워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관계의 문제와 상관없는 영역에 관계를 넣어 버리면 본질까지도 완전히 망쳐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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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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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2010. 9. 1. 17:49

- '스펙정신'이란 1등을 위해 나와 당신이 항구적으로 경쟁해야 하며, 성공과 실적 등과 같은 특별한 일들이 삶에 중요하다고 믿는다. 반면, '스토리 정신'은 그것이 실패이든 성공이든 삶의 모든 요소는 나름대로 삶을 윤택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 '주연'을 맡을 수 있다고 말한다. 

- 스펙은 액면가 그대로를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100점의 액면가를 받기 위해선 150점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 남들보다 낫기 보다는 남들과 다르게 되자.........이력서를 아무리 포장해도 내가 성실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하지만 이력서가 없어도 이를 증명할 수는 있다. 바로 행동이다. 

- 역량이란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증명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이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이 스토리가 된다. 스토리는 내가 무엇을 했고 앞으로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방향을 보여주며, 그 확실한 방향성 속에서 사람에 대한 강한 신뢰를 형성한다. 정씨는 성실한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 스토리란 사실에 감정을 입힌 것

- 사실이나 정보는 개인의 고정관념 이라는 체에 걸러져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왜곡될 소지가 많다. 반면 '감정을 덧입은 사실'은 고정관념의 체를 뚫고서 사람에게 전달되기가 쉬운데 스토리는 그 안에 원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인생의 국면에서 지금의 스토리가 예전의 스토리보다 더 풍성해졌는지를 비교할 뿐이다. 남보다 더 좋아진 나보다는 이전의 나보다 더 성장한 내가 중요하다.

- 역량은 '예전에 해봤기에 지금도 가능하다'라는 뜻이다. 스펙은 '이력서에 존재하지만 해봐야 안다'를 뜻한다.

- 업이란 '평생을 두고 내가 매진하는 주제'를 뜻한다. ....나의 존재와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무언가를 의미한다.

- 나는 어디에서 일하고 싶지? 가 아니라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지? 라고 먼저 묻고 고민해야 한다.

- 업이 없으면 그저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내가 추구해야 할 것, 내가 직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평생 매진할 주제를 깨닫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직도 무료하고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 직을 추구하는 사람은 직에 따라서 삶이 요동을 치게 된다.

- 업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때, 내가 써내려가야할 스토리의 주제와 방향이 정해진다. 본격적으로 나 자신이 스토리의 주인공으로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 영국인들은 수줍음 때문에 남에게 의존하기 보다 스스로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그 결과 자주적이며 자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했다.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실패없는 성공, 즉 스펙이 아니라 , 실패에도 불구한 성공, 즉 우리의 스토리이다. 스토리는 실패도 환영한다. 가장 뼈아픈 실패를 들려주어라.

- 역량은 오래된 미래라고 불린다. 당신의 과거 모습 속에 미래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는 뜻이다.

주체성 ;자진해서 일에 매달리는 힘
설득력 ;다른 사람을 설득해서 끌어들이는 힘
실행력 ; 목적을 설정하고 행동하는 힘
과제 발견력 ;현상에 맞는 과제를 확실히 하는 힘
계획력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세스 설정능력
창조력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힘
발신력 ;자기 의견을 알기 쉽게 전하는 힘
경청력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정중히 듣는 힘
유연성 ;다른 의견을 이해하는 힘
정황파악력 ;주변 사람과 일의 관계를 이해하는 힘
규율성 ;룰과 약속을 지키는 힘
스트레스 조정력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

- "하룻밤 사이에 성공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어느날 갑자기는 과거의 꾸준함이 낳은 결과다. 당신도 하루 아침에 성공할 수 있다. 그 아침이 오기 전 무수한 밤을 준비하면 된다.

- 나는 위대한 사람의 하인일 뿐 아니라 모든 실패자들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습관

- 어떤 질문이든 그 질문은 특정한 핵심 역량과 연결되어 있다. 질문을 던지는 면접자가 듣길 원하는 그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질문을 통해 먼저 유추해보면, 좀 더 쉽게 자신만의 적절한 사례를 찾아낼 수 있다.

- 자신의 업과 관련된 핵심 역량을 파악하고, 그 핵심 역량에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을 성과로 삼아 기록하는 것이 역량 이력서의 특징이다. <p109>

- 홍세화 ; 우리는 모두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 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

- 훌륭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무언가를 할 때마다 그 경험에서 배우고, 다음번에 더 잘할 방법을 찾아냈을 뿐이다. .............................
역량은 실행이 없으면 개발되지 않는다. 비록 수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성공여부가 불투명해도, 그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자체가 역량으로서는 충분하다. 잘되면 성공스토리고 잘 못되면 실패스토리지만, 스토리 자체는 남는다.

- 일에 치여 살 때 입게되는 가장 큰 피해는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 아닏. 그것은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낳지 못하는 것이다.

- 당신이 경험한 것들, 즉 자료들을 종합하여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것이 뛰어난 삶과 평범한 사람을 가른다.

- 실험을 해보라 마음에 드는 것은 뭐든지 해보라.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열정으로 성숙하게 될 때까지는 그것을 당신의 인생의 중심으로 여기지 말라.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 테니까.

-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라

- 스토리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개인의 실천적인 행동에서 비롯된다.

- 내 대인관계 원칙 중 하나는  '나를 만난 사람이 헤어지고 돌아갈 때 나는 대단해, 나도 가능해, 라며 자존감이 높아지는 만남'을 만드는 것이다. .........스토리는 독특할 뿐이고, 그런 독특함은 상대방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 성취하는 사람들은 모두 가슴속에 뜨거운 스토리를 담고 잇다. 그들은 기회를 잡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세상마저 설득한다. 스토리를 실천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Think Golbal, Act Local"을 삶에 옮기는 사람이다. 이를 아주 조금 변형시켜본다면 "Think Gobal, Act Personal"일 것이다. 세상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의 스토리에 감동한다. 스토리를 활용하면 업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기회는 한 걸음 성큼 더 가까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 스토리가 있다는 것은 자신의 업을 안다는 뜻이며, 그 업에 방향을 맞추어 관련된 역량과 경험을 쌓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 가치는 결코 두부자르듯이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가치관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다.

- 나는 나의 가장 친구이자, 내 인생의 유일한 자산이다.

- 존재 양식을 택한다는 것은 '소유를 통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음을 믿거나 그것의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들에게도 소유는 있지만, '존재양식'을 지탱해주는 정도면 족하다.
또한 소유양식을 택했다고 해서 내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유 양식을 택했다는 것은 존재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도 존재감은 있지만, 재산, 지식, 권력 등이 나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정도면 만족한다.

-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존재양식은 개인에게는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타자와의 관계에서는 '주고, 나누고, 함께 관심을 갖는 살아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개인의 성장과 타인과의 살아있는 관계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행복수준도 향상된다.

- 고액의 융자를 받아 구입한 집 말고, 아직 27개월 할부가 남아 있지만 벌써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자동차 말고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갖가지 전기 제품들 말고는, 더 이상 읽지 않는 산더미 같은 책들 말고는,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 말고는, 더 이상 가지 않는 헬스 클럽의 회원증 말고는, 그리고 냉장고 깊은 어딘가에서 1년을 지났을 법한 돼지고기 요리 말곤ㄴ, 당신이 지난 20년간 벌어온 돈에 대해 보여줄 것이 없다.

- 에리히 프롬은 존재 양식의 삶을 '삶의 무도회'라고 즐겨 표현한다. 이런 삶에는 즐거움과 재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당신의 존재가 희미하면 희미할 수록, 당신은 그만큼 더 소유하게 된다."라고 경고한다. 삶의 무도회에 초청할 사람이 없기에, 그 넓은 무도회장에 물건이라도 들여 놓으려고 한다.

- 불안정과 불확실을 지금 경험할 수록 미래는 더욱 확실해지고 안정될 수 있다.

- 선택을 하지 않는 자에게 시간은 내편이 아니다.

-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늘 만나게 될 것이다.

- TV 만 있으면 인종이나 문화나 자라온 배경과는 전혀 상관없이 언젠가는 모두가 비슷한 것들을 원하고 필요로 하게 된다.
주변의 메시지를 의심해보라. 내가 직접 선택한 것만이 스토리로 남는다.

- '매몰비용의 함정'
; 사람들은 이미 지불된 비용이 있기에 그것이 아까워서라도 본전을 뽑으려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구덩이에 빠져 있음을 어느 순간 깨달았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구덩이를 파내려가던 삽질을 멈추는 것이다."....관성이 힘을 물리쳐야 한다.

- 높은 강도에서 시작해서 낮은 강도로 끝나는 고통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덜 고통스럽다. 즉 고통이든 불안함이든 처음에 감내하는 것이 덜 고통스런  '합리적인 선택'이란 뜻이다.

- 우리는 종종 '비합리적'으로 지금 당장 행복하기 위해 불안과 고통은 최대한 뒤로 미룬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 안타깝게도 지금의 행복도 누리지 못하고, 나중에 불안과 고통까지 더 많이 감내해야 할 선택을 우리가 한다는 점이다.

- 당신은 어디에서 일하는지가 아니라, 당신이 무슨일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당신의 소속이 아니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 삶의 방식이 단순해질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명확한 목표가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할 것이다.

- 톨스토이
  참으로 중요한 일에 집중해라
  삶이 너무 편하면, 이동이 불편해진다.
  생존을 위해 삶을 간소화하라
  그래야 이동할 수 있다.

- 비울 수 있는 자만이 새로운 삶을 구성할 수 있다.

-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

- 성공을 단념하자 내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비교를 멈추자 구별되기 시작했다. 최고를 포기하자 유일의 길로 나아갔다.
 상품을 포기하자 작품으로 변해갔다. 욕망을 내려놓자 만족이 찾아왔다. 경쟁을 피하자 공존이 가능했따.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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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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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2010. 6. 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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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2분만 지나면 늘 같은 얘기로 돌아가지. 내가 어쩌자고 틈만보이면 칼을 꽂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랑 같이 사는지 모르겠어."..............략..................
"난 충분히 냉정해요. 그저 내가 하는 일마다 당신이 비평을 하니까 지겨울 뿐이에요."

- 1. 실생활의 키스 . 언니와 형부 존이 히스로 공항의 출국장에서 보였던 종류
  2. 예술적인, 가짜 키스. 주로 할리우드 영화나 소설, 그림에 나타나는 거창하고 관능적인 노력.

- 타인과 사랑을 나누는 일은 어찌 보면 과거에 같이 잔 사람들의 습관이나 기억과 충돌하는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방식에는 우리의 성생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키스는 과거에 했던 키스들의 종합형이고, 침실에서 하는 행위에는 과거 거쳤던 침실이 흔적이 넘쳐난다.

- 성생활 역사가 있다는 것은 여러 사람과 성행위를 했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잠자리를 같이한 사람을 차거나 그 사람에게 채였다는 뜻이었다. 좀 어두운 면에서 보자면 섹스 기교의 역사는 실망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 여기서 욕망의 두가지 형식을 끄집어낼 수 있다. 하나는 '음식이 내 입맛에 꼭 맞으니 레스토랑이 마음에 드네.'라는 자율판단. 다른 하나는 '다들 그렇다니까 여긴 훌륭한 레스토랑일거야.'라는 모방심리.
전자인 경우 욕망이 그 대상과 직결된다.
후자인 경우 먼저 중간 경로, 곧 신문의 평이나 유명인의 입을 거쳐 욕망이 걸러진다.
앨리스는 두가지 형식 중 언제나 후자쪽을 따르는 편이었다.  갖고 싶은 옷, 구두, 레스토랑, 애인에 대한 취향이 다른 사람들의 말과 인상에 맞춰지곤 했다.

- 멜템에서 첫 코스가 끝날 즈음, 앨리스는 지금 행복한 이유가 다른 게 아니라 '가봐야 할 그곳'에서 식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가봐야 할 그곳'에 있고 싶다는 게 무슨 뜻일까?
다른 사람들이 바로 거기라고 정한 곳에 가고 싶다는 것.
그것은 중심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고, 그래서 의심할 나위 없이 중요한 가치의 중심에있고 싶다는 갈망.................................략..............................................
   북적북적한 식당에서 손님들은 서로 흘끔대면서, 사회적으로 가치가 인정된 이물을 부지런히 찾았다. 14번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15번 테이블의 손님들이 자신들과는 달리 재치가 있으며, 자신들이 읽지 못한 책들을 읽었으며, 자신들보다 더 흥미로운 친구들과 어울릴 거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15번 손님들을 똑같은 염원을 담은 눈길을 어깨 너머 16번 테이블에 보냈으며, 16번 손님들은 17번 손님들을, 17번 손님들은 18번을 마찬가지로 건너다 보았다.
  물론 레스토랑에 '중심' 따위는 없었다.................멜템은 공허하지만 매혹적인 관념을 체현함으로써, 중심지라는 인식을 솜씨 좋게 퍼뜨려 성공을 거두었다.

- 다른 사람들이 갈망하는 남자가 바로 그녀를 원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허약한 자존감을 붙들어주었다.  애인에게 선물받은 타이가 100개쯤 되는 남자는 타이가 하나뿐인 남자보다 가치 있었다.

- 타인의 도움 없이도 좋고 싫은 것을 분별할 줄 아는 수지에게는 부러움을 살 만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녀는 음식 비평가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작은 폴란드 식당을 런던 최고로 꼽았고, 세상이 칭찬하거나 관심을 쏟지 않는 남자라도 사랑했다. 
  기꺼이 여론을 따르는 앨리스는, 남들이 부러워할 남자를 만나려면 세련된 레스토랑 한구석에 지루한 얼굴로 앉은 금발 미인들에 대해 심술궂지만 정확하게 비평하는 일을 삼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잡지는 앨리스를 불행하게 만들어야 했다. 잡지는 지금 입은 옷을 한 해 더 입어도 된다든지,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든지, 유명한 사람을 안다거나 침실 색깔이 무엇인지는 무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의상 난을 보면서 자신의 옷장에는 없는 옷 때문에 서글펐고, 여가 난을 보면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햇살 눈부신 장소들이 떠올랐다. '삶의 스타일'이라는 난을 보면, 자신에게는 아마 제대로 된 삶도 없고 스타일은 틀림없이 없다는 느낌이 확고해져서 자존심이 상했다.

- 앨리스에게 자아 발견이란 그중의 한 자아를 찾는다는 의미였다. 이 지긋지긋한 빨래건조기를 멈추고, 어느 정도 안정감과 평온을 줄 수 있는 채널을 찾는 것이었다.

- 에릭이 감상(곧 약자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에 반대하면서, 굳은 의지와 품위를 가지고 당당하게 장애를 극복하는 이들을 존경한다면 그건 앞뒤가 맞았다. 하지만 감상적이지 않은 엘릭은 약자를 경멸하고 강자를 존경하는 중간에 멎어있었다.

- 내 필요를 고백할 때는 감정적으로 벌거숭이가 된다.......................나는 엄청난 모험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평소 자신감 넘치는 미인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내 두려움과 공포를 줄줄 꿰고 난 뒤에도, 당신은 날 사랑할 것인가.

- 감정의 옷입기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른 속, 상징적인 생식기의 약함, '당신이 필요하다'는 엄청난 비밀을 남에게 들키지 않도록 만든 옷장 전체로 이루어진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내가 조종할 수 없는 사람, 곧 전화를 받지 않거나 다른사람과 시시덕거림으로써 우리를 미치게 하거나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에릭은 연애를 할 때마다 이중 안감을 넣은 양복으로 옷장을 채웠다. 사랑이 대들보가 아닌 삶, 행복의 토대를 자율이 아닌 다른 것에 양도할 필요가 없는 삶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 에릭은 무게를 폭넒게 분산했다. 여자 친구를 몇 명씩 유지하는 것(거절을 당하더라도 곧바로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위험을 줄이려고), 어느 집단이 등을 돌려도 생존할 수 있게 충분히 많은 집단과 교제하는 것, 어느 거래가 실패해도 견딜 수 있게 돈을 많이 버는 것 등이 그 남자가 세운 기둥들이었다.

- 경제의 세계에서는 빚이 나쁜 것이지만, 우정과 사랑의 세계는 괴팍하게도 잘 관리한 빚에 의지한다. 재무 정책으로는 우수한 것이 사랑의 정책으로는 나쁠 수가 있다. 사랑이란 일부분은 빚을 지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빚지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견디고, 상대를 믿고 언제 어떻게 빚을 갚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는 일이다.
  에릭은 빚을 제때 갚긴 했지만, 앨리스로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너무 급하게 빚을 갚고 그대로 잊어버리는 바람에, 그 남자는 그녀와 똑같은 감정의 성숙을 실현하지 못했다.

- 누군가의 인품을 빨리 알고 싶다면 우유를 한 모금 입에 가득 머금었다가 그에게 뿜어보라  <제니 홀처>
....................우유 실험을 상상하면서 앨리스는, 사람 중에는 반응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부류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전혀 알 수 없는 부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 사랑의 영속성이란 무엇인가? 상대가 당장 관심의 징표나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사랑이 지속되리라는 믿음, 상대가 밀라노나 비에서 주말을 보내더라도 다른 정인과 카푸치노를 마시거나 초콜렛 케이크를 먹지 않으리라는 믿음, 침묵은 단순한 침묵일 뿐 사랑이 종말을 암시하는 게 아니라는 믿음.................그 남자가 입을 다물고 대화가 공해해지는 시간 X와 그 남자가 머리에 키스하는 시간 Y사이에는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앨리스는 이런 시간을 감당하는 데 통달해서, 위니캇의 아기처럼 그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버려진 아기의 원초적인 고통이 밀려와서, 씁쓸하게 자문하곤 했다. '내가 뭘 어쨌기에?'

- 1. 앨리스는 에릭을 사랑했다
  2. 그 남자는 그녀를 초대하지 않아, 그녀로 하여금 사랑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했다.
  3. 하지만 실제로 합당하게 불평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는 증오와 실망을 표현하지 못하고...
  4. 그녀는 조용히 에릭을 증오하기 시작햇다.
  5. 그녀는 그 남자를 비난하는 자신을 참을 수 없어서, 자신을 미워하면서 침대로 갔다.

'당신을 날 많이 사랑하지 않아'라는 억압된 두려움과 '내가 말도 안되는 걱정으로 당신을 괴롭히면 안 되는데'라는 타고난 심리적 규범이 폭발적으로 뒤섞여 상호 작용하는 것이 애인의 편집증을 낳는 마법이다.

- 사랑의 권력은 아무 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상대가 당신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해도, 대꾸도 없이 TV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바꿀 수 있는 쪽에 힘이 있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사랑의 목표는 소통과 이해이기 때문에, 화제를 바꿔서 대화를 막거나 두 시간 후에나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이, 힘없고 더 의존적이고 바라는 게  많은 사람에게 힘들이지 않고 권력을 행사한다.

- 사랑의 직각은 다른 일이나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에게 헌신하는 태도를 설명해준다. A는 B를 사랑하지만 B는 C에 더 관심을 쏟는다. B가 C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B에 대한 반발을 불러오지 않고 드리어 B의 값어치를 높인다는 것이 흥미롭다.
어느 선까지는 A는 B가 이 C라는 대상에게 마음을 쏟기 때문에 B를 사랑한다. B는 취향이 고매해서 A의 말을 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다. C는 자기애가 부족한 A에게 없는 자질을 가졌다고 여겨지므로, A는 B를 매개로 C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 하지만 사람을 괴롭히는 글은 명료하게 술술 읽히는 글보다 왠지 그럴듯하고 더 심오하고 더 참되게 받아들여진다. 하이데거나 후설에게 빠진, 예민한 독자는 '이 글은 정말 심오하구나.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걸 보면 나보다 똑똑하구나. 이해하기 어렵다면, 틀림없이 이해할 만한 가치가 더 클거야.' 라고 생각한다. - 책을 내던지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말하지 않고.
  학구적인 자기 학대는 은유적인 편견을 반영한다. 진실은 얻기 어려운 보물이며, 쉽게 읽고 배울 수 있는 것은 경박하고 중요하지 않다는 편견이다. ...........략........................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다. 마음이 열려 있고, 명쾌하고, 예측 가능하고 시간을 잘 지키는 애인보다는 힘들게 하는 애인이 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 앨리스는 이런 관심이 기쁘면서도 석연찮은 기분을 느꼈다. 에릭은 그녀가 약하고 자신감을 잃을 때보다는 강하고 일을 잘할 때 훨씬 친절했다. 사실 그녀가 형편이 좋을 때는 그 남자에게 저녁을 대접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녀 스스로 예쁘다고 믿을 때는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 행복한 영혼이 웃는 것은 그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몰이 아름답거나 애인이 방금 전화를 걸었거나 ㅎ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쾌증에 사로잡힌 이들이 행복한 것은, 단지 '그들이 불행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유연하게 통합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왜 그렇게 신랄하게 구는지."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누군가를 같이 싫어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거리낌없이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공모 행위다.............략............ 그러므로 에릭이 앨리스의 말에 맞장구치지 않은 것은 에릭의 충심이 변했다는 신호였다.

- 유쾌증 환자들은 수많은 일에서 재미를 찾지만, 단 한 가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들이 관여하는 활동의 성공과 진지함에 매몰되어서, 모순을 인식하는 폭이 좁다. 그들은 바나나껍질을 밟고 넘어지는 사람을 보고 웃지만 자기비하는 꺼리며, 본인의 성격이나 인간 본연의 깊은 결함과 때로 우스꽝스러운 습관을 드러내는 걸 피한다. 

-앨리스도 거대한 기계를 타고 런던에서 바베이도스까지 한나절 만에 날아갈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인정했지만, 밑도 끝도 없이 열광하지는 않았다. 정말 공학이 근본적인 것을 바꾸지는 못했다. 워싱턴 주 시애틀 시에서 보잉기의 날개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집단이며, 그들은 배우자를 속이고, 까탈을 부리고, 질투하고, 경쟁을 벌이고, 불안정하고, 매일 화장실을 가고, 결국 죽는, 고도로 진화한 유인원 집단일 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잊지 않았다.

- 여행은 흥미롭게도 지리적이라기보다 심리적인 활동으로 읽을 수 있다. - 외적인 여정은 내적으로 욕망하는 여정의 은유다. 네팔에서 히말라야를 오르고, 카리브 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이런한 것들은 이국적이고 유익하지만, 훨씬 심오한 동기를 가리는 시시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 동기란 여행을 예약하는 자신이 이런 활동을 즐기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다. ......'나'가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여행이 '나'를 바꿔주리라는 생각이다.

- 풍경이 아무리 근사해도 내면의 꾸밈새, 곧 내적인 지형이 우선했다. 왜 실제 여행 경험은 그토록 기대와 다른지, 섬과 호텔이 훌륭함에도 왜 계속 혼란스러운지 의아한 까닭은, 그녀가 짐을 꾸릴 때 한가지 중요한 것을 두고 오는 걸 잊었기 때문일 것이다. 선탠로션이며 자기계발 책, 비키니 수영복과 선글라스를 싸면서, 자기 자신까지 챙겨왔기 때문이었다.

- 앨리스는 풍경이 변해도 그것을 보는 눈을 바뀌지 않으리라는 점을 잊고 있었다. 그녀는 실제 살아보는 고통없이도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양 미래를 비인격적으로 전망했다. 되돌아보고 그녀는 자신의 빈곤한 상상력에 충격을 받았다.
현재 고민할 거리 중에서 런던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과 직결된 문제들은 빼버리고, 낙원에서도 잠을 못 이루게 하는 ㄴ 일은 차고 넘치리란 것을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날씨와 풍광이 바뀌는 데 희망을 걸었다. 의상과 무대 장치가 호화롭게 변하면 독백 연기가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는 실력 없는 배우처럼.

- 그곳에는 거부감이나 자기혐오의 반작용으로 사들였지만, 환하고 현실적인 빛 속에서 보면[무언가, 어느 것에라도 돈을 써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이 누그러지면] 전혀 적당치 않아 보이는 옷들이 쌓여 있었다.

-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사는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깔린 목적은 단순히 그것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녀가 어렵게 번 80파운드를 드레스와 수영복에 쏟아부으면서 원했던 것은 꼴같잖게 비싼 옷이 아니었다. 냉소적이도 재능없는 디자이너가 만들고 패션 잡지가 과대 선전해준 옷이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그걸 입은 사람의 존재였다. 우스운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녀가 원했던 것은 모델이 입은 옷이 아니라 모델 자체였다. ...................그러나 가진 돈을 다 쏟아 부어서라도 그녀가 갖고 싶은 것은, 아무도 팔 수 없는 것, 바로 그녀가 아닌 다른 존재 였다.

-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이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는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성 있는 사람이 된다. 그들의 너그러움이 우리를 너그럽게 하고, 그들의 모순이 우리를 모순되게 한다. ............마찬가지로 앨리스의 가능성도 애인이 공감해주는 한도에서만 뻗어나갈 수 있다.

- 관계의 기반은 상대방의 특성이 아니라, 그런 특성이 우리의 자아상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우리에게 적당한 자아상을 반사해주는 상대방의 능력에 기초해서. 에릭은 앨리스에게 어떻게 느끼게 하는가? 어떻게 그것을 알려주는가? 모든 게 머릿속 생각일 뿐인지 실제로도 그런지 모르지만, 그녀는 오래전부터 그 남자와 있으면 가치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을 느꼈다. 그 남자와 함께 있는 앨리스는 돈을 함부로 쓰고, 지성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데 매달리고, 타인을 귀찮게 하는 의타심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었다.
  에릭이 그런 말은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같이 있을 때 그녀 스스로 느끼는 바가 그러했다.

- 따라서 앨리스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흥미로운 인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스스로 아주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결론지었다. 에릭과 같이 앉아 저녁을 먹을 때면, 적당한 상대만 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리라는 자신감을 잃고, 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어할 수 있는 것까지 타인이 결정한다는 증거다.

- 에릭은 사람들이 혼자라고 느끼는 것에 대해 그녀가 말하지 못하도록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길로 뻗을 수도 있었을 대화의 문을 닫았다. 그 남자는 그녀가 본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잠재적 가능성을 끌어내지 못했다.

- 행복은 배타적이지만 불행은 끌어안는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행복한 표정이 아니라 불행한 표정을 짓고, 명랑함에 수반되는 독립심, 고통에 대한 무감각을 피할 일이다. 불행을 추구하는 일은, 만족한 표정에 함유된 경쟁심을 피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 불평을 표현하는 행동 뒤에는 상대가 잘못을 빌 거라는 낙관적인 믿음이 깔려 있을 것이다. 불평은 대화에 대한 믿음을 암시한다. 상처를 입긴 했지만, 이쪽이 화난 것을 상대가 이해해 줄(돌아봐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 앨리스가 자폐적인 기분으로 추락하는 것은 이런 경험을 할 때였다. 아무리 말을 잘해도, 어떤 근거를 들이대며 간청하고 설득해도, 사람들은 결코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확시이 들 때, 그녀는 며칠 동안 어머니에게 말할 수도 있겠고, 그러면 어머니는 생명과 공감의 신호를 보내며 격려하겠지만,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끝날 터였다. 어머니는 젊은 시절과 다름 없이 노년에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할 테니까.

- 질투심을 경험하려면 아래 두 가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첫째 : 다른 사람에게 간절히 마음을 쓴다는 점
둘째 :[이것은 자존심이 개입되는 부분이다.] 그 사람이 이제는 자신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

- 앨리스는 자신의 모자란 점을 채우고자 사랑했고, 그녀가 갈망했지만 부족했던 자질을 상대에게서 추구했다. 그녀의 감정적인 욕구는, 상대가 가져다준 조각 없이는 불완전한 퍼즐 같았다. 하지만 스스로 발전하면서 빈 공간은 변하고, 열다섯 살에는 딱 맞았던 조강이 서른 살 때는 필요치 않게 된다.
  빈 자리는 윤곽을 다시 그렸고, 퍼즐-사람이 그에 맞춰 변하지 않으면, 그녀는 헤어지거나 곤란을 무릅쓰고 결론을 끌어내고자 했다.

- 고통은 성숙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함께할 수 있는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동안 합치되었던 것은, 넓고 갈림길이 많은 길에서 일어난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다.

- 에릭이 줄 수 있는 것이 더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런던의 레스토랑을 훤히 아는 것, 우아한 아파트, 사회의 사다리에서 굳건한 지위를 차지한 것, 이런 것들은 그녀도 얻을 수 있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이었다. 직장에서 성공한 것은, 그녀를 웃게 하거나 친절한 행동으로 놀라게 하는 능력에 비하면 부차적인 요소였다.

-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나 할 짓을 벌여놓고는 " 하지만 여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란 말을 후렴구로 삼았다. 그녀는 딸을 사랑했고, 화장실 미화원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이 경이롭고 이타적이고 유별난 감정을 안다고 떠벌렸다. 새 남편과 살려고 딸을 전학시키는 마당에, 딸의 몇 안 되는 진정한 관계를 깨버리려고 무슨 짓이든 하는 마당에, 딸의 자신감과 자기존중심을 무너뜨리면서, 어떻게 이런 것들이 사실은 복잡하지만 깊고 진실한 사랑의 발로라고 할 수 있을까?

- 냉소적인 사람은 '너무 많이 바라고 너무 오래 기다린 사람'을 뜻했다.
그의 사랑고백은, 앞으로 혼자 밤을 보내야 하고 또 신경질을 부릴 대상이 없어진다는 걸 깨달은 남자의 반응이 아닐까?

- 상실감이 컸지만 그 대상이 에릭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사랑을 시작한 장본인은 에릭이었지만 그 남자는 사랑에 걸맞게 살지 않았다.  그녀는 기대 속에서 상상했을 뿐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기묘하게 향수를 느꼈다. 누군가 그리웠지만, 기억 속을 헤매자니 솔직히 이제는 상실감의 원인을 에릭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 감정을 먼저 이끌어낸 사람이 그 감정에 걸맞게 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상했다. 에릭은 단순히, 그를 만나기 전에도 그 후에도 존재했던, 사랑하고자 하는 욕망의 촉매재 아니었을까?

- 그녀의 사랑은 그 남자와 함께 자리잡았지만, 그것이 그 남자에 대한 사랑이었을까? 그 남자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그저 결실을 맺지 못한 약속이 아니었을까? 에릭은 너무 빈곤해서 자신이 끌어낸 감정에 응하지 못했고, 그녀의 욕구를 달래주거나 충족해주지도 못하고 불충분한 채로 남았다. 그 남자는 무슨 뜻인지 모르고 대단히 똑똑한 말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의 가치를 알지만 그 자신은 감당할 수 없는 멍청이 같았다........................에릭은 그를 둘러싼 희망사항들이 투사하는 신기루였다.

- 이것은 어떤 사람이 그러하리라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그가 실제로 하는 행동 사이의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였다. 실현하고 싶은 욕구와 실제로 실현된 모습의 뚜렷한 차이.

- "내 일부가 아직도 그이에게 밀착되어 있어."
그날 오후 앨리스는 수지에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그리워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 미쳤나봐."
"네가 그리워하는 건 사랑이야." 수지가 한숨처럼 속삭였다.

- 그녀는 감정적으로 너그러워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뭐든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믿었다............흔히 자신을 성숙하게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를 거부하지만, 그녀는 사랑을 희생의 '장'으로 여겼다.
  그러니 전혀 어울리지 않거나 진정한 대화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남자들에게도 무한히 집착했다. ..........앨리스는 그들의 정서적으로 눈먼 상태에 저항했고, 친구들 앞에서 울거나 잔인한 상황을 겪어야 하는 데에 남몰래 절망했지만, 더 적절한 상대를 만나는 것은 고집스럽게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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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
독서 2010. 6. 25. 18:05



가난했다..그리고 외로웠다.
유소년기 그리고 청소년기까지의 나의 상황은 이 두마디로 요약된다.
공부를 잘 했다, 대체로 모범생이었다.
이 두마디로는 나를 요약할 수 있었고..
어쨌거나 그 시간들은 나를 지나쳐 가버렸고 ..
난 이제 부자는 아니지만 가난하지도 않고, 활발한 대인관계를 맺진 않지만 외롭지도 않다..
또 공부를 잘하지도 않고 ;;이건좀;;
뒤늦게야 생각해 보면 나는 내게 주어진 것 이상의 나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가난, 외로움 심지어 학업에 대한 수월성 까지도 내게 주어진 것이지 내가 선택하거나 노력한 건 아니었다.
그땐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기에..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면 지나왔지만..아니었다.
지나고 보니 참 대견하게도 나의 상황과 나 자신을 견뎌온 시간이었다.

내 어린 시절을 많이 닮아 있는, 나의 어린시절과 많이 겹쳐 있는...이 소설을 읽고 오랫만에 많이 울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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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 여우의 신 포도에 관한 우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어차피 먹지 못할 것에 대해 적당한 모욕을 날려주고 미련없이 돌아서는 여유

- 무언가를 갖는 것보다 어려운 게 버리는 것이다. 오래 갖고 있었던 것일수록 미련이 돼지비곗살처럼 덕지덕지 붙어서 버리기가 힘들다. 이건 내가 특별히 부석한 결과인데, 갖고 있었떤 것을 함부로 내다버리게 되면 버려진 것들로부터 각종 저주를 받게 된다. 아까움, 심심함, 외로움, 그리움 등이 그 예다.

- 멍청하게도 눈물이 나려고 하는 순간 재빨리 노래를 지어 부르기 시작한다. 아, 이 개 같은 눈물- 아, 이 개 같은 눈물-


13세

- 웃는다고 웃었는데 눈가에는 미약한 경련이 일고 입꼬리는 한쪽만 비스듬하게 올라간 모양이다. 남의 마음에 들게 웃기는 너무 어렵다.

- 나는 글자만 보면 그것들이 철사뭉치마냥 뭉쳐져서 내 정수리를 향해 돌격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 예전에 딱 한 번 된장찌개를 만들어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십 년쯤 묵은 된장독에 혀를 담근 기분이었다.

- 나느 글을 너무 솔직하게 쓴 것에 대해 후회했다. 내 글을 읽고 있는 옆자리 짝을 보았을 때는, 꼭 내 살갖이 전부 투명해져서 몸속의 내장을 다 드러낸 채로 대낮의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세상은 간절히 바라는 일을 절대 이루어주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학교 운동장이나 동네 주차장처럼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곤 하니까.

- 어른들은 뻔뻔스럽다. 나는 그 뻔뻔스러움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 가게에서 도둑질을 하고 태연스럽게 걸어나오는 단순한 뻔뻔스러움이 아닌, 사람의 마음에 자국을 남기고도 아무렇지 앟게 웃을 수 있는 여유. 진정한 뻔뻔스러움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스스로가 뻔뻔스럽다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못할 때 비로소 제대로 뻔뻔스러워 질 수 있는 것이다.

15세

- 무조건 많이 훔치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게 아니다. 진짜를 훔치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이다.

- 나는 늘어난 티셔츠의 뒷모습을 향해 아버지, 하고 부르지 못했다. 아버지의 등짝이 내 입깁에 날아가버릴 것 같았다. 젋은 경찰이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제가 보호자인데요."

17세

- 원하지만 결코 갖지 못할 것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지금 내게 그것이 없고 앞으로도 또한 없을 것임을 편히 인정하는 것이다. 허상에 대한 기대와 집착은 서글픈 욕망에 헛바람만 불어넣을 뿐이니까.

- 고등학생이라고 시급 삼천원밖에 안 주면서 사장 행세는 더럽게 한다. 나는 앞치마를 풀어 투포환 던지듯 휘날려버린 뒤 가게를 박차고 나가고픈 충동을 참는다. 대신 솔기가 뜯어진 행주를 박박 빨아 싱크대 위에 얌전히 널어놓는다. 말이 안 통하는 좀팽이들하고 싸움을 벌여봤자 피곤해지는 것은 나뿐이다. 눅눅해진 커피찌꺼기를 쓰레기통에 쏟아버리며, 감정을 지능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만한 방법을 궁리하기로 한다.

-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상처를 주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내가 상대방에게 의미 있는 존재여야하는데, 그 의미가 버려지는 것을 감수할 만한 용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 나는 가슴속에 갑각류를 여러 마리 기른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상처를 주려고 하는 낌새가 보이면, 그 중 한마리가 재빨리 단단한 등껍질을 내밀어 그것을 튕겨낼 준비를 한다. 튕겨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녀석들은 더욱 단단해진다. 아주, 귀여운 녀석들이다.

- 내가 가끔씩 상처받는 것은 사람 때문이 아니라 상황 때문이다.

- 사랑은 몸빼바지인가보다. 누구에게 갖다입혀도 촌스러운데, 그래서인지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19세

- 나는 조용히 옥상으로 나와, 내 짧은 열아홉 인생을 샌드백처럼 세웠다 그리고 왜 이렇게 부족한 게 많으냐고 소리치며 어퍼컷을 날렸다. 이어 훅, 잽까지. 그러자 열아홉 인생은 시무룩하게 입을 열었다. "내 잘못이 아니잖아." 나는 녀석이 가엾어 졌다. 그래서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옥상 난간에 기대어 선 채로 생일의 밤하늘을 올려 보았다.

- 불행에게는 틈을 보여선 안 된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면역체계가 생기기도 전에 녀석들은 또다시 떼를 지어 덤벼든다. 정 강한 모습으로 견딜 수 없을 때는 도망이라도 가야 한다. 불행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는 나약한 인간을 가장 좋아하니까.
그날 나는 불행을 겁줄 만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버지에게 꿀물을 한 잔 타 주었다.

- 나는 줄이 끊어져 내려앉은, 지독하게 무겁고 어두운 천막 속에 갇힌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한다. 가슴속에 수만 마리의 새떼가 내 호수를 떠나 계절을 따라 날아간다. 아버지가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이길 수 없는 것을 굳이 이기려들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며 덤벼드느니 차라리 지고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낫다.

- 간절히 원했지만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엄마는 그렇게 조용히 나의 상자 속으로 걸어들어왔다. 상자는 뚜껑이 닫힌 채 내 가슴 속의 선반 한켠에 놓여졌다.

- 심장이 농구공처럼 타앙, 하고 크게 한 번 튕긴다...........녀석은 뒷목을 긁적이고, 나는 앞머리를 만지작 거린다.  
지우개로 열심히 문질러 놓은 공책 바닥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연필 자국처럼, 알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분명히 읽히지 않는 말들이 가슴 속에서 흔들거린다.

- 갖고 싶은 것을 갖지 않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열아홉 살의 끄트머리에 선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러나 굳이 원하는 것들을 자르고 구겨서 나의 주머니에 맞처 우겨넣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갖는 것과 소유한다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거다.

작가의 말

- 나는 여고생 때 걸핏하면 첫눈에 반했고 혼자 상처받길 잘했다. 아무도 들여다봐주지 않으면 외로워했지만, 또 타인이 나를 기웃거리기라도 하면 촉수를 날카롭게 곤두세웠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혼자 가벼운 장난과 농담을 하며 킥킥거리기를 좋아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posted by Dr.Hannah Son
:
독서 2010. 6. 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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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 나는 전쟁의 추억을 얘기하기도 듣기도 싫다. 사람이 수없이 죽었는데 그런데도 진부하고 지루하다. 그러나 나는 역시 분방할 것일까. 내가 징용되어 지카다비를 신고 땅 다지는 밧줄을 잡아 당기게 되었을 때의 일만은 그다지 진부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 나는 그 젋은 장교 옆에 다가서서 문고판을 내밀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말이 나오질 않아 잠자코 장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을 때 내 눈에서 눈물이 방울지어 나왔다. 그 장교의 눈에도 눈물이 반짝였다.
- 어머니는 나의 건강을 자꾸만 걱정하셨지만 나는 오히려 더 튼튼해져, 이제 와서는 땅 다지는 밧줄을 잡아당기는 일에 남몰래 자신을 가지고 또 밭일에도 그다지 고통을 느끼지 않는 여자가 되었다.

- 전쟁얘기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다고 하면서 어쩌다 나의 '귀중한 체험담'을 얘기해 버렸으나, 나의 전쟁의 추억 속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대략 이정도이다. 나머지는 그 시와 같이

  작년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
  재작년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
  그 먼저 해에도 아무 일이 없었다.

- 자신이 생각해도 지독한 소리를 하는구나 싶으면서도 말이 어떤 생물인 것처럼 애를 써도 멈추어지지 않았다.

- ...몸이 야윌 정도로 몹시 울었다. 그러는 중에 정신이 멍해져서 점점 어떤 사람이 그리워지고 그리워서 견딜 수 없고 얼굴이 보고 싶고 목소리가 듣고 싶고 양쪽 발바닥에 뜸을 뜨면서 지그시 참는 것처럼 기묘한 감정이 되어 갔다.

- 아무래도 더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허전함, 이게 그 불안이라고 하는 감정일까.

- 천 엔의 빚을 청산해야 하는데 일금 5엔.
세상에서의 나의 실력은 대강 이렇다. 웃을 일이 아니다.

- 전쟁! 일본의 전쟁은 자포자기다. 그 자포자기에 휘말려들어 죽는 건 싫다. 차라리 혼자 죽고 싶어.

- 인간은 거짓말을 할 때에는 반드시 진지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요즘 지도자들의 저 진지함.

- 남에게 존경받으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놀고 싶다. 그러나 그런 좋은 사람들은 나하고 놀아주지 않는다.

- 내가 조숙한 체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조숙하다고 수순댔다. 내가 게으름뱅이인 체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게이름뱅이라고 수군댔다. 내가 소설을 못 쓰는 체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못쓰는 사람이라고 수군댔다. 내가 거짓말쟁이인 체해 보였더니 남들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수군댔다. 내가 부자인 체했더니 남들은 나를 부자라고 수군댔다. 내가 냉담을 가장했다니 남들은 나를 냉담한 놈이라고 수군댔다. 

그러나 내가 정말 괴롭고, 나도 모르게 신음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괴로운 체 가장하고 있다고 수군댔다.
아무래도 이가 맞지 않는다.

- 아, 동생도 고통스럽겠지. 더구나 길이 막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직도 아무 것도 모르고 있겠지. 다만 매일 죽을 셈치고 술을 마시고 있겠지. 차라리 눈 딱 감고 본질적으로 불량 청년이 돼 버리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오히려 동생도 즐거워질 게 아닐까. 

  불량이 아닌 인간이 있을까? 가고 그 노트에 씌어 있었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불량이고, 외숙도, 어머니도 모두 불량 같이 생각된다. 불량이란 친절한 것이 아닐까.

- 그러나 나의 지금의 생활은 그 이상의 무서운 것인 듯해서 M C를 의지할 것을 단념하지 못하는 겁니다. 비둘기처럼 순하게, 뱀처럼 영리하게, 나는 나의 사랑을 완수하고자 합니다. 

- 나는 결국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행동할 수 밖에 도리가 없구나,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난생 처음의 일이기 때문에 이 어려운 문제를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받으면서 해내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지독하게 복잡한 대수의 인수분해나 무슨 답안을 생각하듯 심사숙고하고, 어디엔가 한 군데 술술 풀려 나갈 실 끝이 있음직해서 갑자기 명랑해지기도 하고 합니다. 

- 6년 동안에 언제쯤부터인지 당신이 안개처럼 내 가슴에 스며들고 있었떤 겁니다. 

- 문제는 당신의 회답입니다. 나를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 그게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가, 그 회답은 무서운 것이지만, 그러나 알아야 하겠습니다. 일전에 드린 편지에도 내가 억지 춘향이로 밀도 들어가는 애인이라고 썼고 또 이 편지에도 중년여자의 억지라고 썼습니다만, 지금 잘 생각해 보니 당신에게서 답장이 없다면 내가 억지를 쓰려야 쓸 수도 없고 혼자 멍청하게 야위어갈 뿐이겠지요.
역시 무엇인가 당신의 답장이 없다면 소용없는 노릇입니다. 

- 재미있는 말이군. 딱지가 붙었으면 오히려 안전하고 좋지 않을까. 방울을 목에 걸고 있는 새끼 고양이처럼 예쁘지 않아? 딱지가 안 붙은 불량이 무서운 거야.

- 세상에서 좋은 사람이라며 존경받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고 가짜라는 걸 나는 알고 있어요. 나는 세상을 신용하지 못하는 겁니다. 딱지 붙은 불량배만이 나의 편입니다. ..............만인에게 비난을 받아도 그래도 나는 답변할 수가 있어요. 너희들은 딱지도 붙지 않은 가장 위험한 불량배가 아니냐고.

- 나오지의 얘기를 들어 보면 내가 사모하고 있는 사람의 신변 분위기에 나의 체취는 눈곱만큼도 스며들디 않은 듯하다. 나는 부끄럽다는 느낌보다도 이 세상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기묘한 생물 같은 기분이 들고, 나 하나만 남겨놓고 다 어디론가 가 버려 불러도 소리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땅거미 지는 광야에 서 있는 듯한,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처참한 기분이 엄습했다.

이것이 실연이라는 걸까. 광야에 속수무책으로 서 있는 동안에 해가 꼴딱 지고 밤이슬에 얼어죽는 수 밖에 다른 수는 없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니 눈물도 나오지 않는 통곡으로 두 어깨와 가슴은 마구 뛰고 흔들려 숨도 쉴 수 없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 "어두운 데서 가만히 누워 계시는 것이 싫으시죠?" 라고 선 채로 물으니까,
   "눈을 감고 누워 있으니까 마찬가지예요. 조금도 쓸쓸하지 않아. 오히려 눈이 부신 게 싫어요. 앞으로는 안방에 불을 켜지 말아줘." 라고 하신다.

- 나에게는 경제학이란 것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인색한 것이고, 그리고 영원히 인색할 것이라는 전제가 없으면 전혀 성립되지 않는 학문이다. 인색하지 않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분배의 문제나 기타 문제에도 아무런 흥미가 없는 일이다..

- 파괴는 불쌍하고 슬프고, 그리고 아름다운 것이다. 다시 건설해서 완성하려는 꿈. 그리고 일단 파괴하면 영원히 완성의 날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그리운 사랑 때문에 파괴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 ..슬픔의 바닥을 뚫고 나간 마음의 안정이라고나 할까, 그 같은 행복감에 흡사한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 행복감이란 것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 같은 게 아닐지. 슬픔의 극치를 통과해서 기이한 엷은 빛을 보는 심정.

- "나는 모르겠다. 세상을 아는 사람은 없는 게 아냐? 언제까지 가도 모두 어린애예요.........." 
그러나 나는 살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어린애일지라도 어리광만 부리고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이제부터 세상과 싸워 나가야 하는 것이다.

- 어머니가 마침내 돌아가시게 되자 나의 로맨티시즘이나 감상은 차츰 사라지고, 뭔가 나 자신이 마음 놓을 수 없는 나쁜 지혜를 가진 생물로 변해가는 심정이 되었다.

- 사람이 태어난 이상 아무렇게라도 끝을 볼 때까지 살아야 한다면, 이 사람들이 끝을 볼 때까지 살아가려고 애를 쓰는 모습도 노상 미워만 할 수 없지 않을까.

- 쓸쓸하다느니 고적하다느니 그런 여유 있는 것이 아니고 슬픈 거야.....자신의 행복도 광영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사람은 어떤 심정이 될까. 노력? 그 따위 것은 다만 굶주린 야수의 밥이 될 뿐이야.

-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굳세게 끝까지 살아가야 하겠고, 그건 훌륭한 일이며, 인간의 영관이란 것도 그런데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죽는 일도 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나는 천해졌습니다. 천한 말투를 쓰게 됐습니다. .......지금에 와서 나의 천함은 60프로가 인공적으로 덧붙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나머지 사십 프로는 진짜 천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 내던진 세계로 돌아갈 수도 없고, 민중으로부터는 악의에 찬,개떡 같은 정중한 대우를 받는 방청석이 주어질 뿐입니다.
 
- 인간은 모두 다 같은 것이다.
얼마나 비굴한 말입니까. 남을 업신여김과 동시에 자기 스스로도 업신여기고, 아무런 프라이드도 없이 모든 노력을 포기하는 말.

- 나는 놀면서도 조금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쾌락의 임포텐스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다만 귀족이라는 자신의 그림자에서 떠나고 싶어, 미치고, 놀고, 거칠어졌습니다.

- 나의 자살을 비난하고 끝까지 살아서 견디어야 했다, 고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입끝에서만 그럴싸한 표정으로 비판하는 사람은, 폐하께 과일 장사를 하시라고 태연하게 권고할 만큼이나 대위인임에 틀림 없습니다.

- 나는 죽는 편이 낫습니다. 나에게는 소위 생활 능력이 없습니다. 돈으로 남과 다툴 힘이 없는 거예요. 나는 남에게 엉겨붙지도 못합니다.

- 모두가 나로부터 떠나간다................어쩐지 당신도 나를 버리신 모양입니다. 아니 차츰 잊어가고 계시는 것이겠지요.
- 당신이 나를 잊어버린다 해도, 또 당신이 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있다 해도, 나는 나의 혁명의 완성을 위해서 건강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인간실격

- 자신의 행복 관념과 온세상 사람들의 행복 관념이 전혀 딴판으로 어긋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불안...

- 나는 어릴 때부터 아주 행복한 아이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나 자신은 지옥에 있는 것처럼 고통스럽기만 했고, 오히려 나를 두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편이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안락한 것같이 나에게는 느껴지곤 했습니다. 
 
- 나에게는 재앙 덩어리가 열 개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만이라도 내가 아닌 이웃 사람이 짊어진다면, 그 한 개의 재앙 덩어리만으로도 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 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일조차도 있습니다.

- 나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을 단념할 수는 정말 없었던 모양입니다.

-........ 결국은 처세를 잘하는 사람의 세상에 잘 통하는 핑계에 말려들 뿐이 아닐까.

- 반드시 어딘가 허술한 곳이 있음이 분명하고, 결국은 인간에게 호소하는 일은 헛수고에 지나지 않고, 나는 역시 진정한 얘기는 하지 말고 참고 견디며, 그래서 어릿광대 노릇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그대로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안이함과 어리석음.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의해서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흉측한 것을 보고 구역질을 하면서도 거기에 대한 흥미를 숨기지 않고 표현의 기쁨에 잠기고 있습니다.

- 그리고 그는 그 어릿광대 노릇을 의식 없이 실천하며, 더욱이 그 어릿광대의 비참한 점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나하고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었습니다.

- 쓸쓸하다.
나에게는 천 마디 만 마디의 신세타령보다도 이 한 마디의 독백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리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이 세상 온갖 여자에게서 마침내는 한 번도 나는 그 말을 듣지 못했던 것을 기괴하고도, 불가사의하다고도 느끼고 있습니다.

- 겁쟁이는 행복조차도 두려워합니다. 솜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행복으로 상처를 받는 일도 있습니다. 상처를 받기 전에 빨리 이대로 헤어지고 싶어서 초조하여, 늘 쓰는 수법이 어릿광대 노릇으로 연막을 둘러치는 것이었습니다.

- 그건 세상이 용서하지 않는다
  세상이 아니고 자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 따위 짓을 하면 세상으로부터 혼구멍이 날 거다.
  세상이 아니고 자네겠지
  두고 봐. 세상에서 매장되고 만다
  그건 세상이 아니고 자네가 매장하겠지
posted by Dr.Hannah Son
:
독서 2010. 6. 19. 12:30



말투가 많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글속에 써있는 내용을 보면 속은 더 단단한 고집? 주관? 이 세워졌다는 느낌이다.
가끔..이 사람이 민주화운동을 열렬히 하지만 않았더라면 박정희같은 스타일의 정치인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책을 다 읽고 든 생각..
이 사람이 왜 좌파? 라는 거지?..
중도우파에 가까운 정책들을 설득하는 유시민이 좌파인 희한한 세상..
그래서 이사람은 진정 좌파에게도 우파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도 비판과 비난을 거듭 받는가보다.
지식소매상이라는 말에 걸맞게 쏙쏙 잘 들어오게 쓴 이사람의 글이 좋긴 하지만
몇개의 텍스트를 직접 읽어보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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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발행 부수를 자랑하며 국민 여론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몇몇 거대 신문사의 경영진과 편집인들은 공평무사한 언관이 아닙니다. 그들은 공익과 동시에 사적인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의 경영진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독자적인 신념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국민 다수가 자기네 신념체계를 진리로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미디어 권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합니다.

- 길게 보면 언제나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합니다. 그러나 국민이 매 순간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합리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성공한 나라 불행한 국민

- 행복은 인생관 적응력 유연성 등 개인적 특성을 나타내는 P(presonal), 건강 돈 인간관계 등 생존 조건을 가리키는 E(existence), 야망 자존심 기대 유머 등 고차원 상태를 의미하는  H(higer order) 등 세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이 세 조건 가운데서도 생존 조건인 E가 개인적 특성인 P보다 다섯 배 더 중요하고, 고차원 상태인  H는 E보다 세 배 더 중요하다.                 <로스웰 과 코언이 발표한 행복공식>

- 실제로는 절대적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상대적 소득수준도, 아니 오히려 상대적 소득수준이 더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보다는 자기가,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거나 적어도 크게 못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야망, 자존심, 기대 등 행복의 고차원적 요소를 충족하는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 함께 더 행복해지려면 국민들이 기존의 관점과 행동방식,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자기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각자가 자기의 행복을 위해서 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데, 대통령이 바뀐다고 모두가 행복해질 리는 없습니다.

선진통상국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

- 저는 유신체제는 '경쟁력 있는 개발독재' 였고, 박정희 대통령은 '성공한 독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독재자라도 성공한 건 성공한 것이고, 성공했다고 해서 독재자라는 사실이 변하는 건 또 아닙니다.

- 대한민국은 밖으로는 세계화 시대의 선진통상국가로 나간다. 선진통상국가로 성공하기 위해 안으로는 사회투자국가를 건설한다.

- 그들은 한국사회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 아래 미국이 강제하는 제도적 규범에 포획당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이런 위험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를 따지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국민들에게 그 폐해를 홍보함으로써 대한민국이 미국식 모델을 따라가는 사태를 막으려는 것입니다.

- 박현채 선생은..1970년대에 내포적 공업화에 입각한 경제발전론을 연구 개발해 '민족경제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국가발전전략으로 만들어 제시한 인물입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삼아 각 지역단위에서 1,2,3차 산업이 균형을 이루어 발전해가게 함으로써 국가 전체가 균형잡힌 경제구조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그가 제시한 전략의 핵심 입니다.

- 현실 권력이 민족 경제론을 외면한 후, 진보세력은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오로지 '안티'로 일관했습니다. '안티'로는 현실을 주도할 수 없습니다. 민족경제론은 1980년대에 '외채 망국론'이라는 안티테제로 변신했다가 오늘날에는 '양극화 망국론'과 '한미 FTA망국론'으로 진화했지만, '안티'라는 점을 변화가 없습니다.

- 박정희 대통령의 수출주도형 불균형성장전략이 남긴 유산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폐해를 타박하기보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려는 시도입니다.

사회투자국가, 지구촌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

- FTA는 선진통상국가로 성공할 기회를 얻는 것일 뿐, 그 자체가 성공을 약속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미 FTA를 격렬하게 반대한 진보세력의 평소 주장을 깊이 있게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한국의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사람에게서 나오는데, 국민을 더 건강하고 똑똑하고 강인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투자를 막으면서 도대체 무엇으로 국제 경쟁에서 이기려고 합니까?

- 상대방 주장의 핵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은 채 오직 그 주장이 내포한 약점만 끄집어내어 공격함으로써 자기 견해를 정당화하려는 풍토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더 행복해지기는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한 사회의 수준은 장기적으로 국민의 전반적인 지적수준이나 경험 수준에 따라 결정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지적 엘리트들의 능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어느하나가 옳으면 다른 하나는 반드시 틀린 것이어야만 한다는 사생결단식 논조가 판을 칩니다. 사실 자체와 언론인들의 주관적 신념이 뒤죽박죽 뒤엉긴 기사들이 곳곳에 출몰합니다. .....우리가 찾아야하는 것은 양자택일의 해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둘 다를 해야 합니다. 성장주의도 평등주의도 혼자서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 복지정책을 사회투자정책으로 바꾸자는 저의 주장은 그저 이름만 바꾸자는 게 아닙니다. 정책의 목표와 정책 수행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사회투자는 개방의 진전에 따라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보완적 정책수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개방이 선진통상국가로 발전하는 데 불가결한 필요조건이라면, 사회투자는 대한민국이 국제 경쟁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충분조건입니다.

비전 2030, 사람이 희망이다.

-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빈다. .....그리고 국민들이 그 합의에 입각한 국가 정책과 제도 개혁을, 때로는 손해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받아들이고 스스로 변화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둔 대한민국은 이미 사람이 귀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더 많은 국민이 일하도록 해야 합니다. 되도록 젊으 나이에 일을 시작하고, 나이가 많아도 되도록 오래오래 일하도록 해야 합니다.
경쟁에서 한 번 실패하거나 탈락한 사람에게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일하는 동안 더욱 생산적으로 일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지금보다 더 똑똑하고, 더 건강하고,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더 큰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합니다. 

- 사회적 자본은 "개인보다는 사회적 관계 속에 존재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원" 입니다. 한 인간집단의 구성원들 또는 상이한 여러 인간집단들이 공유하고 있어서 서로 협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규범이나 네트워크, 유대관계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죠. 가족, 학교, 지역사회, 기업, 노동조합, 언론, 정치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개인과 집단들이 다른 사람과 다른 집단을 신뢰하며 살아가는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더 큰 사회적 자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자본이 풍부할수록 갈등이 덜 일어나고 갈등 해결 비용도 적게 들어갑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국민 개인의 생산성과 더불어 사회 전체의경쟁력도 올라가는 것이지요.

- 대한민국이 과거 개발 시대처럼 계속 물질적 자본 확충에 집중해서는 선진통상국가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없거니와, 그런 상태에서 개방만을 추진할 경우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항구적으로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반면에 선진통상국가의 길을 외면하는 사회투자국가 건설은 비현실적인 전략이 됩니다. 더 큰 세계시장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취득하지 않고는, 기나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투자의 효과가 나타나는 사회투자의 재원을 지속적으로 조달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 선도적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물질적 자본에 대한 투자는 민간 기업과 시장에 대폭 이양하고 국가는 인적자원개발과 사회적 자본 확충에 집중하려고 할 때, 장기 국가재정계획을 혁신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조처입니다. 

- 복지정책으로 불리는 현재의 사회정책을 사회투자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고, 결과의 평등을 도모하는 데서 기회의 형평을 보장하는 쪽으로 정책수단과 사업방식을 혁신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진화는 계속된다.

-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석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합니다.

- 경제를 망친 정당을 가리켜 경제를 살릴 정당이라고 합니다. 부패했지만 유능한 정당이라 좋다고 합니다. 한나라당은 부패한 건 틀림없지만 유능하다는 증거는 전혀없는 정당입니다. 한나라당과 오도된 사명감에 사로잡혀 스스로 권력집단이 된 일부 거대 보수언론인들이 손잡고, 주권자인 국민의 귀를 막고 눈을 흐리게 한 결과 나타난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축적된 민간 자본이 적고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부는 연속적으로 만든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따라 차관으로 조달하거나 조세로 형성한 투자재원을 직접 집행하거나 사업별 기업별로 강제 할당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재벌입니다. 대한민국은 전형적인 국가주도형 경제였습니다. 제대로 된 시장경제가 아니었다는 뜻이지요.

- 누구도 이 진화 과정을 거꾸로 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것은 대통력이 인위적으로 만든 변화가 아니라, 대한민국 왕인 국민의 소망과 욕구에 부응하면서 고령화와 세계화라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진화이기 때문입니다.

- 무조건 선진국을 흉내내자는게 아닙니다. 만약 이들 선진국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 과정에서 어떤 보편적 진화 패턴을 찾을 수 있고, 이것이 시장경데와 민주주의 발전에서 보편적 타당성을 지니는 것이라면, 대한민국 역시 그 패턴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기에 눈여겨보자는 말입니다. 
 
전통적 복지정책과 사회투자정책

- 그런데 한 뼘만 더 깊이 생각하면 이야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 아이들에게 조금 더 투자를 하자. 자기의 불운을 더 잘 소화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주자,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사회에 나가서 자립할 수 있는 심리적 정신적 경제적 기반을 스스로 형성하도록 돕자. 돈은 더 많이 들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이 아이들이 적응과 자립을 잘 하지 못하고 범죄에 발을 들여놓거나 가난에 빠져 사회에 큰 피해와 부담을 주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이 아이들이 잘 자라서 성실하고 유능한 납세자가 될 수 있다면 당사자는 물론이요 사회 전체에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
  여기에 돈을 쓰는 것을 투자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는가?.......이렇게 생각하면 이 아이들은 시혜적 복지정책이 아니라 생산적 사회투자의 대상이 되는 것이죠.

- 우리가 국내에서 새 부모를 찾아주지 못하면서 외국 부모도 만나지 못하게 막는 것은, 그 아이들의 처지에서 보면 새로운 삶을 개척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정책이 됩니다.

- 복지정책은 전통적으로 소비를 지원했습니다. 생활비를 주는 것이지요. 인적자원개발 관련지출은 학비를 내주는 정도 였습니다. 그런데 아동발달지원계좌CDA는 소비가 아니라 아이들의 자산 형성을 돕고 자산 운용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자산 형성과 인적자원개발을 동시에 해나가는 것이지요.

- 단순한 소비 지원을 넘어 인적자원개발과 사회적 자본 확충에 집중하는 새로운 성격의 복지국가, 이것이 사회투자국가입니다. 사회투자정책은 사회투자 국가를 구현하는 정책수단을 의미합니다.

- 결과의 평등보다는 기회의 평등을 중시하며, 불평등의 해소보다는 사회적 포섭에 더 관심을 가진다. 시장 실패자에 대한 사후 소득보장보다는 새로운 지식 기반경제에 적응해 시장에서 승리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인적자원개발 투자에 주력한다.

- 과거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지출을 확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사회투자정책은 지향은 진보적이되 방법은 보수적으로 하는 절충적 해법입니다.

- 수급자가 되면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 등 무려 20가지가 넘는 현금급여와 현물서비스급여를 받습니다. 그러나 그 기준에 들지 못하는 사람은, 실제 사는 게 비슷해도 거의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한번 수급자가 도고 나면 일하지 않는 게 이익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조금 더 벌면, 수급자 기준을 벗어나게 되어 열심히 일해서 번 돈보다 몇 배나 많은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번 수급자가 되면 좀처럼 거기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모든 혜택이 한꺼번에 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번 것 보다는 사라지는 ㅎ혜택의 경제적 가치가 더 적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합니다.

- 우리는 편견과 고정관념 때문에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돈을 아까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딸 아들이, 손녀 손자들이 그렇게 해서 재능을 꽃피운 친구 덕분에 좋은 일자리와 삶의 기회를 얻는 날이 올지 모르니까요.

사회서비스 시장과 일자리 창출

- 새로운 일자리는 서비스업에서 생깁니다........노동력을 절약하는 기술혁신의 속도가 제조없의 생산 증가 속도를 앞지르는 한, 생산이 늘어도 제조업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서비스업 수급상황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국내와 해외 시장에 수요가 이미 존재하는데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서비스 업종이 어느 것인지를 찾아 신속하게 시장이 형성되도록 해야 합니다.
    시장이 생기고 서비스를 생산하려는 공급자가 나타나야 거기서 일할 사람을 찾는 수요가 생깁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노동력 수요를 가리켜 파생적 수요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치 때문입니다.
   멀쩡한 백두대간에 운하를 뚫는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기업과 개인이 내는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것 역시 아닙니다. 그런 것은 오래저에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낡은 정책일 뿐입니다.

-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국가가 세 가지를 해야 합니다.
첫째는 저소득층의 구매능력 강화를 위한 재정투자, 둘째는 공급자 진입을 막는 불합리한 규제 혁파, 셋째는 종사자 자격관리를 통한 서비스 품질관리입니다.

- 어느 사회나 부자는 수가 적고 가난한 사람은 많습니다. 가난한 다수가 서비스를 구매할 능력이 없으면 시장이 작아서 공급자가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공급자가 나타나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아주 비쌉니다....사람들이 사회서비스를 많이 구입해야 시장이 커지고 노동력 수요가 확대될 텐데, 그렇지 않으니 일자기가 많이 생길 리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사회적 수요는 있어도 구매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수요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려면 국가가 재정 투입을 해서 또는 사회보험제도를 만들어서 가난한 국민들의 서비스 구매능력을 보충해주어야합니다.

- 어떤 정책의 가치는 그것이 특정한 이데올로기나 이론에 맞는지 여부가 아니라, 국민의소망에 부합하고 주어진 정책여건 아래서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쥐 잘 잡는 고양이를 원하신다면, 털 색깔은 따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회서비스 시장화전략이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라면, 그것이 우파적이든 좌파적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책임성 없는 진보, 일관성 없는 보수

- 이 '정책고객'들에게 긴요한 서비스를 하려면, 그들의 가슴속에 작은 희망의 싹이라도 틔우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하면서도 부족한 것이 바로 돈입니다.

- 지금 우리 국회와 정당, 언론인들과 지식인들은 거대한 '국민사기극' 또는 '가면무도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난과 질병과 장애와 소득 없는 노후라는 시련에 직면한 국민들의 절절한 사연을 거론하면서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를 질타합니다. 그거나 돈 없이는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는 거의 모두가 눈을 감습니다. 
 
의료급여제도 혁신

- 의료급여 수급자들 가운데 누가, 언제, 왜, 어떤 의료기관을 방문했는가? 그렇게 많은 돈을 진료비로 사용함으로써 그들은 자신의 건강수준을 개선했는가?

- 사업의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한 해 4조 원이나 되는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자신의 건강읗 향상시켰는지 여부를 알지 못했습니다. 수급자들의 건강수준 향상을 성과지표로 삼은 적도 없었고, 객관적인 건강수준은 물론이요 수급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건강상태를 측정하려는 시도를 한 적도 없었습니다. .......뜻은 좋았으나 사업의 성과나 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이야기입니다.

-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 전혀 없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수급자들 가운데 누가 왜 얼마나 자주 의료기관을 방문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 이 100명은 2005년에 모두 합쳐 17억 8000만 원을 썼는데, 이 중 70%가 심각하거나 가벼운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토록 자주 병원을 찾았던 이유를 분석해보니 '건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더 좋은 병원을 찾는 의료쇼핑' 그리고 '여가시간 활용', 이 세가지가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얼마나 자주 병원에 가는지, 얼마나 많은 약품을 처방받았는지를 제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습니다.

-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를 막는 장치가 전혀 없었습니다. .....고맙게도 나라에서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은 있어도, 그 비용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국민이 땀 흘려 번 돈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기가 필요없이 돈을 쓰면 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갈 혜택이 줄어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 공급자 관리를 엄정하게 하지 않았습니다...............의료공급자들이 건전한 진료행위를 하도록 유도하지 못했고, 일부 의료기관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위장폐업이나 명의변경으로 쉽게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방치한 것,  이것이 보건복지부의 넷째 잘못이었습니다.

- 선택병원제도를 도입합니다. 이 제도와 관련된 논쟁의 초점은 이런 질문입니다. 의료서비스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해 주치의나 전담병원을 지정하는 것이 부당한 차별인가?........동시대를 사는 국민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는 사람으로서 이런 정도는 감수할 수 있고, 또 감수해야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귀중한 그 무엇이 공짜로 제공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저는 믿습니다. 귀한 것은 무엇이든 제값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 무상의료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수급권자로 하여금 약간의 본인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사회정의를 해치는 신자유주의정책인가?

- 일종의 건강생활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한 것이죠......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믿습니다. 

- 만약 본인부담금이 전혀 없는 것이 무상의료라면, 환자 개인에게는 모든 것이 다 공짜로 보일 것입니다. 그러면 의료서비스에 대한 모든 욕구를 다 충족하는 수준까지 수요가 늘어나고 따라서 공급도 늘어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한 일입니다.

- 국가의 보건 정책이 지향하는 목표는 국민이 자주 병원에 가도록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건강해서 병원에 자주 갈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데 있습니다.  

약제비 적정화와 한미 FTA

- 제일 큰 문제는 아무 약이나 다 건강보험이 돈을 대는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입니다. 제약회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청장게게 의약품 판매 허가를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신청하면, 아주 큰 문제가 있어서 '급여제외목록negative  list'에 오르지 않는 한 모두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2006년 초 등재된 의약품이 무려 2만1700개나 되었습니다.....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종합전문병원이 실제로 처방하는 의약품 품목은 5000개를 넘지 않습니다.

- 법령에 따르면 지역 의사회가 정기적으로 처방 리스트를 선정해 사전 통보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의사협회는 너무나 힘이 세서 이걸 하지 않습니다. 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하는 법규도 없지요.

- 이른바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아무효과도 없었습니다. 우선 병원들을 의약품을 싸게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래봐야 자기에게 남는 건 없으니까요. 제약회사와 도매상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의약품 상한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담합합니다.....의료기관이 자기회사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법 리베이트를 비롯한 불공정 경쟁수단을 동원합니다.

-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약가제도 변경만을 담은 정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의약품의 품질 제고, 의약품 유통 투명화, 보험의약품 가격 적정화, 의약품 사용량의 적정화 등 네 가지를 담은 종합대책입니다.

- 이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격에 비해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을 선별해서 보험을 적용합니다. ...의약품을 보험급여 목록에 등재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설치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경제성을 평가받아야 합니다. 등재대상이 될 자격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신약은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합니다. 

- 의약품 처방행태와 관련한 정보 공개는 계속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건강투자정책

- 보건분야에서 국가가 하는 일은 주로 전염병을 예방 관리하는 일과 건강보험료를 걷어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일 두가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미 병든 국민을 치료하는 이른바 치료 중심 정책에서 국민이 병들지 않돌고 하는 건강증진 중심 정책으로 국가 보건의료정책의 목표를 변경하고 재정투자 우선순위도 그에 맞게 조정해야 합니다.

- 1989년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미국 75세 이하 성인의 사망을 부르는 요인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를 보면 나쁜 생활행태가 51%, 유해환경이 20%, 유전적 요인이 19%, 그리고 의료접근성은 고작 10%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망 영향요인을 뒤집어서 보면 건강 영향요인이 됩니다. 

- 세계건강증진회의는 1986년 '오타와 헌장'에서부터 일관되게, 건강이 인간의  기본권에 속하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의료 접근성보다는 생활행태와 환경개선이 중요한 사업임을 강조해왔습니다.

- 건강은 소비재가 아니라 자본재입니다. 노동할 수 있는 시간과 노동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개인과 국가의 경제적 번영에 기여합니다.

- 정부가 어떤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때는 제일 먼저 완벽한 재원대책이 있는지를 따져서, 없으면 '장미빛 약속' 또는 '선심정책' 이라고 비판합니다. 정책에 따라서는 국민의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재원대책이 서는 것도 있는 법이고, 건강투자전략도 그런 것인데, 재원대책이 없다고 언론이 처음부터 눌러버리면 여론이 나빠져서 재원대책을 세우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파랑새 플랜

- 음주는 사생활의 일부입니다. 민주공화국의 왕인 국민의 사생활을 가지고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간섭해도 되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음주는 알아서 하도록 방치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술은 담배, 마약과 같은 비가치재입니다. 이것은 소비자가 그 좋은 점을 과대평가하고 나쁜점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내버려둘 경우 지나치게 많이 소비되는 재화를 말합니다.

- 술가격이 저렴한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술은 소비가 늘수록 국민의 행복이 줄어드는 비가치재이기 때문입니다.

- 다른 모든 것이 그런 것처럼 술자리에서도 '자기결정권'이 가장 중요합니다.......... 민주사회는 원하지 않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원하는 것은 적극 찾아가는 국민 개개인의 '자기결정권'행사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국립서울병원

- 중곡동 주민들의 이전 요구가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굳이 선악의 잣대를 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추의 기준을 쓸 수 있겠습니다. ......국립서울병원을 내쫓으려는 행동은 분명 아름답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 포전군 베어스타운 뒤편에 난 땅이 제일 유력한 후보였는데, 정신질환이 있는 아이를 키우는 가난한 어머니들더러 거기까지 찾아가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인권유린에 해당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주민 대표를 자처하는 분들은 예외 없이 이전을 고집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 서울시민들이 다 그럴리야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들어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역시 주민들이 다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 국립서울병원 이전 논란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속살을 보여줍니다. 한번 상상해보시죠.
    만약 이 병원이 포천군의 인적 뜸한 산속으로 갔다면, 성치 못한 아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다니던 어머니들은 어떻게 될까요? 꽃집과 까페에서 사회적응 훈련을 받던 알코올 중독 환자들은 누구에게 꽃을 배달하고 커피를 팔아야 할까요? 병원이 있던 자리에 평당 5000만 원짜리 타워팰리스나 드림타워가 들어선다면 중곡 3동 주민 가운데 과연 몇사람이나 거기 들어가 살게 될까요?
   이것이 문명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정신질환에 걸린 동시대인들을 먼 곳으로 쫓아내고, 그 자리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큰 돈을 벌면 대한민국이 더 행복해질까요? 이런 나라를 아름다운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절제되지 않은 소수의 욕망이 문명국가의 기본과 사회적 공공선의 실현을 방해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닐 것입니다.

- 정신질환을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 함께 존재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는 정신시설을 '혐오시설'이라고 내쫓는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 사회는 정신건강을 잃은 사회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한폭탄 국민연금

-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에 가면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그게 국민연금의 본질적 속성입니다. 개혁을 하루 늦추면 늦추는 만큼 나중에 사고가 터질 때 폭발력이 그만큼 커집니다.

- 저는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국민들께 묻습니다. 선진국보다 몇 배나 빠르게 국민은 늙어가는데, 그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낸 돈의 두 배가 넘는 돈을 받아가는 국민연금구조를 계속 내버려두는 것이 좋겠습니까?
어떤 국민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건 가능합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개인에게는 공짜가 있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보면 어떤 것도 공짜가 아닙니다.

공적개발원조

- 공적개발원조ODA라는 것이 있습니다. 국가가 다른 나라 국민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지우너하는 사업입니다. 여러나라가 돈을 모아서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하는 다자간 ODA가 있고, 한 나라가 다른 한 나라를 직접 지원하는 양자간 ODA도 있습니다. 거저주는 무상 ODA가 있고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 돌려받는 조건으로 주는 유상 ODA도 있지요.

- 대한 민국에도 밥 굶는 아이들과 노숙자가 많은데 웬 남의나라 타령이냐고 타박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꼭 부자라야 남을 돕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대한민국에 ODA를 준 다른 많은 나라들도, 지금 우리보다 훨씬 많은 돈을 ODA에 쓰는 나라들도, 자기 나라 안에 노숙자와 빈곤 아동이 있었고 지금도 있지 않습니까? 특히 우리에게 ODA 확대는 단순한 국제 자선사업이 아닙니다. 선진통상국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채택해야 할 국가발전전략이기도 하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 10년, 20년 동안 인적자원개발 중심으로 양자간 ODA를 하면, 우리는 한국을 잘 이해하고 한국에 애정을 가진 좋은 친구들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날 ODA를 많이 받았던 나라로서 국제사회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는 아름다운 나라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 대한민국이 선진통상국가로 성공하려면 안마당의 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북한과 미국이 정식 수교를 하고 정전협정을 불가침협정이나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때까지, 우리는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있다 할지라도 남북관계를 결정적으로 파탄 내는 일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 통일 이야기를 자꾸 하면 서로 긴장하고 경계하게 됩니다..........상호협력과 공동번영 이야기만 하면 좋겠습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꽃게철 서해안 공동어로작업, 이런 것처럼 서로 이익이 되는 사업을 찾아서 함께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 북한 지도부를 욕하고, 인권 문제를 들어 북한 체제를 공격하기란 너무나 쉬운 일입니다. ..........밤낮 그런 일은 하면서 자기를 애국자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걸, 때로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미움과 대립이 있던 자리에 화해와 협력을 꽃피우고, 그렇게 해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민주적 리더십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입니다. 아무리 좋은 전략과 정책비전이 있어도 리더쉽을 세우고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절차와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주권자의 권리는 책임과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 깨끗한 정치를 원하신다면 마음에 드는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십시오. 좋은 정당을 보고 싶으시면 당원으로 참여하십시오. 좋은 공직자를 원하신다면 꼭 투표하십시오. 좋은 정책을 원하신다면 신문 방송보도만 믿지 말고 정부와 정당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고서를 읽으십시오.

정치를 욕하기만 하면서 정당에 참여하지도 않고 정치인을 후원하지도 않고 선거일에 투표하지도 않는 주권자는, 그 자신이 나쁜 정치를 만드는 책임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개조론>은 하나의 국가발전전략입니다. 이것을 들고 나가 관철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있어야 비로소 의미를 가집니다. .................오늘 현재, 선진통상국가론과 사회투자국가론을 양 날개로 하는 <대한민국 개조론>을 받아줄 독립적인 정치세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으니, 무언가 통할 방법을 더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저는 만물이 다 제 값을 가져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인 유시민을 지지하는 분들에게도 책을 거저 드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공부원이 되기 전까지는 글쟁이로 살아왔던, 앞으로 또 그렇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저에게,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꼭 지켜야 할 마지막 자존심 같은 것입니다.  
posted by Dr.Hannah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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