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2012. 4. 26. 12:02

 

 

 

우에노 :거꾸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결혼해서 애를 낳아온 여자들도 자각하는 계기는 없었잖아요. 지금 독신으로 살고 있는 여자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냥 선택의 폭이 넓어진 현실 속에서, 눈앞의 이익을 좇다보니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면, 그 것 또한 좋지 않습니다, "자각도 없이 기혼자가 되고, 자각도 없이 독신자가 되어, 한쪽에서는 애를 낳고, 한쪽에서는 낳지 않는다. 그리고 낳지 않은 쪽이 점점 더 즐어나고 있을 뿐이다." 거시적인 사회변동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시대의 무의식이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요?

 

우에노 :그러고 보니, 비혼화와 결혼 갈망이라는 현상이 서로 무관하게 "비혼이 늘고 있는데도 결혼 갈망은 여전히 높다"는 기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많은 연구자들은, 결혼은 원하지만 결혼의 기대 수준이 낮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혼화도 동시에 진전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어요.

 

노부타 :.... "아, 역시 나는 심판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두번 다시 상담받으러 오지 않습니다. 상담자는 '사법적 개입'이나 '원조'의 색깔을 띠면 안됩니다. 내담자는 심판받기 위해 온 게 아니라, 자기가 얼마나 정당한가를 승인받으려고 오니까요. 그래서 처음 단계에서는 승인해주지 않으면 안 돼요.

 

우에노 : 상상력도 능력의 일종이니까요. 지금 여기에 없는 것을 보는 능력, 없는 것을 듣는 능력도 있을지 모르고요. 이야기가 조금 건너뛰게 됩니다만, 예를 들어 벤처를 하는 사람들은, '아직 보지 않은 미래'를 보면서, 발판이 없는 곳에 발을 내디는 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드시 확실한 전망이나 확실한 대안이 제시되고 난 뒤에, A나 B를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보지 않은 미래'를 보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며, 거기에 발은 내딛는 것도 능력입니다. 발판이 없는 곳에 발은 내디딜 때에는, 정보를 갖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나 자존감, 그런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우에노 : 저는 '역할모델'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만, 여성들의 다양한 역할 모델이 등장할 때, 예를 들어 일을 계속하면서 애를 낳아 키우온 여성은 다른 여성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런말 저런 말을 들어왔는지 몰라요. 이것이 아니라면 그것, 그것이 아니라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글쎄, 그 여자는 집이 잘 살기 때문에", "그 여자는 남편이 이해심이 많기 때문에", "그 여자는 무엇보다도 할벌이 좋기 때문에," "그 여자는 직장 상사가 이해심이 많이 깨문에"라고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갖가지 자원을 들먹이죠. 그러고 나서 "우리 집은..."이라는 식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 집 아이는 특별하게 손이 많이 가는 키우기 힘들 애라서"라든가요. 하여튼 온갖 핑계를 동원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온 여성과 자기를 차별화하려고 한거죠.

....략.... 그게 바로 핑계 입니다.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자기를 정당화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거죠.

노부타 : 현상을 바꾸지 않고, 그 속에 안주해 있는 것에 대해, 어떤 추궁을 받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까요? 

....략...저는 특별히 추궁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이 남편과 헤어지고 싶다고 센터에 찾아오고 있으니까요.

우에노 :그렇지만 "남편과 헤어지고 싶다고 하면서, 당신은 왜 헤어지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것은 추궁하는 것이 아닌가요? 적어도 본인들에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을 까요?

노부타 :본인에게 "왜 헤어지지 않나요?"같은 말은 하지 않아요. 헤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센터를 찾아온 것이고, 혹은 좀더 다른 문제를 안고 있거나 해서, 절벽 끝에 서있는 심정으로 오니까요. 그런 때에 "왜 헤어지지 않나요?"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을 책망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우에노 : "제가 싫다면 다른 곳에 가주십시오"라는 한마디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 이것이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 수 있는가 없는가 판가름하는 것이 관건이겠네요.

 

우에노 :..생협은 자조, 공조, 상조 중에서도, 상조를 선택하고 있는데, 상조란 서로 돕는 것이기 때문에, 도움을 받는 측면과 도와주는 측면에서, 서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관계가 되면 상조 체계가 지속될 리가 없다. 그래서 상조의 능력이 없는 사람들까지 책임지려는 순간, 당신네들의 시스템은 붕괴한다.

 

우에노 :....성적인 행위와 성적이지 않은 행위 사이에 큰 차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 피해자 본인이 아닙니다. 가해자가 먼저 그것을 특별한 행위로 의식하고 있었어요. 가해자는 그것이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나쁜 행위라는 것도 자각하고 있었어요.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 것은 피해자 쪽이죠. 가해자도 '사랑'이라는 똑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은 재배욕과 소유욕을 바꿔 말한 것에 지나지 않고요. 그리고 피해자는 '사랑'이라는 말로 은폐되어온 '현실'을 나중에서야 직시하고 재정의한다는 것이죠. 어쨌든 성적인 행위가 지배와 소유의 각인이 된 것은, 근대가 성에 부여한 특권적인 의미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피해자도 가해자도, 양쪽 모두, 근대의 성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겟죠.

 

우에노 :...특정한 집단 안에서는 분배의 평등을 실현하지마, 그러나 그 특정 집단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한다는 거죠. 재정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들어오십시오"라고 할 수 없는 거죠.

 

우에노 : 일이란 생계 수단 입니다. '세상살이'와 '좋아하는 일'이 일치할 수 있다는 정말 딱한 환상이 존재해요. 그런 환상을 무라카미 류는 [13세의 직업소개소]라는 책으로 선동하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제가 한 일에, 왜 남이 돈을 준다고 생각해? 남에게 도움이 된 일이었기 때문에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는 거잖아. 이걸 깨달았으면 조금은 남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몸에 익혀. 마사지도 어학 능력도 남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돈을 받잖아.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돈 받을 생각하지 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자기 돈 내고 하는 거야, 이 멍청아"라고.

 

우에노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저는 의문을 가져 왔습니다. 왜 내가 사는 것에 타인의 승인이 필요한가? 왜 내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면 안 되는가? 그렇게 되지 않으면, 나는 삶의 가치를 잃게 되는 걸까?

.....

우에노 : 일본에는 여자가 늙어가는 것에 대한 통속적인 이데올로기가 존재합니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늙어서 사랑받지 못하면, 살아갈 가치도 없는 건가요? 저는 딱 질색입니다. ....략..."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귀엽지 않던 내가 앞으로 갑자기 귀여워질 리가 없잖아요"...략..."갑자기 귀여워질 수는 없어요. 앞으로 귀엽든지 귀엽지 않든지 관계없이, 노인은 제대로 부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에노 :재미있는 것은, 그런 고령자 모임에 나가서 보면, 거의 정해진 것처럼 남자가 와서 "나이를 먹어도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나이를 먹고도 이렇게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끝없이 해대요. 남자란 정말 몇 살을 먹어도 구제할 길이 없어요. "사회적 승인 없이는, 당신은 살아가지도 못해?"라고 말하고 싶어져요.

 

우에노 : .... 이 가계 분리 원칙은 부모와 자식이 동거하는 경우에도 엄격하게 지켜지는 추세입니다. 부모의 경제적 부담 능력을 넘는 부양은 하지 않는다는 거죠. 자식 세대는 부모에게 손을 내밀지만, 부모를 위해 자기 돈을 쓰지는 않아요. 그래서 돈이 없는 노년층의 노후는 앞으로 상당히 어려워질 것입니다. 또 하나는 통계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만, 부모와 함께 살거나 따로 살거나 상관없이 부모 부양을 떠맡고 있는 한 사람이 있는 경우, 다른 사람들은 거의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양을 떠맡은 사람의 부담이 크고 동시에 고립되기 쉽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에노 :피해자로 계속 남아 있는 것 자체가, 그대로 가해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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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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