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2010. 5. 31. 12:37

 


1992년 가을..
그 이전에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몰랐다.
선생님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그럴싸한 직업이었지만, 유년 시절 내게 많은 상채기를 내었던 존재이기도 했던 터라 거부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의사가 되고 싶어졌다. 
현재 나는 의사가 되었고, 그간 여러번 이책을 반복해 읽었다.
처음의 의미는 기억나지도 않지만..
이 책의 주인공 맨슨이 지향하는 길이 의사의 바른 길이라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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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브라이네리라는 석탄광 지역에서 대진의사로서 의업에 발을 들여놓게된 앤드루 맨슨.
그곳에서 뜻이 맞는 동료 데니와 자신의 신념까지 이해하고 사랑해 줄 크리스틴을 만나게 된다.

-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진단하고 처리해야 할 환자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이런 직무에 처해서 자신이 너무도 신경과민이 되어 있다는 것, 경험이 없다는 것, 게다가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갑자기 뼈아프게 의식되었다.

- 데니는 앤드루를 만난지 얼마 안돼서 영국에는 정말 어리석거나 환자를 속이는 것 외에는 능력이 없는 돼먹지 못한 의사가 몇천 명씩 있다는 식의 참을 수 없는 이야기로 그의 화를 돋구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데니의 말 속에 다소의 진리가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 사람들은 이 불결하기 짝이 없는 존재 때문에 생명을 빼앗기는데 쓸모없는 관리들은 수수방관한 채 아무런 대책도 강구하지 않는 것이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병상 언저리를 서성대거나 약병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 그는 약을 조제하는 인간가 그것을 분별없이 먹는 인간을 언제나 냉소했다. 그는 효과가 있는 약이란 반수가 될까 말까 할 뿐 나머지는 모두 비료가 될 뿐이라고 냉소적으로 비아냥 거렸다. 한밤중에 조용히 데니의 말을 되새겨 보니 뚜렷하지는 않으나 어떤 절실한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 "" 여기 왔을 당시에는 머리 속에 약 처방에 관해서 가득 차 있었어요. 모두가 믿고 있거나 믿고 잇는 척하는 그런 것들 말입니다. .......(략) ...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약 가운데는 오히려 둑이 되는 게 있다는 사실이에요. 제도 탓이죠. 환자가 진료소에 오면 으레 약병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리고는 그게 볶은 설탕이거나 중조이거나 아니 그냥 맹물이라 할지라도 상관업이 받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방은 라틴어로 쓰게 되어 있어요. 환자가 알지 못하게 말이죠. 이건 옳지 않아요. 과학적이지도 않구요. ..
(략)..증상을 따로 따로 취급한단 말입니다. 머리속으로 증상을 이것저것 묶어서 생각해 본 다음 진단을 내리려고 하지 않아요. 언제나 바쁘니까 그들은 지체없이 말하죠. '아 두통이라구요, 그럼 이 가루약을 드시오'라든가 '빈혈이군요. 철제를 서부해야 겠군요'라고. 그 두통이나 빈혈의 원인을 의사들은 생각하려고 하지 않아요"
....(략)..........
"... 하지만 평범한 지방 의사라고 해서 그저 덮어놓고 고약이나 주고 약이나 조제하면 되는 것일까요? .........(략)...
구석진 시골에 있는 지방의사라 할지라도 병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온갖 기회가 많으며 어떤 병원보다도 새로운 병에 관한 최초의 증상을 관찰할 수 있는 보다 좋은 기호를 접할 수 있다고 믿어요. 환자가 병원에 실려 올때는 대개 이미 초기 증세는 지나 있으니까요."

- 아직도 그는 자기에게는 아무런 실제적인 지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 머리로 생각하고 직접 그 원인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의 배후까지도 추구해 보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일깨웠다. 일을 소홀하게 여기거나 금전에 현혹되거나 성급히 결론을 내리거나 '전과 같은 조제'라고 쓰지 않도록 한결같이 빌었다.


2부
어벨라우어에서 조합의 조수로 자신의 담당환자를 갖게 된 맨슨
크리스틴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의학 박사 학위를 따게 된다. 지적으로 임상적으로 점점 성장하는 맨슨의 이야기..

- 앤드루의 안목으로만 본다면 그는 단순히 데니가 말하는 소위 평범한 개업의로서 '선량한 구식'에 속하는 유형으로, 빈틈이 없고 어려운 일은 많이 겪었지만 자기의 환자나 일반 세상으로부터 감상적인 대접을 받으며 20년 동안 의학서 한 권 읽어본 적이 없는 위험하다 할 만큼 시대에 뒤떨어진 의사에 지나지 않았다. 

- "저는 어떤 일이라도 처음부터 덮어놓고 믿지 말자고 늘 제 자신에게 타이르고 있습니다. "

- "여지껏 번 돈이라 해도 어차피 죄다..는 아니라도 대부분은..써야 하잖아요?"


3부
런던에서 개업하고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맨슨
돈과 명예에 집착하면서 크리스틴과 자신의 신념과는 많이 냉담해 지고 만다.
결국 환자가 눈앞에서 죽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자신의 변화를 깨닫지만, 크리스틴을 사고로 잃고 또다시 좌절하고 만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바닥까지 절망하고나서야 빛을 보는 맨슨..

- 그러나 그것은 그가 바라는 환자가 아니라 3실링 6펜스의 진찰료와 5실링의 왕진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순수한 의사로서의 직무인 것이다. 그의 병원을 찾거나 왕진을 의뢰해 오는 사람들은 실제로 병들지 않으면 의사의 신세를 지는 일이란 꿈에도 생각지 못할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 "..전에도 어느 파티에서 자선가라 칭하는 한 머저리가 일어나서 한다는 소리가 가관이었지. 즉, 가난한 자는 아무래도 구빈원에 가야 옳다는 거야. 모든 것을 종이에다 적게끔 강요하지. 수입은? 종교는? 어머니는 친어머니냐? 하고 말이지. 그런데 본인은 복막염이지 뭐야 ! .."

- "대책이란 지방 분산이지..(략).. 런던 시내에서 약 15마일 떨어진 녹지대에 큰 병원이 있어 나쁘란 법은 없지. 예컨대, 불과 10마일 떨어진 밴함 같은 곳은 아직도 녹색의 전원이며 신선한 공기와 고요가 있지 않냐 말야. 교통이 불편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 지하철이면, 그럿도 병원 직행노선을 특별히 신설해도 좋을테고. 일직선으로 하면 배남까지 정확히 18분이면 갈 수있어. 가장 속력이 빠르다는 구급차가 부상자를 싣고 오는데 평균 48분이 걸린다는 걸 생각하면 굉장한 진보지. 사람들은 병원을 이전하면 각 지구로부터 의료시설을 뺏아가는 결과가 된다고 할지도 몰라. 천만의 말씀! 무료 진료 시설은 각 지역에 그대로 둔 채 병원만 이전시키는 거야........(략)................
특별히 지역을 한정하질 않으니 모두들 도시의 중심으로 흘러 들어오는 거지. 부명히 말해서 그 혼란이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정도야. 헌데 그 대책이 전혀 없어. 전연 아무것도 없어. 깡통을 두드리거나, 무슨 무슨 날을 정하는가 하면, 탄원, 몇 푼 안되는 기부금 모집에 학생을 분장시켜 꼭두각시를 만드는 등 옛날 걸 그냥 답습하고 있을 뿐야."

- 이 정도의 장식이라면 진찰료 3기니는 극히 당연한 요금일 것이다.

-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서의 평판도 계속 높아지기만 했다. 외래환자부에서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었으나, 시간의 부족은 숙달된 기술로 보충하면 된다고 자신에게 타일렀다.

- 두 번째 환자가 찾아왔다. 45세인 미스 바스덴이라는 여자 였는데 그의 신봉자 가운데 가장 충실한 환자 중 하나였다. 그의 마음은 그녀의 모습을 보자 웬지 모르게 무거워졌다. 부자이고 이기주의고, 심기증인 그녀는 일찍이 그가 햄프슨과 함께 셰링턴 요양원에서 진찰했던 레이번 부인을 조금 젊게, 그리고 한층 더 이기적으로 빚어 놓은 것 같은 여자였다. 
 
    그는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그녀가 며칠 전에 진찰을 받은 이후 자기 몸에 생겨난 갖가지 증세에 대해서 미소를 띄우며 길다랗게 늘어놓는 것을 지루하게 듣고 있었다. 문득 그는 고개를 쳐들었다.
"바스덴 여사, 당신은 왜 진찰을 바으러 오시는 겁니까?"
그녀는 말허리를 끊긴 채 입을 다물었다. 얼굴의 윗부분에는 아직도 즐거운 듯한 표정이 남아있었으나 입은 어이없다는 듯이 반쯤 벌려진 채였다.
"아니 이거 실례했읍니다. 오시라는 말씀은 내가 했었지요.
하지만 사실 당신에게는 아무데도 나쁜 데가 없습니다. "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녀의 온갖 증상이 돈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잔인한 형안으로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녀는 여지껏 하루도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몸은 연약하고 안일에 빠져 있었으며 영양과다에 걸려 있었다. 불면증을 호소하지만 그것도 근육을 쓰지 않기 때문이었다. 두뇌조차도 그녀는 써본 적이 없었다. 이자와 배당금을 계산하고 가정부에게 잔소리를 하고 자기와 애견 포멜러니언의 식단을 꾸미는 것 말고는 전혀 할 일이 없었다. 따라서 그녀는 이 진찰실에서 나가는 즉시로 뭔가 실제적인 일을 하면 나을 것이다. 작은 환약이라든가, 진정제라든가, 설사약을 비롯한 일체의 쓸모없는 약을 끊으면 나을 것이다. 자기 재산의 일부분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 주면 될 것이요, 자기만을 생각하지 않고 남을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나 권한다는 것은 헛수고일 뿐이다. 그녀는 정신적으로는 죽은 사람과 똑같은데 아아, 나또한 그와 같은 부류의 인간이 아닌가.
그는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바스덴 여사, 이제 이 이상은 치료를 못하게 되었어요. 아마 어쩌면 다른 곳으로 갈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근처에는 다른 의사도 많으니 당신의 진찰은 기꺼이 맡아 줄 걸로 생각됩니다. "

- "나는 이제 자네와 제휴할 수가 없다네 프레디, 나는 염증이 생겨 견딜 수가 없어. 이 근처에는 이리 같은 친구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정직하고 훌륭하게 의사로서 몸바치고 있는 사람도 적지는 않지만 말이야. 그러나 그 이외에는 무두 이리와 다름이 없어. 필요도 없는 주사를 놓거나, 조금도 해롭지 않은 편도선이나 맹장을 도려내거나, 서로 끼리끼리 환자를 마음대로 농락해서 요금을 분배하거나 아니면 낙태수술을 안하나, 불확실한 과학요법을 뒤에서 밀지 않나, 즉 말하자면 쉴 새 없이 돈만 쫓아다니는 이리떼가 아닌가 말이야"
.....(략)..
"...하지만 나는 이제 다시는 돈이나 물질적인 성공같은 건 생각지 않기로 했어. 그런 것은 좋은 의사라는 증명이 될 수 없어. 의사가 1년에 5천 파운드씩이나 벌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무슨 부정이 있다는 증거일세. 게다가 인간이라는 자가 괴로워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빨아들이다니 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 "계획은 중요해. 하지만 문제는 그 계획 배후에 있는 이상이야. ...(략)...
경험에만 의존하는 것도 안되고 가짜요법도 안되. 처방을 멋대로 만들어도 안되고 엄청난 요금도 안되지. 부자 만능 근성도 안되고 심기증 환자 추종도 안되. .."

- "스패링거가 반대에 부딪치고 경멸당하고 죄까지 짊어지며 연구나 치료에 자신의 재산을 탕진하고 궁핍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었을 때, 학위를 가진 자들은 자동차를 타고 공기처럼 자유롭게 살면서 비싼 치료비를 받고 있었습니다."

- "....(략)...나는 사기꾼들과 함께 일할 생각은 없습니다. 엉터리 약을 믿지 않습니다. 때문에 우편 배달 때마다 던져지는 지극히 과학적임을 과시하는 광고문도 반은 봉투를 뜯지 않을 정도입니다...(략).........
  만일 의사 이외의 인간이 모두 나쁘고 의사가 행하는 일만이 옳다고 우긴다면 그것은 과학적 진보의 사멸을 의미합니다. 의사의 사회는 보잘 것 없는 동업 옹호 사회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동업자끼리 질서를 개혁 정비해야 할 절호의 시기입니다. 본인은 표면적인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근본으로 되돌아가 현재 의사의 구제할 수 없을 정도의 불충분한 교육에 생각을 돌이켜 주십시오. 의사 자격을 얻었을 때의 저는 사회에 있어서 위협 그 자체로밖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나의 지식은 몇개의 병명과 그 병을 고치기 위해 주어진 약뿐이었습니다. 산파가 사용하는 겸자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던 것입니다.
   현재 내가 알고 잇는 것은 모두 그 후에 알게 된 것들입니다. 그러나 실지에서 얻은 기초 이상의 것을 배우는 의사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유감스럽게도 그들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다만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들은 과학적인 구성단위로 조직되어야 합니다. 대학 졸업 후의 강제적인 재교육시설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을 제일선에 두고 옛날식의 약병 존중주의를 버리고 개업의 모두에게 배울 기회, 더불어 연구할 기회를 부여할 큰 기획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 영리주의는 어떻습니까? 무익한 돈벌이주의의 치료, 필요도 없는 수술, 가치도 없는 부수한 사이비 과학적인 특허설비...이런 것들은 어지간히 배제해도 좋을 때가 아닙니까?
의학계는 너무도 편협하며 또한 독선적입니다. 그 조직만 하더라도 정지상태입니다. 진보라거나 제도의 개혁 같은 것ㄷ은 생각지도 않습니다. 말뿐으로 실천이 없어요. ....(략)...

우리들은 선구자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접골사 재비스를 위해서 감연히 마취를 행한 핵삼은 자신의 힘으로 개업하려 했을때 의사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10년 후, 런던에서도 일류의 외과의로부터 외면을 당한 몇백의 환자를 재비스가 완쾌시킴으로써 훈작 나이트 작위를 받고 온갖 '유명인사'들이 그를 천재라고 칭송했을 때 의학계는 슬그머니 양보하여 그에게 명예 의학박사의 칭호를 증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이미 그때는 핵삼은 실의 속에서 죽고 없었습니다. "

- 그는 나머지 길은 하나뿐이라고 엄격하게 자신을 타일렀다.
비겁한 행동은 결코하지 말자, 비굴한 행위나 우유부단한 태도는 털끝만치도 보여서는 안된다고 기도를 올리는 기분으로 생각했다.
posted by Dr.Hannah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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