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2012. 4. 5. 10:48

 

닉 에드워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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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웃으며 읽는 의사의 일상

이른바 '4시간 규칙(4-hour rule)'에 따라 응급실에 온 환자의 98%이상에 대해 4시간 안에 진찰을 한 뒤 입원시키든가 퇴원시키든가 결정을 내려주어야 한다는 목표가 설정된 것이다. 애당초 그것은 신속한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정교함이 떨어지고 상식에 어긋나게 시행되는 바람에, 지금은 치료를 방해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왜곡 시키고 있다. 

 

NHS 전체로 보면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었는데도, 그에 따른 전반적인 혜택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지난 몇 년간, 엄청난 재원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히려 병원 근무자들의 사기를 꺾어 버렸다. "돈 이상의 가치"를 얻기 위한 목표가 시행되고 NHS 의 구조와 효율성, 윤리를 위협하는 개혁이 이뤄지면서 NHS는 상호협력과 의료 복지에서 멀어지고 도리어 이윤 창출을 향해 달려가게 되었다. NHS의 창립이상을 신봉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심히 걱정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독자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풍자적인 이야기와 진지한 이야기까지 다 즐겼으면 좋겠다. 내 관심사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고, 응급실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ACLS A  airway

불필요한 새 표지판에는 돈을 들일 수 있어도, 간호사들이 몸이 아파 쉴 때 교대 인원을 보충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경영자들은 환자 이송 예산을 절감했다는 '효율성' 때문에 칭찬받겠지만, 병원이나 국가의료시스템 전체로 보면 1원도 절약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아침이 되면 환자는 다시 구급차를 타고 요양원으로 이송되어야 하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급차 대원들은 계약사항과 무관하게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환자를 다시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관리자들은 단지 목표 달성에만 매진하도록 교육을 받고, 여타의 상식은 창밖으로 내팽개친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을 바로 환자의 진료와 국가 의료시스템이다. '효율성'이란 명목아래 이뤄지는 엉성한 의사결정이, 결국 그 두가지 모두를 망쳐놓고 있어 너무 속상하다. 

 

그러나 상당수의 '폭력'은 병으로 인한 정신착란 상태에서 일어난다. 나는 산소부족이었던 팔십줄의 할머니에게 물려 본 적이 있다. 그것은 할머니의 잘못이 아니라 어쩌면 좀 더 주의하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건강상태가 좋았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차분한 분이었기 때문이다.   내 속을 뒤집어 놓는 '폭력적인'환자들은 따로 있다. 나를 질리게 하고, 때로는 이 업 자체를 소름 끼치게 만드는 그들은 자기 권리는 전부 주장하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눈곱 만큼도 없는 부류이다.

 

언젠가 내 동료 의사는 계속 불만을 쏟아내며 으름장을 놓는 사람을 심폐소생실로 데려가 우리가 하는 일이 뭔지, 그리고 왜 대기시간이 길어지는지 설명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말한 뒤, 나중에 자기가 당한 심리적 충격에 대한 고소장을 보냈다. 그 후 나의 동료는 다시 이런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지금은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겉으로는 사과하고 일을 마무리 짓는다.

 

병원에서 폭력을 다루기란 매우 어렵다. 경찰을 불러야 할 만큼 누군가를 폭행한다면 오히려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그냥 약자를 괴롭히면서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다루기가 쉽지 않다.

 

나는 환자들이 더 많은 권리를 누려야하듯이,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또한 더  많은 권리와 보호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진다. 현대의 국가의료 시스템은 환자를 고객으로 간주하면서, '고객은 항상 옳다'고 믿게하지만, 때로는 고객이 옳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응급의학은 단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극적인 드라마가 전부는 아니다. 때때로 의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자연의 순리를 깨닫고 그 길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지켜보기 힘들지만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옳은 일이다. 의사로서 이런 유형의 상황에 대처하는 판단력은 굉장히 중요하며, 이건 의과대학에서 가르쳐 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련의든 전문의든 전국의 의사들이 환상에서 깨어나 대거 이탈하고 잇다. 이런 결정들은 관련된 개인의 입장에서는 전적으로 타당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막대한 재능과 돈의 낭비다. NHS에 갈 수록 많은 돈을 쏟아 붓는데,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궁극적으로 병원 의사들이 사회적으로 평가절하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고 NHS의 잘못이 곧 의사들의 탓이라는 시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그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고마워할 줄 모르는 경영진에 지쳐 있으며, NHS내부에서 진행되는 잘못된 개혁을 통제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시달린다.

 

거의 한시간 가량 설득했어도 그가 끝내 팔에 주사바늘 꽂는 것을 거부하는 바람에 투약자체가 불가능했다. 나는 투약하지 못했다. 서양의학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처방하는 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대관절 응급실에는 왜 왔단 말인가!

 

 

ACLS B breathing

 

급하게 배관공이 필요한데 주위에 배관공이 없다고 해서 전기 기술자를 부르겠는가?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까?

 

사회의 의료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응급실로 달려온다. 사고를 당하지 않았어도, 긴급한 일이 아니어도.

 

의사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환자들이 있다. 의료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여 의사의 판단을 어지럽힌다.

 

http://randomreality.blogware.com - 어느 구급차기사가 운용하는 이 블로그는 NHS에서 일하면서 겪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잇다.

 

어젯밤 응급실은 생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경찰이 난폭하나 술주정꾼들을 제지하고 있었고, 술먹은 10대들은 구토를 해대며 생난리를 쳤다. 직원들은 재빠르게 움직였고, 대부분 지쳐 쓰러질 지경이었다. 이렇게 바쁜 줄 알면서 경영진이 단 한 명의 보조 직원도 고용하지 않는 걸 보면, 그들이 아예 우리를 죽이려고 작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대시간이 다가올 무렵, 나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악의는 없었지만 같이 있으면 짜증나는 녀석이었다.

 

술 취한 사람에게 수액치료를 하는 건 좀 아이러니 하다. 세금납부자의 돈으로 술 깨는 걸 돕는 것은 술 마신 후 응급실을 가도로고 술꾼들의 행동을 조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술취한 나는 술취한 사람의 경우 숙취를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많은 양의 수액을 몸에 넣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술을 깨는 데 도움이 되고 술에 취한 사람 또한, 체내로 들어간 많은 양의 수액  때문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곧 일어나게 되낟. 가끔은 예상과 달리 오줌으로 가득 찬 방광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적당히 퇴원시키는 데는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위험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로부터 불평 편지를 받을까봐 환자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꾸짖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거꾸로 환자에게 상해예방 교육을 하지 않는 의사야말로, 오히려 불평편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는 환자에게 특정한 행동의 위험성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또 응급실 의사가 짧게 내 뱉는 꾸중 한마디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다.

 

과음환자들이 계속 이어졌다. ....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로 병원을 나서면서,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런 환자들의 행동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두었다가 환자들에게 보여 줄 수만 있다면...

 

일요일이다. 게다가 눈부시게 화창한 날이다. 즐겁게 오를만한 산이 있고 구경할 만한 축구 경기도 있다. 남녀가 들뜬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어울릴 수 있고, 마실 맥주도 있다. ......그런데, 대체 왜 5시간(정확히 말해서 3시간 59분)이나 응급실에 죽치고 있는가? 오로지 '아무 이상없습니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말이다!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걱정이 된다면 부디 담당 주치의를 찾아가라.그리고 다음 번에는 밖에 걸린 표지판을 꼭 읽기 바란다. - 응! 급! 실!

 

나는 이 가여운 친구에세 화난게 아니라 허리 수술 한 번 받는데 8개월 씩이나 기다려야 하는 제도에 화나 있었다. 그는 허리통증 진단을 받기까지 4개월을 기다렸고, 수술 여부를 판단해줄 정형외과 진찰을 받는데 또 4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실제로는 8개월을 기다린 셈인데, 국민건강보험 제도로는 4개월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나마 NHS를 황폐화 시켰던 보수당 집권 시절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요즘은 대가자 명단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단지 비용이 많이 들고 분열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자기자신과 타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이기적이고,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으며, 지역사회 공공서비스는 제 역할을 못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치의에게 가기 않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이런 사람들이 모두 응급실로 몰려온다.

 

아이의 심폐소생술을 멈추는 일은 어른보다 어렵다. 먼저 그만 두자고 말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응급실 의사가 의뢰하는 의사들>

방사선 전문의 - 엑스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 영사을 판독하는 의사. 나이 든 의사들은 엑스레이 검사가 불필요한 이유를 잘 설명하는 반면, 젊은 의사들은 검사를 시행할 뿐 아니라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환자에게 여러 가지 관을 삽입한다. 이들을 절대 '방사선 찍사'라고 말하지 마라. 폭발한다.

 

성형외과 전문의 - 전문의 일때는 자기 외모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수련의 일때는 화상환자나 손에 심한 부상을 당한 환자들을 치료 하느라 바쁘다.

 

심장전문의 - 심장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잇는 전문가. 자기들이 심장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환자가 믿게 하는데도 전문가이다. 이들은 '제 때 시술한 스텐트가 환자 목숨을 아홉 번 사린다!'라는 어구를 좋아한다. 아직도 나비 넥타이를 메고 다니며, 그것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부류이다.

 

내과/일반의 - '의학적'이상 증상(이를테면 심근경색, 뇌졸증, 심장마비, 폐렴 등)을 지닌 환자를 돌본다. 되도록 검사를 많이 하고 싶어한다. 비쌀수록 더 좋다.

 

정형외과 의사 - 뼈를 바로잡고, 관절을 교체하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목수로 알려져 있다. 내과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의사끼리 주고받는 농담의 주된 대상이다. 의사들은 '금발머리나 아일랜드인(머저리를 지칭)'이라는 단어 대신 '정형외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키득거린다.

의사들이 즐기는 정형외과의에 대한 농담 몇가지를 소개해 보면 :

- 이중맹검법의 정의는? 두면의 정형외과의가 심전도 파형을 살표보는 것(정형외과의는 심전도 파형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 정형외과의와 목수의 차이점은? 목수는 항생물질을 한가지 이상 안다.

 

류머티즘 전문의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알약을 준다. 일을 그만 둘 때는 환자를 정형외과 의사에게 보낸다.

 

정신과 의사 -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싶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군"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응급실에서는 주로 우울증 환자에 대한 위험평가에 시간을 할애하며 진짜 정신병 환자와 만나는 시간은 많지 않다. 대체로 옷입는 취향이 형편없다. 두터운 트위드 옷에 샌들을 신는다.

 

마취과 의사 -수술에 앞서 사람들을 잠들게 한다. 보통은 약물을 사용하지만 때로는 최면을 걸기도 한다. 응급실에서는 중심혈관에 주사를 놓고, 호흡이 곤란한 환자들에게 인공호흡을 하고, 기도에 기관튜브를 삽관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아주 유용한 존재이다. 갈수록 많은 응급실 의사들이 이러한 의술을 익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응급실에서 마취가 의사들을 호출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전문분야, 즉 지역 치료센터에서 숫자 퍼즐이나 낱말 맞추기와 같은 놀이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ㅏㄷ.

 

신장전문의 - 콩팥이 손상된 환자들을 돌본다. 매우 총명하지만 다소 굼뜬 면이 있다. 이들은 사구체신염과 cANCA 같은 말을 이해하고 있다.

 

노인병전문의 -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NHS의 영웅들이다.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도 실용적인 방식(각각의 징후와 증상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환자 자체를 치료하는)으로 일을 진행한다. 때때로 누가 의사이고, 누가 환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암전문의 - 세상에 널리 알려진 NHS의 영웅등. 그만하면 일을 잘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 - 응급실에서 급하게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의뢰할 수 있다면, 그 병원은 바로 규모가 큰 의과 대학 부속병원이다. 이들은 발진을 살피고 거기에 번지르르한 라틴이름을 갖다 붙인 뒤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한다.

 

안과 전문의 - 눈 전문가. 이들의 호출 진료 서비스를 자동 응답 메시지로 바꿔 보면 다음과 같다. " 1번을 누르신 화자분, 클로람페니콜 연고를 드립니다 아침에 진료하겠습니다. 2번을 누르신 환자분, 클로람페니콜을 드릴테니 이틀 후에 오세요" 등등

 

 

ACLS C circulation  

 

'경환자'라는 명칭은 그다지 적절하지 못하다. 환자가 겪는 질환이 설령가벼운 것일지라도 그 환자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환자' 라는 말은 환자의 품격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다행히도, 도입부에 이 일들은 스턴트 배우가 하는 것으로 어린이가 따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먹힐까? 그런 말로 애들을 막을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은 애들이 '난 이렇게 멋진 사람들을 따라하지 않을 거야. 친구하고 구슬치기나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삼년전, 나는 어린 아이들이 'JackAss'라고 소리치며, 나무에서 줄줄이 뛰어내리다 다친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덤불을 통과해 땅에 떨어진 후,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왔다. 그런 다음. 영화에 출연하는 것처럼 CT 촬영을 했다.

 

정부는 환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려 한다. 나는 의사의 선택권을 늘렸으면 좋겠다. 어떤 환자부터 진찰해야 할 지를 우리가 선택하고 대기자 명단에 올려 진료 순서를 결정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여의사들에게 "저는 언제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 받게 되나요, 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묻지 마라.

 

내가 하는 의료 행위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즉시 내게 말하라. 나는 경찰관도 아니고, 교도관도 아니다. 당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당신을 병원에 묶어놓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퇴원하려거든 내가 값비싼 검사와, 침대를 배치하기 전에 말하는 것이 좋겠다.

 

퇴원이든 입원이든 4시간 내 치료를 할 수 있는 건강상태를 갖춰라. 시간을 잡아먹는 검사가 필요한 복잡한 문제로 찾아오진 마라. 당신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 4기간 규칙을 깰 수 없으므로.

 

우리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점에 유의하시길...우린 방금 한 아이가 죽어가는 걸 보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친척에게 나쁜 소식을 알렸을 수도 있다. 연속해서 엿새째 야근을 했을 수도 있고, 게다가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인내심을 발후하여, 예의를 지키고 다정하게 대해주시길..그리고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고 너무 불평하지 말아주시길..

 

정부는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뚜렷한 목표를 원한다. 따라서 진료의 질과 같은 추상적 목표보다는 일의 우선 순위를 왜곡시키면서까지 응급실의 대기시간을 4시간 이내로 설정했던 것이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는 유권자보다 부러진 발톱을 진료받기 위해 기다리는 유권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그 편이 더 의미있을 것이다.

 

난 왜 퇴근 후에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어야하는 걸까? 게다가 왜 나의 생각은 결국 분노와 고함으로 이어지고, 보통은 정치적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일까?

 

도덕을 설교하는 게 우리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그렇게 되고 만다. 그러나 의사는 직업적 특성상 환자들에게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ACLS D defbrillation

 

요즘은  인터넷 때문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다양한 증상과 희귀병들을 검색해 볼 수도 있고, 때로는 의대에서 배운 후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질병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내기도 한다. 종종 우리는 " 일 분만 기다리세요" 라고 말한 후, 인터넷에서 최신 치료법을 검색한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 중의 하나가 Best-Bets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다양한 증상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이 무엇인지 근거가 될 수 있는 증례들을 샅샅이 보여준다.

 

사람들은 대부분 몇 가지 장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늘 내가 만난 사람은 이런 장점이 하나도 없었다. 살면서 마주치기 싫은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의사로서 나는 함부로 사람을 속단할 수 없으며, 누가 됐든 제대로 치료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대하든 적절한 진료를 제공해야하는 것이다. 이렇게 객관성을 견지한다는 것이 때로는 이 직업의 가장 힘든, 그러나 본질적인 부분이다.

 

요즘은 환자의 선택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이 계획에 따라 행동하지도 않았다. 불행히도, 소송과 불평편지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많은 의사들이 가끔은 환자의 압력에 못 이겨 불필요한 검사를 하기도 한다.

 

이번 주말에 나는 이틀간 집중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엄청난 강의 였다. 주제도 광범위했거니와 무엇보다도 식사와 숙박비 모두 무료였다. 그렇다. 나는 엄마집에 갔었다. 엄마는 의학에 대해 전혀 모를 뿐 아니라 응급조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엄마는 아직도 나보다 건강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며, 충고하려 든다.

 

 

ACLS E expose and examine

 

자문의 - 다년간 의료현장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며 환자들에게 탁월한 치료를 제공한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가끔 집무실에서 고객 항의에 답하거나, 회의에 나가 4시간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임상전문의- 자문의 바로 아래이자, 수련의보다는 경험많은 의사들. 나를 포함하나 우리 임상전문의들은 질문을 받으면, 안경을 벗어든 채 마치 지적이고 아는 것이 많은 것처럼 온갖 똥포믕ㄹ 잡으며 뜸을 들이는데 사실은 생각할 시간을 벌고 있는 짓이다.

 

수련의 - 응급실에서 일하는 하급 의사들. 물론 일부 탁월한 수련의도 있다. 모두 열심이 일한다. 다시 말해 지독한 당번제에 따라 열심히 일하도록 강요당한다. 덕분에 그들보다 고참인 전문의들이 그나마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기간을 고작 넉달에서 여섯 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료 인력 배치 담당자는 그렇게 심한 불평도 듣지 않으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 간호사는 이렇게 많은데, 정작 씻기고, 관찰하는 등등 단순한 간호와 궂은 일을 담당하는 수련간호사와 조무 간호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은 제대로 된 보수도 받지 못한 채 일을 제대로 할 시간마저 없을 정도로 혹사당한다. 

 

우리는 본래의 간호 업무를 담당할 간호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전문간호사들을 잘라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간호 그 자체를 목적으로 고용된 간호사들이 더 많아야 하고, 수간호사든, 수련간호사든, 급여를 올려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계속해서 NHS를 떠나거나 관리직으로 이직할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들의 숙련된 기량이 절실히 필요하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병원이 다소 불공평하게 보일 수도 있다.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한다면, 보통은 남보다 먼저 진료 받지 못한다. 그러나 소동을 부린다면, 때로는 빨리 진료 받기도 한다. 오늘 난 환자가 바닥에 오줌을 싸면 곧바로 진찰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든 응급실에는  '단골손님'이 있다. 대개 노숙자나 주정뱅이, 또는 약물 중독자이다. 이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리는 이유는 생활 방식 자체가 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1차 진료 기관에 접근하는 방식을 모르거나 아니면 아예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 일부 직원은 이 환자들과  꽤 가까워지기도 하는데, 자칫하면 위험한 관계로 이어진다. 숙식이 필요할 때마다 다른 적절한 통로를 찾는 대신 응급실로 오기 때문이다. 

 

 

ACLS F fundus, family, fluids

 

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기대 이하의 진료를 하기도 하며, 그때의 불평은 정단하다. 그러나 불평은 노력하여 줄일 수 있으며, 대부분은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가장 당혹스러운 불평은 그저 금전적인 보상을 받으려는 욕심에서 나온, 이치에 맞지 않는 불평이다. 

 

의사가 불평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의사로서의 자격을 의심받을 수도 있고, 행여 지방신문에 이름이라도 나면 모든 사람들에게 나쁜 의사로 매도 당할 수도 있다. 게다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는 자책을 불러 일으키고 이력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

 

어떤 법적인 소송은 정말 터무니 없는 내용이지만, 병원에서는 그냥 다 보상해주기도 한다. 재판에서 이기지 못하면 수임료를 받지 않겠다는 법률회사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것보다 보상비용이 더 싸기 때문이다.

 

나의 성실함에 이의가 제기되었고, 내가 특별히 자신했던 환자에 대한 배려 역시 의심 받았다. ...그저 그녀를 돕고자 한 일인데, 더 많은 편지와 더 많은 조사를 받을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나는 불펴의 범위가 너무 확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의사가 하는 모든 충고가 불평으로 이어지다면 의사는 자신을 곤란에 빠뜨리는 충고를 하지 않을 것이며, 어쩌면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지도 않게 될 것이다.

 

만일 이러한 "이기지 않으면 수임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계속 된다면, NHS 는 보상액을 지불하느라 파산할 뿐만 아니라 의사가 방어진료를 하게 됨에 따라 (즉 환자를 진단할 때, 환자가 불평하지 못하도록 가능한 모든 검사를 다 한다) 검사 비용 때문에도 파산하게 될 것이다. ' 의사가 제일 잘안다'라는 속설이 사라지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진료를 결정할 때마다. 소송의 두려움을 과도하게 걱정하게 된다면, 의사와 간호사가 직장을 떠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심장이 다시 뛰도록 하는 것이 좋은 생각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이 경우, 다음 세 가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지금까지 그의 삶의 질은 어떠했즌가? 둘째 심장 마비 및 이어지는 처치를 견뎌낼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셋째, 환자 또는 그의 가족은 어떻게 되길 원하는가?

 

응급실에서 3시간 59분이나 진료를 기다리다 절망감을 느낀적이 있는가? 지난 몇 년동안 나는 어떻게 하면 빨리 진찰 받을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주시했다. .....략....1. 진짜 위급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의 심장을 멈추는 것이다. 구급차 기사가 우리에게 전화해서 지금 가고 있는데 즉각 진료해 달라고 말할 것이다. 낮시간이라면, 자문의에게 진료받을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이 불평편지에 답하거나, 양식을 채우거나, 또는 '환자중심치료: 잠정토론' 같은 모임에 참석하는 등. 경영진이 환자 치료보다 더 급하다고 간주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략 .............7. 응급실 의사가 치료할 수 있고 굳이 전문의에게 가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갖춰라. 우리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것도 힘들겠지만, 전문의까지 만나기 위해 두번이나 기다리는 것은 두배나 더 힘들다. ..........략........13. 결코 실패하지 않을 최고의 방법은 간단하다. 정치가나 병원의 중요한 경영자가 되라. 즉시 진료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문의까지 만나게 될 것이다. 진료도 금방받고,  검사도 금방 받으며 필요하다면 전문의를 만나는 일까지 즉각 이뤄진다. 정치가난 경영자들이 응급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 모른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ACLS  G go quickly! golden hour, glucose

 

진지하게 말하거니와 누군가에세 한방 먹였으면서 벽을 쳤다고 말하지 마라. 상황은 명백하며, 우리는 세세한 상황들을 다 알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을 쳤다고 말하려거든 조심하라. 의사의 조롱과 마주하게 될 것이므로.

예를 들면 의사의 말 :벽이 손을 깨물었습니까?   의사의 생각 :항생제가 필요한지 아닌지 알아야 하니까 진실을 말해   

의사의 말 :조금 아플 거에요.  의사의 생각 :그냥 국소마취만 해서 꿰매야 뭔가 배우는 게 있겠지.

의사의 말:3시간 더 기다리시면 진료해드리겠습니다.   의사의 생각 :제발 그냥가라

의사의 말:저는 화가나면 속으로 10까지 세곤 합니다.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그런 방법을 써볼 생각은 없나요?    의사의 생각 :우리 병원에 아주 힘센 경찰관이 두명 있거든. 한번 덤벼봐. 당장 체포될걸

 

그들은 시간낭비에다, 불필요하게 환자를 방사능에 노출시킨다며 촬영을 하지 않으려 했다. 만약 내가 틀리면 성을 갈겠다고 말한 후에야 겨우 촬영에 동의 했다. ....그가 촬영하는 동안 내 모든 동료들은 '불필요한' 검사를 시켜서 내 하루를 흥분시킬 드라마틱한 일을 찾고 있다며 나를 놀려 댔다.

 

분명 종양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뇌가 부은 상태여서 당장 전문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 였지만 이상하게도 학문적인 면에서는 기뻤다. 불가사이한 증상과 징후만 보고 제대로 진단을 내렸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러나 그건 결국 그 환자가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뇌종야에 걸렸다는 사실을 내가 기뻐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확실히 옳지 않다. 학문적 만족감이 사그라 들고, 대신 가슴 아픈 현실이 다가왔다. 환자는 뇌종양이었고, 오늘밤 급히 수술해야 하낟. 그리고 앞으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르낟.

 

불가사의한 감정이 교차한 하루였다. 학문적인 관점에서는 기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이 직업은 참으로 재밌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혼란스럽다.

 

이 일을 좀 더 편하고 재미있게 하기 위해 환자가 다양한 병을 앓기 원한다면, 그게 과연 옳은 일일까? 나는 진정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진료하는 모든 환자가 고통과 질병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일까?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렇지 않다. 단지 내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감정을 품든, 최선을 다해 환자를 보살펴야 한다. 그런 혼란스런 생각을 환자에게 드러내지 말며,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나의 일상이 '날이 바뀌어도 늘 같은 똥'일 수도 있지만, 똑같은 똥은 없으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덕분에 나는 늘 환자와 일에 대한 흥미를 유지한다. 스트레스도 많지만 시간이 휙지나 어느덧 근무가 끝날 시간이 되면, 보통은 뭔가 유익한 일을 했다는 기분이 든다.

 

내경우에는 일터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고통이 이 증후군을 촉발시켰다. 이를테면, 

1. 4시간 법칙 -나에게 적용하지 마라.   

2. 자주 무례하게 구는 환자   

3. 차브나이트클럽(챠브chav는 미국 힙합 문화의 영향을 받아 가짜 금으로 만든 장신구와 유명브랜드의 짝퉁을 걸치고 다니는 영국 노동계층의 젊은이들). 차브들이 가서 싸우다가 나한테 온다. 주의하라. 나는 클럽에 가면 사람들에게 그것이 세련된 복고풍이고 차브스럽지 않다고한다.  

4. 과도한 기대를 하는 상류층   

5.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6. 자살하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방법을 쓰는 사람 - 5알의 비타민으로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겠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당신을 밤새 병상에 잡아두어야 한다. 정신과 의사와 면담하려면 아침이 되어야 하므로.   

 7. 의대교수,. 그들은 불만이 많은데다 오만하면서도 일부러 공손한 척한다. 우리 기록을 복사하고, 불필요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평하면서 이렇게 말하낟. "나라면 이런 건 의뢰하지 않았을 텐데." 그럼 그들을 집으로 보내시지요 교수님.   

 8. 거들먹 거리며 이렇게 말한는 심장병 전문의 - "자기만족을 위해 괜한 법석을 떠는 것 같군요."   

9. 모든 질문에 클로람페니콜이라고 대답하는 안과의사.  

10. 항상 결핵은 제외됐는지를 못는 호흡기 전문의. 그 검사는 수주일이나 걸린다. 나는 단지 4시간 밖에 없는데.    

 11. 시간 외 담당주치의 - 나를 펄쩍 뛰게 하지 마라.  

12. NHS 다이렉트 - 자체 역량의 한계로 인해 사람들에게 응급실로 가라고 충고할 수밖에 없다.   

13. 기껏 응급실에 와서 '단지 의견을 듣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14. 술취한 10대들 - 어렸을 때 나는 술에서 깨기 위해 응급실이 아니라 집으로 갔다.

 

 

나의 마지막 생각

 

이 책을 쓰면서 나 스스로 크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습관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실제로 생각해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가는 동안, 내 일과 오늘 하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심장마비에서부터 손가락 골절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케이스를 많이 진료했다. 의사로서 정말 난감할 정도록 상태가 나빴지만 결과가 좋아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든 환자도 있었다. 한 의대생으로부터 2주전에 했던 강의에 대한 감사의 이메일을 받았고, 내가 진료한 환자에 대해 병원장으로 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햇다. 간호사난 80명이 넘는 환자들과 시시덕거리기도 하고,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하우 였다.. ....략.....이런 좋은 날에는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운 나쁜 날에는 상황이 다르다. 지극히 가슴 아픈 케이스를 다뤄야 할 때면 밀려드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다. 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과 나의 치료가 헛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환자로부터 항의를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빼놓을 수 없다.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부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한다는 나쁜 평판을 얻게 될까 두렵고, 동료 전문의들이 환자를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는 별 볼일 없는 녀석으로 생각할까봐 걱정된다. 거기다 다양한 시험과 의사면서 갱신, 그리고 꼭대기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줄곧 최고의 자리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현실까지 더해지면, 응급실 의사란 정말 힘든 직업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누군가 이 일을 계속 하겠는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yes"이다. 잘하면 몇년 뒤에는 자문의가 될것이다.  그것은 책임과 요구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단지 변화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방식으로 그 변화를 주도 할 힘과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신적으로 강건해서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나 혼난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며, 여러가지 비난에 너무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 또한 boucebackability, 역전능력, 즉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 이 있어야 하고,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불평이나 경영진과의 불화, 자신이 선택한 커리어의 불확실성 같은 문제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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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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