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1. 3. 7. 00:00
cocktail test환자에서 허를 찔리는 질문을 받을 줄이야..
환자파악을 입밖으로 줄줄 논리적으로 읊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나요?"를 후렴구처럼 되뇌이시는 김교수님의 질문은 항상 도인의 그것처럼 뜬금없다.
요약집엔 없을 듯한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그 사람의 머릿속엔 있는 걸까?
선문답이 되어 끝나는 질문과 그 질문에 답을 찾을 시간이 없는 주치의의 사정은 언제나
그렇지 않나요의 그렇지 부분에 대한 이해를 떨어뜨려 놓을 뿐..

FM의 외로움은 흩어짐에 원인이 있다.
잠시 잠깐 만나고 다시 각자의 이웃집으로 헤어지는 우리의 모습..
입국하고 코빼기 만큼도 볼수없는 몇몇 동료들..

어쨌거나 환자들은 쭉쭉 잘 들어오고 잘 나간다.
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
웃으며 다가서지만 속은 알 수없는 환자들..
도대체 당신들은 뭘 먹고, 뭘하다 이런 몸이 되어와서는 힌트도 주지 않고 답을 맞추라는 걸까..

IDDM이 의심되는 20대 후반 이OO씨..
DKA로 ICU까지 갔다가 전원온 이 사람은..의외로 담담했다.
뭔가 화가난 듯한 이 사람의 아버진.. 딸의 진단을 듣고 뭔가 단단히 화가난 듯하고, 그 화를 풀 대상을 찾는 듯해서 조금은 조심스럽다.

아무리 화를 내어본들..원인불명의 질환의 원인을 내 입으로 들을 수 있진 않을텐데..
대구 사람..
보수적이고 스티그마가 남에게든 자신에게든 심한 지역색..
출산도 결혼도 가능한 이 질환에 벌써 자기 딸에게 독신과 불임의 스티그마를 붙여놓은 듯해서
병보다 더 무거울 가족들의 무게가 내게도 느껴졌다.
내가 그 지역 출신이라 더 민감해 진건가..
암튼...
내일은 조금 더 피곤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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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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