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2011. 12. 30. 11:53

갑자기 찾아온 여유에 몸과 마음이 늘어진 엿가락처럼 긴장이 풀려버렸던...
심지어 내과 주치의 한명이 도망갔었는데도, 여긴 왜이리 여유로운 거야.. 자꾸 고개를 갸웃거렸던 일정.

심한 세달을 보내고, 어느정도 개념 장착하고 자신감 가지고 돌았던  스케쥴..
같은 병동을 나눠맡은 주치의도 일을 시원시원스럽게 하는 성격이고,
무엇보다 일거수 일투족 토달던 소아과 교수님들과 발가락 꼼지락 하는 것도 컨펌해주어야 했던 소아과 간호사들 과는 너무도 다른!
내과 교수님 내과 간호사들과 일하니 하루가 정말 홀가분해졌다.

수고하는 소아과 간호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의사와 간호사와의 호흡은 응급실,중환자실 > 외과 >>>>넘사벽> 내과>>>>>넘사벽*3 >>소아과 -.-;; 이런듯하다.

어쨌거나 캐묻는 보호자, 볶아치는 교수님, 들들 볶는 간호사 가 없는 대신..
늙은 환자들이 내게 왔다. ;;

처음 며칠은 얼굴에서 웃음기가 쏙 빠졌었다. 당췌 누굴보고 웃어야 할지 -.-;;
며칠이 지나고 친절한 의사를 가장한 미소를 다시 덮어쓰긴 했지만 ..후후

pericarditis로 지방에서 응급실을 전전하다 여기 응급실서 며칠 깔리고 겨우겨우 입원하니 다 회복해서 다음날 퇴원해버린 젊은남자환자가 생각난다.
며칠동안 자기가 살면서 만나봤던 의사숫자보다 더 많은 의사들을 만났는데 자기를 보고 웃어준 의사는 내가 처음이었다고..
내가 많이 배우고 간다고.. 가식인 날도 있고, 허망한 웃음인 날도 있지만..
어쨌거나 환자앞에선 밝고 의연해 지자고 결심했다.

심장의 문제들은 한방이라는 게 있어서, 잘 해결이 나고 나면 즐겁게 안녕할 수 있는데,
heart failure.. 특히나 고령의 heart failure는 참...
찌글찌글 하다. ..그들의 차트 처럼...그들의 삶처럼..
좋지 않은 마음으로 안녕했던 환자들은 병세가 심해서라기보다.
그 밖의 문제들이 심난했던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다.

이 정도의 여유와 환자들과의 거리감이라면 좀 살만하겠다 싶은 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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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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