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2011. 12. 30. 11:40

4월이 너무 고되어서였을까
다들 힘들어 한다는 스케줄이었지만 그닥저닥 잘 버텨내었다. 
수많은 지도 쪽지!에 지치기도 했지만 소아과를 지나고 나니 차팅에 자신감도 생기고..
그리고, 우선 웃을 일이 많다.
국내 몇 case 이런 식으로 드물고 심한병으로 입원하였음에도..
어린아이들은..
웃음을 준다. 
그 웃음끝에 그 아이들의 운명이 너무 슬퍼서 입술을 꽉 깨문적도 많았지만, 
병동에서 아무 생각없이 가장 많이 웃었던 때가 소아과 주치의를 할 때가 아니었나 싶다. 
열흘 안팎의 당직은...
아..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다.
밤을 새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당직실이 아닌 처치실에서 쪽잠을 잔게 대부분이었다.
일이 느리고 걱정이 많은 성격 탓도 있었지만, 내공 역시 분명히 험했다. 

소아과 특유의 형식과 순서를 중시하는 분위기, 했던 일을 세번네번 확인받는 짜증스러움에 뒤로가서는 꽤나 지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어쨌거나 아주 아프지만 않는 날이면, 행복하게 지냈다. 
이곳이 병원이라는 사실도 잊은채로..
그 아이들 옆의 어머니들도 현실감을 잊은채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병동에서 잘 보내었다. 

절대 아프면, 절대 후유증이 남으면, 절대 죽으면..안돼...

그 마음이 나를 너무 괴롭혀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떠나올때는 못내 아쉬웠던.. 

소아과 주치의들은 내환자라고 안그러고, 내 애기..이런다. 
너네 환자 안그러고 니 애기.. 이런다..
뭐 , 그냥 그렇게 된다. 

소아과 주치의를 맡고 난 후 아이 울음소리, 아이들이 뛰어다는 소리 등에 매우 관대해 졌다. 공공장소에서 민폐끼치는 아이를 보면 엄마는 말리지도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이들은 원래 그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심도깊은 insight 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후후
사실, 내 애기..아니 내 환아가 복도를 다다다 뛰어다니면 남몰래 뿌듯했었다. 짜식.. 오늘은 건강한데.. 이런 심정.. 

아픈 아이들은 조용하다. 
관심이 없다. 
칭얼거리는 것도 기운이 어느정도는 있어야 한다. 
아이가 힘있게 울때, 웃을때.. 뛰어다닐때..
행복했었다. 
아이가 반응이 없을때, 나쁜 경과를 차곡차곡 밟아 갈때, 넌 아직 어린데..라는 억울함에...
화가 나고, 무기력한 내 모습에 이대로 내가 꺼져버렸으면 싶을때도 있었다.
아이에게 중환이라는 점차적으로 나빠지고야 말거라는 진단을 내릴때는 이 모든 일이 내 책임같아, 아이 어머니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소아과는 아이가 +100, 아이엄마 및 보호자 -50, 소아과 의사 및 간호사 -49해서 간신히 +1점 정도인것 같다. 
난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이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아과를 할 용기!!가 생기나 보다. 
 
소아과를 떠나면서 어른 사람을 다시 좋아할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는데, 동인까지 다녀온 지금.. 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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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Hannah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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